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 패션을 입다

    입력 : 2017.04.05 03:02

    [서울패션위크 가보니… 아기부터 초등생까지 모델처럼 폼나게 '장외 패션쇼']

    성인·아동옷 경계 사라지는 추세… 젊은 엄마들 관심에 시장도 커져
    실제 런웨이에도 아이들 등장

    서울패션위크는 장내보다 장외가 더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한껏 멋을 부린 일반인들이 패션쇼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패션을 보여주기 위해 행사장인 동대문 DDP에 몰려든다. 지난 1일 끝난 2017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에도 엿새 동안 20여만명이 북적였다.

    이 중엔 아장아장 걷는 아기부터 초등학생까지 잔뜩 멋을 내고 와서는 모델처럼 폼 잡고 카메라 세례를 받는 아이들도 많았다. 자녀를 데리고 개별적으로 찾아온 엄마들,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 의류 회사에서 초대한 전문 모델 등 다양했다. 아동 옷 브랜드 MLB키즈는 일반 아동 중에 뽑은 33명(3세~초등학생)을 패션위크 현장에 데려와 화보를 찍기도 했다. 37개월짜리 아들 이든이와 함께 사흘간 매일 다른 분위기로 커플룩을 맞춰 입고 DDP를 방문한 박신영(32)씨는 "패션에 관심 많은 엄마들 사이에서 패션위크는 아이와 함께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이벤트가 됐다"며 "요즘은 어른 옷과 아이 옷이 다르지 않아 어른 옷 트렌드를 보면 아이 옷 입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어른들 못지않게 멋지게 차려입은 아이들이 서울패션위크에 등장했다. 2017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 기간인 지난달 29일 행사장인 동대문 DDP에서 아이들을 촬영한 화보 사진. 아동복 브랜드 MLB키즈가 전문 모델이 아닌 일반 아동 중에서 선발했다.
    어른들 못지않게 멋지게 차려입은 아이들이 서울패션위크에 등장했다. 2017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 기간인 지난달 29일 행사장인 동대문 DDP에서 아이들을 촬영한 화보 사진. 아동복 브랜드 MLB키즈가 전문 모델이 아닌 일반 아동 중에서 선발했다. /MLB키즈
    어른들 패션 축제에 아이들이 섞여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성인과 아동 옷 디자인이 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럭셔리와 길거리 패션, 남자와 여자, 집 안과 집 밖 등 모든 경계를 무너뜨리는 패션 트렌드가 성인과 아동 옷 사이 경계도 지우고 있다. 중·노년층이 젊은 세대 옷을 입고 어린아이도 어른스러운 옷을 입는 등 패션에 나이 구분이 사라져 가는 추세다.

    아이들은 장외뿐 아니라 패션쇼 장내에서도 돋보였다. 패션 브랜드 노앙은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 2명을 성인 모델들과 함께 런웨이에 세웠다. 노앙의 남노아 디자이너는 "남녀는 물론 노소(老少)의 경계를 허문 패션을 일상에서 가장 편안한 형태로 적용한다면 패밀리룩이 될 것으로 보고 이를 상징하는 뜻에서 어린이 모델을 등장시켰다"고 설명했다. 배우 이범수의 딸과 아들, 양동근 아들 등 어린아이들이 미스지컬렉션·노앙·슈퍼콤마비 등 여러 패션쇼 손님으로 초대되기도 했다. 지난 2월 밀라노 패션위크에서는 돌체앤가바나가 다양성과 개성, 새로운 세대의 상징으로 아이들을 부모와 함께 무대에 올렸다.

    2017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가 열린 동대문 DDP에서 방문객들이 멋지게 차려입은 어린이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2017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가 열린 동대문 DDP에서 방문객들이 멋지게 차려입은 어린이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서울패션위크

    전 세계적으로도 아동복은 '아동복 같은 아동복'에서 '어른 옷 같은 아동복'으로 바뀌고 있다. 세계 유행을 휩쓸고 있는 길거리 패션 스타일이 요즘 아동복 시장에서도 가장 큰 트렌드다. 구찌, 펜디,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마다 아동복 브랜드를 따로 갖고 있고 국내에서도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 중심으로 키즈 브랜드를 운영한다. 국내 여성 패션 브랜드 보브는 매 시즌 제품 가운데 몇 가지를 골라 똑같은 디자인으로 사이즈만 줄인 초등학생용 제품을 따로 제작해 어른 옷과 같은 매장에서 판매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김주현 과장은 "패션에 민감한 젊은 엄마들은 자기 옷뿐 아니라 아이를 멋지고 세련된 스타일로 꾸미는 데도 관심이 무척 많다"며 "아이와 커플룩을 입거나 아이를 자신의 '미니미(mini-me)'처럼 연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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