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부터 이완까지… '국현'이 고른 야심작

    입력 : 2017.04.06 03:02

    [국립현대미술관 新소장품 120점 전시… 4대 감상 포인트]

    ① 돈, 비싼 작품은 다르더라
    김환기'새벽#3'최고가 13억원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어"
    ② 19禁, 야하거나 과격하거나
    '서서 오줌 누기' '히어로' 등 육체·과거사 적나라하게 표현
    ③ 분단, 둘로 나뉜 아픔 그리다
    전쟁 비극 담아낸 '판문점…' DMZ의 신비 표현한 '8시간'
    ④ 베네치아 비엔날레 출품작
    '메이드인…' '깨지는 거울' 주목

    국내 최대 공공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이 소장한 작품은 몇 점일까. 작년 12월 기준 7924점이다. 1만2500점을 소장한 도쿄국립근대미술관이나 평균 5만 점이 넘는 해외 국립미술관들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양. 그래서 해마다 수집품을 늘려가는 중이다. 2013년엔 한국화를, 2015년엔 뉴미디어에 집중해 작품을 수집했다. 올해 편성된 작품 구입 예산은 61억원. 지난 4년간 구입한 작품 932점 중 주요 작품 120점을 8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공개한다. '삼라만상: 김환기에서 양푸둥까지' 전시다. 5개 전시실을 채울 만큼 대규모전이라 제대로 보려면 하루가 짧다. 4가지 키워드로 관람 포인트를 짚었다. 개막 3주 만에 6만 관람객이 다녀갔다.

    최고가

    김환기의 '새벽 #3'가 국현 소장 최고가를 기록했다. 13억원이다. 1965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 특별전 제안을 받고 출품한 14점 중 한 점이다. 박미화 학예연구관은 "김환기는 백남준만큼 중요한 작가로,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며 "조명도 특별히 2개를 달아 관람객들이 잘 볼 수 있도록 했다"며 웃었다. 강익중의 '삼라만상'이 6억원대로 뒤를 이었다. 은빛 불상을 중심으로 문자·기호·그림으로 갖가지 세상 풍경을 그려넣은 3인치 캔버스 1만여 점을 원통형으로 올린 대작이다. 셋째로 비싼 작품은 중국 작가 양푸둥의 '죽림칠현'으로 4억원대. 부패한 정치를 떠나 죽림에 모인 7인의 지식인 이야기를 현대화해 5편의 영상으로 만든 작품이다. 국현이 구입한 건 그중 3·4편으로, 젊은이 7명이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소의 목을 자르는 장면이 있어 영상실 입구에 '어린이, 청소년 관람 주의' 문구가 붙었다.

    (왼쪽)13억원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역대 최고가 소장품이 된 김환기의‘새벽 #3’.
    (왼쪽)13억원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역대 최고가 소장품이 된 김환기의‘새벽 #3’. (오른쪽)무명의 산업 역군으로 살아온 아버지 세대의 모습을 쇠약한 나체 조각상으로 묘사한 최수앙의‘히어로’. /국립현대미술관
    19禁?

    19세 이하 관람 주의는 장지아 사진에도 붙었다. 제목이 '서서 오줌 누기'다. 여성이 선 채로 볼일을 보는 장면인데, 누드라 '민원'이 들어왔다. 전통적 여성 관념을 부순다는 게 작가의 의도. 5편 연작인 임동식의 '오름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소문이 퍼진 회화다. 첫 그림에서 뒷짐 진 채 산을 오르던 중년 남성이 마지막 그림에서 느닷없이 사라진다. 후기 민중미술 작가인 조습 사진엔 섬뜩한 해학이 넘친다. '습이를 살려내라'는 87년 6월 항쟁에서 희생된 이한열의 걸개그림 속 모습을 붉은 악마 티셔츠와 두건으로 연출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관객을 당혹게 하는 문제작. 최수앙의 '히어로'는 70년대 산업 일꾼으로 살아온 아버지의 노쇠한 육체를 표현한 나체 조각상이다. 이름 없는 사람들의 땀과 눈물로 일궈온 이상세계를 날개로 표현한 '더 윙'과 앙상블을 이룬 작품이다.

    분단

    DMZ(비무장지대)를 소재로 한 회화와 사진들도 돋보인다. 김아타의 '8시간'은 DMZ에 카메라를 고정해놓고 8시간 노출해서 찍었다. 전운보다는 신비와 평화가 감돌아 묘한 미감을 자아낸다. 김혜련의 '동쪽의 나무' 연작도 이채롭다. 제주와 울릉도, 독도를 유채로 그린 화면 한쪽에 칼집(분단)을 내어 실로 꿰맨 자국이 생생하다. 고려인으로 살았던 변월룡의 '판문점에서의 북한포로 송환' 그림도 뭉클하다. 미군이 준 옷을 입고 북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윗도리 벗은 몸으로 트럭에 실린 인민군의 모습을 포착해 그린 그림이다.

    은빛 불상을 중심으로 1만개의 미니 캔버스를 쌓아올린 강익중의‘삼라만상’.
    은빛 불상을 중심으로 1만개의 미니 캔버스를 쌓아올린 강익중의‘삼라만상’. 원통형 설치물 안에 들어서면 작은 우주에 안긴 듯한 느낌이 든다. /김윤덕 기자
    베네치아

    이번 전시는 베네치아 비엔날레 작가들을 만날 좋은 기회다. 2007년 출품작 이형구의 'HK실험실'을 비롯해 2015년 비엔날레 본 전시에 초청된 김아영의 '제페트, 그 공중정원의 고래기름을 드립니다'가 전시된다. 2011년 한국관 작가였던 이용백의 '깨지는 거울'도 흥미롭다. 어디선가 총알이 한 방 날아와 내 모습이 비친 거울을 깨뜨린다. 올해 한국관 작가로 선정된 이완의 '메이드인' 시리즈도 만난다. (02)3701-9500


    [기관 정보]
    국립현대미술관 기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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