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가 4일 최종 경선 결과 75% 득표율을 기록하며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이로써 국회에 의석을 가진 정당은 모두 대선 후보를 확정해 5월 9일 대선 대진표가 짜였다.
안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낡은 과거의 틀을 부숴버리고 미래를 여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되겠다"며 "2012년 대선 당시 제가 완주하지 못해 실망하신 국민들 계시는 거 알지만 그때보다 백만배, 천만배 강해졌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이날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충청권 순회경선 현장투표에서 85.4%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5~26일 치러진 호남 경선에서 64.6% 득표율로 손학규·박주선 후보를 크게 앞서며 기선을 제압한 안 후보는 이날 직전까지 치러진 6차례 경선에서 70~80%대 득표율을 기록해왔다.
당초 당내에서는 선거인 명부 없는 현장 투표 위주로 치러지는 경선 흥행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예상보다 2배 이상 많은 인원이 몰려 "'안풍(安風)'이 불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날 경선에는 1만487명이 참여했고 이날까지의 누적 투표 인원은 18만4768명이었다.
안 후보는 경선 승리 확정 직후 재킷을 벗고 셔츠 소매를 걷은 뒤 꽃다발을 쥔 오른손을 치켜들고 환호에 답했다. '대신할 수 없는 미래'를 선거 캐치 프레이즈로 내세웠던 안 후보는 이날 20여 분에 걸친 연설에서 '미래'를 12번 외쳤다. 안 후보는 "산업화, 민주화의 시대를 넘어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며 "최고의 인재와 토론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이어 "녹색 태풍이 우리를 다시 꿈꾸게 할 것이며 꿈이 있어야 미래가 있다"며 "앞을 보고 걸어야 하며 뒤를 보고 걸으면 빨리 갈 수도 멀리 갈 수도 똑바로 갈 수도 없다"고 했다. 체육관에 들어찬 2000여 명 지지자는 안 후보가 저음(低音)으로 목소리에 힘을 줄 때마다 '대통령 안철수', '믿는다 강철수' 등을 외쳤고, 안 후보 사진이 들어간 녹색 깃발을 흔들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확정… 문재인과 본격 양강 구도 ]
안 후보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문(反文) 연대론',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론'에 대해 반박했다. "정치인에 의한 공학적 연대, 탄핵 반대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연대, 특정인을 반대하기 위한 연대를 하지 않겠다"며 "오직 국민에 의한 연대만이 진정한 승리의 길"이라고 했다. "지지율이 낮을 때도 단 한 번도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주장해왔다"며 "이제 국민의 힘으로 결선투표를 해 대통령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하루 전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안철수의 시간이 오니 문재인의 시간이 가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해가 떠서 어둠이 물러나는 것이고 봄이 와서 겨울이 물러나는 것"이라며 "국민 통합의 시간이 오니 패권의 시간이 가고 있다"고 했다. 또 "계파 패권주의는 말 잘 듣고 줄 잘 서는 사람을 쓰는데 저는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을 널리 찾아 실력 위주 '드림팀'을 만들겠다"며 "공직은 증명하는 자리이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에는 충남대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후보가 자신을 '적폐 세력의 연장을 꾀하는 후보가 될 수 있다'고 한 것에 대해 "허깨비를 만들어 그 허깨비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자신과 경쟁한 손학규·박주선 후보에게는 찬사를 보냈다. "손 후보가 주장한 완전국민경선 현장투표가 국민의당을 더욱 자랑스럽게 만들었다"고 했고, "박 후보가 있었기에 호남을 비롯한 전국에서 국민의당 자부심을 키울 수 있었다"고 했다.
경선 결과에 승복한 손 후보는 "저한테도 표를 좀 주시지, 20%도 안 되는 게 무슨 일이냐"고, 박 후보는 "진작 이런 환호와 갈채를 보내주시지"라고 농담을 하며 지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