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최동원 선수 어머니인가요?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5일 각종 온라인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엔 뜬금없이 '최동원 동상'이란 단어가 올라왔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재된 사진 한 장이 발단이 됐다. 노란색 외투를 입은 여인이 부산 사직구장 광장에 세워진 최동원(1958~2011) 동상을 매만지는 모습이었다. 멀리서 찍은 탓에 사진은 다소 흐릿했지만, 최동원의 '무쇠팔'을 어루만지는 장면은 또렷했다. 네티즌들은 '혹시 최동원 선수의 어머니인가' '아들을 보려고 야구장을 찾은 것이냐'하고 추정했지만 여인의 정체는 알 수 없었다.

무쇠팔 어루만지고… 한참 쳐다보고 - 5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최동원 동상 앞 여인’ 사진. 사진 속 주인공은 고(故) 최동원 선수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였다. 지난 4일 사직 개막전 때 야구장을 찾은 김 여사는 아들 동상을 어루만지고(왼쪽), 오랫동안 바라보기도 했다(오른쪽).

본지는 이날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사진 속 인물을 확인해 봤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과 사단법인 '고(故) 최동원기념사업회'(이사장 박민식)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노란 외투의 주인공은 고(故) 최동원 선수의 어머니 김정자(82) 여사가 맞았다. 김 여사는 본지 통화에서 "나는 컴퓨터를 안 해서 몰랐는데 전화를 받고 화제가 된 걸 알았다"고 했다. 김 여사는 전날인 4일 사직 개막전을 보러 갔다가 동상에 들렀다고 한다. 김 여사는 "평소에도 일주일에 2~3번은 아들 동상을 찾아가 본다"고 했다.

최동원은 '구도(球都)' 부산과 롯데를 상징하는 전설적인 투수였다. 그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올리며 롯데의 우승을 이끈 건 프로야구 35년 역사상 가장 놀라운 사건으로 기억된다. '무쇠팔'로 마운드를 호령했던 최동원은 2011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부산 야구 영웅을 기리기 위해 동상이 세워진 건 2013년 9월 14일이었다. 이후 노모(老母)는 자주 맏아들을 보러 야구장을 찾고 있었다. "실제 야구 보러 오는 건 1년에 몇 번 안 돼요. 잘 지내다가도 문득문득 동원이가 보고 싶으면 아무 때고 야구장에 오죠. 집(부산 수영구 남천동)에서 지하철로 40분이면 됩니다." 한 번 동상에 들르면 1~2시간은 보낸다고 한다. 움직이지 않는 아들의 팔·다리를 쓰다듬고 가만히 앉아 눈을 맞추기도 한다. "아들과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해요. '요즘엔 엄마가 힘든 일이 있단다. 용기를 주렴' 하고 말을 건네요. 그리고 나서 발걸음을 옮기면 거짓말처럼 마음이 가벼워지고, 다리에 힘이 나요. 내가 건강을 잃지 않는 것도 동원이가 보살펴 준 덕이죠."

최동원 선수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가 2015년 3월 부산 사직야구장 시즌 개막전(KT전)에서 시구한 후 관중을 향해 인사하는 모습. 그는 아들 동상을 보기 위해 일주일에도 두세 번씩 사직구장 광장을 찾는다.

[최동원 선수, 그는 누구? 80년대 프로야구 전설... '무쇠팔 투수']

김 여사는 "(아들은) 야구 하면 최동원, 최동원 하면 야구라고 늘 생각했다. 야구에 인생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십 년을 야구 선수의 어머니로 산 그는 "야구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다 내 아들 같다"고 했다.

김 여사는 요즘 일주일에 5일 이상 봉사활동에 나선다. 장애 아동과 복지관 노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친다. 여든이 훌쩍 넘은 나이에 보수도 없는 활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보답하는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동원이가 부산 시민, 야구 팬들에게 참 많은 사랑을 받았잖아요. 이제 아들은 세상에 없지만 부산 분들에게 그 감사함을 저라도 갚아 나가려고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 계속 할 겁니다. 하늘에서 동원이가 힘을 불어 넣어 주잖아요." 여든 노모의 아들 사랑은 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