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위암 위험을 확 낮춘 일본의 '신의 한 수'

    입력 : 2017.04.05 03:08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전문의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전문의
    우리나라가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임에도 여전히 남부끄러운 질병 발생 지표가 꽤 있다. 예컨대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위다. 위암 발생 수준이 여전히 국제적으로 최상위권인 것도 감추고 싶은 기록이다. 일본도 위암만큼은 발생률이 높은 국가인데, 두 나라가 전통적으로 소금과 간장에 절이고 삭힌 음식 섭취가 많았던 탓일 게다. 게다가 한·일은 인구밀도가 높고 밀접한 집단생활을 한 탓에 위장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률이 높다.

    헬리코박터 감염은 위암 발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단 위암 환자는 100% 감염자라고 보면 된다. 헬리코박터 감염 상태에서 발암 요인이나 유전자 변이가 증폭되어 위암이 되기 때문이다. 대개 감염자의 2%에서 위암이 생긴다. 세계보건기구도 위암의 최대 발병 요인으로 헬리코박터를 꼽는다.

    현재 한국인의 헬리코박터 감염률은 매우 높다. 성인 남자는 절반(47%)이 갖고 있다. 여자는 10명 중 4명(42%)이 감염돼 있다. 그나마 위생 환경이 좋아지면서 10여 년 전 60%를 넘었던 상태에서 15% 정도 낮아진 상황이다. 상당수가 어릴 적 음식 먹는 과정에서 감염자 어머니나 할머니의 침이 섞여 들어와 균이 옮아온다. 50대, 60대는 그런 풍토를 많이 접했기에 유난히 감염률이 더 높다. 헬리코박터는 항생제로 치료하지 않으면 거의 모두 숙주의 위장에 기생해 평생을 살아간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암(胃癌)의 가장 큰 원인이다. 헬리코박터균이 깨끗한 위에 들어가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감염이 된다. /그래픽=김충민 기자
    일본도 2000년까지 감염률이 50%를 웃돌았지만 현재는 30% 초반대로 떨어졌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에는 10%로 내려갈 전망이다. 무엇이 일본인의 헬리코박터 감염률을 끌어내렸을까. 그 한 수는 헬리코박터 제균(除菌) 항생제 치료를 건강보험에 적용시킨 것이다. 치료비가 10만원쯤 드는데, 보험 처리해서 1만~2만원에 받게 했다.

    이를 2001년부터 위궤양 등 고위험 감염자에게 적용하자 항생제 치료를 받은 사람이 한 해 5만명 선에서 60만명으로 늘었다. 2013년 가벼운 위염이 있는 감염자에게로 확대하자 한 해 140만명으로 뛰었다. 일본소화기학회는 이 의료 정책으로 헬리코박터 감염에서 벗어나 약 2만명의 일본인이 위암으로 사망하는 것을 면했다고 추정한다. 그 수가 위암 수술을 받았을 것을 감안하면 항생제 치료 지원은 본전을 뽑고도 몇 배를 뽑았다고도 말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헬리코박터 감염자 중 위궤양이나 위점막하 림프종을 내시경으로 확인해야 보험이 적용된다. 위축성 위염 등 위암 전구 단계여도 적용이 안 된다. 가족 중에 위암이 있는 감염자도 안 된다. 감염자 본인이 돈 낼 테니 치료받자고 해도 위궤양이 없으면 받기 어렵다. 보험 규정에 속한 상태가 아니어서 나중에 환자가 과잉 진료라고 주장하면 치료비의 몇 배를 돌려줘야 하기에 의료 기관이 치료를 꺼린다.

    한국은 일본이라는 건강·질병의 본보기 삼을 선배가 있다. 일본은 15년 격차로 인구 고령화를 앞서가면서 질병 발생 패턴 변화를 미리 보여준다. 일본 의사들은 말한다. "한국은 좋겠다. 우리가 성공한 의료 정책은 따라 하고, 실패한 것은 안 하면 되니까." 한국, 위암 발생 1위 국가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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