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남부는 '新 장수벨트'

    입력 : 2017.04.06 03:12

    [과천·용인·분당·안양·군포, 사망률 전국 최저 톱10에 들어]

    과천 '新 장수1번지' 떠올라… 제주·울릉, 뇌·심장질환 사망 최저

    암 사망률 낮은 곳 - 강남3구·과천·용인·분당·안양 등
    폐렴 사망률 낮은 곳 - 광양·구례·순천 등 전남 남중부
    당뇨병 사망률 낮은 곳 - 산악 지역인 영양·장수·괴산 등

    과천·분당·용인·안양·군포 등 청계산 남쪽에 타원형으로 모인 경기 남부 일대가 '신(新)장수 지역'으로 떠올랐다. 이 지역은 전국 시·군·구 253곳 중 사망률이 낮은 지역 10곳 중 6곳이 들어 있다. 253개 시·군·구에 사는 같은 나이 사람들에 비해 이 일대 주민들이 더 오래 산다는 의미다. 전통적으로 사망률이 낮은 서울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 3구'를 제친 곳도 다수다. '청계산 남부 장수 벨트'인 셈이다.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김동현(예방의학) 교수팀은 국내 최초로 전국 253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2010~2014년 5년치 해당 지역 사망률과 암,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폐렴 등 주요 사망 원인별 사망률 조사를 통해 이런 결과를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지역별 인구와 나이 분포 차이를 보정해 253개 시·군·구의 고령화 정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객관적 사망률을 추출했다.

    조사 결과 과천시 사망률이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인구 10만명당 사망자가 257명으로 사망률이 가장 높은 강원 내륙(498명)의 절반 수준이다. 용인시 수지구와 성남시 분당구의 사망률은 서울의 서초·강남구보다 낮게 나왔다. 주요 질병에 따른 지역 간 사망률 차이는 해당 지역의 질병 관리 수준과 보건 의료 기반 정도를 반영한다. 김동현 교수는 "사망률이 낮은 지역은 대체로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고 병원급 의료 기관이 잘 갖추어진 곳"이라며 "(장수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금연 구역 지정을 청원할 정도로 건강 증진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심장과 뇌혈관 질환 사망률도 주로 서초·강남과 '청계산 남부 장수 벨트'가 낮았다. 울릉군과 제주시도 이 질환 사망률이 낮은 10곳에 포함됐다. 제주도는 인구 57만명에 종합병원 7곳으로 인구 대비 종합병원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는 제주한라병원 김성수 원장은 "제주 지역의 심·뇌혈관 치료센터가 대부분 1등급으로 평가받았다"며 "도로 시설과 응급 이송 체계가 좋아 웬만한 심장·뇌질환 응급 환자는 30분 이내 종합병원 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울릉군은 공공 의료 기관인 보건의료원이 1만명 인구의 질병을 관리한다. 공공 기관이 유일한 병원 기능을 하기 때문에 주민 질병 관리 체계가 방문 간호→보건소 진료→보건의료원 치료 순으로 연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부산 서부 지역의 심장 질환 사망률은 대도시임에도 전국적으로 최하위권으로 매우 높다. 비교적 낮은 부산 수영구·해운대구의 사망률도 서울 꼴찌보다 높다. 특히 사상구는 서초구의 3.4배로 나타났다. 대학병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응급 의료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암·당뇨병·폐렴 사망률 지역 편차 심해

    폐렴 사망률은 장수 벨트와 광양·구례·순천·여수 등 전남 남중부 지역에서 매우 낮은 반면 충북 지역에서는 전반적으로 높았다. 전문가들은 "원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암 사망률도 강남 3구와 경기 남부 장수 지역이 낮다. 높은 곳은 낙동강 하류와 경남 내륙 지역, 강원·충북 내륙 지역 등이다. 대체로 간암 발생률이 높고, 흡연율이 높아서 폐암 발생이 많은 곳이다.

    당뇨병에 따른 사망률은 경북 영양과 울릉군, 전북 장수·임실, 충북 괴산·영동 등이 낮았다. 당뇨병 환자가 적기도 하거니와 산악 지대에 살면서 신체 활동량이 많은 것이 주원인으로 추정된다. 반면 경기 동두천, 수원, 의정부, 인천 동부, 안산 등지는 당뇨병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주로 수도권 중소 도시로 환자는 많으나 거주 특성상 밀착 관리는 잘 안 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자살률은 강원도 내륙 지역과 충남 서부 내륙 지역이 높다. 전남 완도군의 자살률이 매우 낮게 나타난 것이 눈에 띈다. 1~4세 유아 사망률은 경북 군위·청도, 경남 산청, 전북 임실, 강원 영월·고성 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대개 산부인과·소아병원 취약 지역이다.

    ◇과천 같은 건강 도시 만들어야

    과천시는 최근 5년 평균 사망률이 전국에서 가장 낮을 뿐 아니라 거의 모든 건강 지표가 좋다. 남성 흡연율이 22%로 전국 최저다. 전국 최고 부산 중구의 절반 이하다. 인구 1000명당 술집도 0.56곳으로 가장 적다. 폐렴 사망률, 자살률도 전국 최저다. 반면 재정 자립도는 1위다.

    자동차로 10~15분 거리에 평촌 한림대병원 등이 있는 것도 장점이다. 과천시 응급 환자는 이 병원으로 이송된다. 우면산·관악산·청계산에 둘러싸여 등산하러 다니기에도 좋다. 강희범 과천시 보건소장은 "행정 도시로 성장해 도시 전체가 차분하게 정돈돼 있다"며 "서울대공원 등 녹지가 많아 주민들이 신체 활동을 활발히 한다"고 말했다. 금연 구역 내에서 흡연하는 사람에 대한 경고 표시로 쓰는 금연벨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흡연자를 본 주민들이 벨을 누르면 3초 후 "이곳은 금연 구역입니다" 하는 경고 방송이 나온다.

    한림대 김동현 교수는 "미국에서는 대학 평가하듯 정부가 매년 지역별 사망률과 건강 지표를 조사해 발표한다"며 "우리나라도 253개 시·군·구의 차이를 보건 의료의 중요 지표로 삼아 지역별 격차를 좁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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