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지난 5일 발표한 안보 공약에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전력을 한·미가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미국에 요구해나가겠다고 했다. 지금이 6·25 이후 최대 안보 위기 상황이라며 '한·미 핵 공유'가 군사 주권 확대와 북핵 억지력 강화를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미국이 '핵 공유'를 제공하고 있는 군사 파트너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유일하다. 미국을 제외한 NATO 18개 회원국 중 5개국에 배치된 전술핵(B61 핵폭탄 200여 기)을 실제 사용하게 될 경우 결정도 공동으로 하고 해당 국가 전투기만 이용하도록 하는 협정을 맺었다. 소련의 핵 위협을 받은 서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핵우산 약속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고 하자 나온 방안이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제사회에서는 이것을 미·NATO 동맹 결속력의 상징으로 본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는 아·태 지역 핵심 동맹이라고 하면서도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핵만이 아니라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까지도 통제하고 있다. 지금은 북의 핵 위협이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바뀌고 있다.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고 이것을 실어나를 미사일이 미 본토를 위협하는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북핵이 코앞에 온 지금 최대 피해자인 우리가 생존을 미국의 구두 약속에만 의존하고 있다면 안보를 '설마'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서유럽 국가들은 미국에 '당신들 본토 희생을 각오하고 우리를 지켜주겠느냐'고 물었다. 우리도 같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핵 공유가 가능하게 되면 우리가 필요로 할 때 핵전력을 요구할 수 있고 필요치 않을 때 거부할 수도 있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주장이라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의지에 의해 바뀌는 것이 현실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미사일 지침' 개정을 요구해 3년 만에 사거리를 300㎞에서 800㎞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그때도 과연 가능하겠냐는 얘기가 많았다. 이번에 우리 군이 북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두는 사거리 800㎞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도 지침 개정 덕분이었다. 현재로서는 유 후보의 집권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북(對北)만을 전제로 한·미 핵 공유 추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