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장도 학원비에 휘청… 노후까지 흔들린다

    입력 : 2017.04.06 03:05

    [사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10·끝] 家計 위협하는 사교육비

    - 오종윤 한국재무설계 대표
    "사교육 시킬 돈 차라리 저축… 자녀 30대 때 목돈으로 줘라"

    국내 굴지의 대기업 부장 C(51)씨는 2년 전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당시 고3 딸과 중2 아들의 사교육에 "한 달에 500만원쯤 나갔다"고 했다. 고3 딸은 기본적으로 3개 과목 학원에 다니며, 부족한 과목을 추가로 수강했다. 중2 아들은 고교 과정인 '수학의 정석 1·2'와 '물리' 과목 선행학습을 했다. 너무 비싼 '고(高)퀄리티' 학원은 못 보냈고 일반 학원에만 보냈는데도 이 정도 들었다. 서울 대치동 가정치고는 사교육을 많이 시킨 것도 아니었다. C씨는 "입사 20년이 넘은 고참 부장이라 월급이 적지 않았지만 마이너스 가계까지 갔다"며 "노후 준비할 시기에 뭐하는 건가 싶었지만 한번 시작한 사교육을 그만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가계(家計) 재무컨설팅 전문가인 오종윤 한국재무설계 대표가 본지 인터뷰에서 과도한 사교육이 은퇴 준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가계(家計) 재무컨설팅 전문가인 오종윤 한국재무설계 대표가 본지 인터뷰에서 과도한 사교육이 은퇴 준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가계 재무설계 전문가인 오종윤 한국재무설계 대표는 "과도한 사교육은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 세대에게도 큰 위협"이라며 "사교육 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은퇴 대비 저축을 늘리지 않으면 노후 파산 위험에 처하는 집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우리 가계가 원천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불행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은퇴 후 원하는 적정 월수입은 부부 합산 250만원 정도다. 그러나 국민연금 수령액은 80만~100만원 수준이다. 은퇴는 빨라지고 평균수명은 늘어나, 충분히 저축해 놓지 않으면 노후에 힘들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부 합산 연봉이 7000만원이라 해도, 세금을 제한 월소득은 대략 400만원 정도입니다. 여기서 매달 차량 할부금, 아파트 관리비, 통신비, 식비, 생활비 등 아주 기본적인 것만 써도 300만원 정도 들어갑니다. 부채나 병원비 등 변수가 없다고 가정해야 월 100만원씩 저축할 수 있단 얘기죠. 그런데 두 아이에게 각각 50만원씩 사교육을 시키면 저축은 '제로(0)'가 돼요."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약 440만원이다. 세금과 보험료 등을 뺀 가처분소득은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358만8000원이었다. 만약 평균적인 가정에서 아이들 사교육을 시키면 저축은커녕 가계 지출이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높다.

    노후 자금까지 투자한 부모는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 비용 회수를 하려고 하지만 '좋은 대학→대기업' 성공 방식도 통하지 않는다고 오 대표는 말했다. 그는 "사교육의 종착역은 결국 대학 학자금 대출의 급증"이라고 말했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학자금 대출 규모는 약 2조원, 이용자는 34만명에 달했다. "사교육이 2대(代)를 빚더미로 내모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오 대표는 "더구나 현재 사교육에서 얻는 내용은 인공지능 시대에 정말 유용하지 못한 지식인데, 가계와 공교육까지 망가뜨리면서 획득할 가치가 있을까?"라며 "차라리 사교육에 쓸 돈을 저축했다가 자식이 30대 때 주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을 주고 부모에 대한 존경심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오 대표는 "내 자식 사교육만은 꼭 해주겠다는 생각이 온 가족을 불행하게 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온 가족이 모여 '생애 설계'를 해보라고 조언했다.

    "부모와 자녀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갈까,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가 함께 얘기해보고 우선순위를 정해보세요. 지금은 너무나 많은 사람이 자기 생애 설계도 안 해보고, 단지 남들이 하니까 우르르 과도한 사교육 열차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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