[왁자지껄 이 뉴스] 제목·저자 가린 '얼굴 없는 책', 뜻밖의 돌풍?

    입력 : 2017.04.07 03:03 | 수정 : 2017.04.07 09:23

    출판사 3社의 만우절 행사… 예약 판매 각 1000부 넘는 인기
    "비공개 전략 재밌어" 호응

    출판사 이름만 걸고 추천하는 '블라인드 마케팅'이 먹혀들었다. 알려진 정보라고는 가격(1권당 1만2800원)과 발매일(4월 25일)뿐. 제목·저자·표지 등을 모두 숨긴 소설 3종이 예약 판매 5일 만에 각각 1000부 넘게 주문을 받는 돌풍을 일으켰다.

    출판사 은행나무, 마음산책, 북스피어 3사가 지난 1일부터 시작한 행사의 이름은 '개봉열독'. 밀봉된 봉투를 열고 열렬히 읽어보자는 취지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6일 "처음에는 호응이 없을까 우려했는데 1주일도 안 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면서 "이제는 한 권당 1000원씩 들어가는 책 포장 수작업 시간을 걱정해야 하는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고 말했다.

    제목·저자·표지를 숨기고도 5일 만에 각각 1000부 이상 주문을 받은 ‘복면 소설’ 3종.
    제목·저자·표지를 숨기고도 5일 만에 각각 1000부 이상 주문을 받은 ‘복면 소설’ 3종. /북스피어

    오프라인 예약을 받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북컨시어지' 책상 앞에 놓인 책 3권을 보자. 내용을 알 수 없게 밀봉된 포장지에는 '마음산책X' 북스피어X' '은행나무X'라는 흰 글씨, 제목을 숨기고 책을 팔기로 한 이유를 설명하는 글 한 문단, 그리고 대형 서점 MD의 추천 글이 전부다. 행사 시작을 만우절에 맞추면서 '철저한 비공개 전략이 재밌다'며 소문을 탔다. 책 3종을 모두 사면 이 출판사 대표들의 유럽 서점 탐방기인 또 하나의 책 '내 멋대로 세계서점X'(비매품)을 주기로 해 판매량도 고르다.

    사은품에서 눈치챌 수 있듯, 세 출판사 대표가 지난 1월 떠났던 유럽 서점 탐방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영국 옥스퍼드 '블랙웰' 서점이 종이 봉투로 소설 표지를 가리고 직원의 추천사만 적어둔 'A Novel Surprise' 마케팅을 벤치마킹했다. 일본에서 작년 화제가 됐던 마케팅 '문고(文庫) X'와도 비슷하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의 좋은 책을 소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명 작가 책 위주로 팔리는 상황에서 다른 가능성을 찾아보겠다는 의미도 있다.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정식 발매 뒤에도 5월 15일까지는 표지를 가리고 판매한다고 한다. 영화의 비밀을 누설하면 '스포일러'로 비난받는 분위기처럼, 세 출판사는 먼저 구입한 독자들에게도 선의(善意)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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