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급 인기 고이케 지사, 신당 만들어 아베에 도전

    입력 : 2017.04.05 03:03

    자민당 소속이지만 독자 세력화
    7월 도의회선거 겨냥 신당 꾸려… 정당 지지율 민진당 제치고 2위

    연립여당 공명당도 "공조" 선언
    '포스트 아베' 유력 후보로 떠올라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65) 도쿄도지사가 오는 7월 도쿄도의회 선거를 앞두고 일본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집권 자민당 소속이면서도 자신이 주도하는 별도의 정치단체 '도민 퍼스트회'를 만들어 독자 후보를 내기로 한 것이다. 이 실험이 성공하면 일명 '아베 1강'이라 불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독주 체제에 지각 변동이 불가피해진다. 부인이 권력형 특혜 시비에 휘말려 지지율이 흔들리는 아베 총리로서는 설상가상의 상황이다.

    숫자로 본 고이케 유리코
    고이케 지사는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도의회 선거에서 과반수 확보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연말부터 6차례에 걸쳐 공천 후보도 22명 발표했다. 계속 후보를 추가해 전체 127석 중 64석 이상을 차지하겠단 구상이다.

    일본 언론은 "고이케 지사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이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도쿄도민 네 명 중 세 명(74%)은 "고이케 지사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지금 선거를 하면 어느 당을 찍겠느냐"는 질문에 도민퍼스트회(20%)가 자민당(3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제1 야당인 민진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은 전부 1~7%였다. '자민당 대 도민퍼스트회' 양강 구도가 뚜렷했다.

    고이케 지사의 인기가 치솟자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지난달 "도의회 선거 때 고이케 지사와 공조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자민당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도민퍼스트회는 사실상 독자적 정당이라 일본 언론도 '고이케 신당'이라고 쓰는데 정작 고이케 지사 자신은 아직도 자민당 당적을 갖고 있다. 자민당 사람이 자민당 소속인 채 라이벌 정당을 만들어 자민당을 위협하는데, 여기에 공명당까지 힘을 보태는 상황이다.

    고이케 지사는 방송사 앵커를 거쳐 1992년 정계에 입문했다. 첫 10년간 다섯 번 정당을 갈아타 '철새'라 불렸다. 2002년 12월 마지막으로 옮긴 곳이 자민당이다. 입당 직후 각료로 발탁돼 고이즈미 정권 때 5년 내리 환경상과 오키나와 담당장관을 지낼 정도로 처음엔 기세가 좋았다. 아베 총리가 1차 집권했을 땐 첫 여성 방위상에 올랐다.

    하지만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 때 아베 총리의 라이벌 캠프에 들어가면서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아베 총리가 총재 선거에 이긴 뒤 곧이어 재집권까지 성공하자, 라이벌을 도왔던 고이케 지사는 4년 가까이 당내에서 뚜렷한 보직 없이 묻혀 지내야 했다.

    올 7월 도쿄도의회 선거 정당별 지지율
    그런 그가 재기한 계기는 작년 7월 도쿄도지사 선거였다.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임 지사가 금품 비리로 낙마하면서 치러진 이 선거에서 고이케 지사는 자민당 공식 후보가 있는데도 독자 출마를 강행해 자민당 후보를 112만표 차이로 누르고 도지사에 당선됐다.

    그는 자민당 내에서도 우익 색채가 강한 인물로 분류된다. 각료 시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고, 재일동포 등 외국인 참정권에 반대한다. "일본도 핵 무장이라는 선택지가 있다"고 발언한 적도 있다.

    도지사가 된 뒤에는 포퓰리즘적 성향으로 인기를 모았다. 가장 맨 먼저 한 일이 이삿짐까지 다 싸놓은 '쓰키지 수산시장 이전'을 중단시킨 일이다. 신축 시장 부지가 가스공장 터라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를 폈다. 상인들이 반발했지만 조사 결과 실제로 신축 시장 토양에서 유해 물질 벤젠이 기준치 넘게 나왔다. 이어 "도쿄올림픽 치르는 데 7000억엔 든다더니 실제론 3조엔이 들게 생겼다"며 경기장 신축 계획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공무원은 경악했지만, 유권자들은 열광했다. 일본 언론에 '고이케 극장'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고이케 지사는 작년 10월 차세대 정치인을 기르겠다며 '희망학원'이라는 정치강좌를 열었다. 일본 전역에서 4800명이 응모했다. 여기서 엄선한 사람들이 올 7월 대거 출마한다. 자민당은 격분했다. 지난달 21일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도의회 선거 출마 예정자 모임에서는 "도민퍼스트회는 자민당의 적" "공명당은 친구가 아니라 '반(反)자민당의 핵'"이라는 등의 거친 말이 쏟아졌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고이케 제명론'까지 나왔다고 한다.

    일본 정계에선 고이케 지사가 7월 선거에서 실제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게 되면, 도민퍼스트회를 전국 정당으로 개편해 차기 총리 자리를 넘볼 거란 분석이 나온다.

    [인물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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