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필요없는 요양병원 환자 3년새 35% 급증

    입력 : 2017.04.05 03:03

    전체환자의 11%… 5만8500명, 병원 5곳은 모든 환자가 해당
    건보·국고 3년간 6800억 나가 "입원환자 구분 기준 마련해야"

    김모(77·서울)씨는 지난해 6월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으면서 척추에 압박골절상을 입었다. 인근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요양병원으로 옮겨 두 달 정도 재활 치료를 받은 김씨는 작년 8월부터는 혼자 힘으로 걸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요양병원도 입원 환자를 분류하는 7개 등급 가운데 최하 등급(별다른 치료가 필요 없음)인 '신체기능저하군'으로 김씨를 분류했다. 하지만 김씨는 "집에 가도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며 지금까지 8개월 넘도록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다.

    치료 필요없는 환자 매년 증가

    요양병원 입원 환자 중 신체기능저하군 현황 그래프

    전국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 약 54만명(2016년 기준) 중 김씨처럼 치료가 필요없는데도 입원해 있는 경우가 5만8505명으로 나타났다. 입원 환자 10명 중 한 명꼴이다. 2014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이들에게 건강보험 재정과 국고에서 지원한 돈은 총 6765억원이었다. 병원에서 퇴원해도 괜찮은 이들이 굳이 입원을 고집하는 바람에 매년 수천억원씩 재정이 새고 있는 셈이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요양병원 입원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467개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2014년 49만6034명에서 2016년 54만3753명으로 9.6% 늘어났다. 같은 기간 '신체기능저하군' 환자는 4만3439명에서 5만8505명으로 34.6% 급증했다. 이들이 전체 입원 환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8.8%→10.8%로 늘었다.

    문제는 이들이 사용한 진료비가 증가(2087억원→3490억원)하면서 여기에 지원된 건강보험 재정과 국고 예산(의료급여 환자)도 큰 폭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2014년 1715억원, 2015년 2187억원, 2016년 2864억원 등 매년 증가하면서 3년간 총 6765억만원이 들었다.

    신체기능저하군 환자가 급증하는 건 집으로 돌아가도 돌봐줄 가족이나 간병인이 없거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돌아갈 집 자체가 없어 장기 입원을 택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20년째 당뇨병을 앓는 이모(80)씨는 일시적 저혈당 증상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가 치료를 통해 당 수치가 정상화됐지만 집으로 돌아가길 거부했다. 이씨는 "집에서는 식단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또 증상이 악화될 게 뻔한데 그냥 여기서 있겠다"고 말했다. 자식들이 노부모를 요양원보다는 다소 돈이 더 들더라도 의사가 있는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을 효도로 여기는 분위기도 신체기능저하군 환자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이런 수요를 반영하듯 입원 환자 전부가 신체기능저하군인 병원도 전국에 5군데나 생겼고, 신체기능저하군 환자 비율이 80%가 넘는 병원도 전국 24곳에 달한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이런 병원 대부분은 사실상 '의사를 간병인으로 둔 요양원'인 셈"이라며 "이런 경우까지 입원 수가를 인정해 지원하는 건 재정 낭비"라고 말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 역할 정립해야"

    문제 해결의 첫걸음은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돌봄이 필요한 환자를 확실하게 구분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선태 요양병원협회 건강보험위원장은 "정말 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구분하는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그래야 요양병원은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 집중하고, 요양 시설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5년부터 요양병원과 요양 시설의 기능 정립을 위해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하고 있지만 여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수가 조정을 통해 해결책도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이 입원이 불필요한 환자에게 퇴원을 종용하거나 요양 시설로 옮기도록 유도하기 위해 신체기능저하군 수가를 지금보다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자가 끝내 퇴원을 거부할 경우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황도경 박사는 "일본에선 치료가 필요없는 입원 환자에게 입원비 전액을 스스로 부담하게 한다"면서 "우리도 등급제를 대폭 개편하는 등 대대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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