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세대 청년들 "권력층 부패 못참겠다" 2주째 시위

    입력 : 2017.04.04 03:03

    구소련 해체 후 태어난 10~20대, 반정부 시위 주축 돼 분노 표출
    유튜브·블로그 통해 세력 결집… TV 등 기존 매체에는 강한 불신
    러 정부, 공포 분위기로 맞대응… 푸틴 대안 없어 反정부 측도 한계

    러시아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로만 쉰가르킨(17)은 지난 26일 처음 반(反)정부 집회에 참여했다. 주최 측 추산 1만여 명이 몰린 이날 시위에서 쉰가르킨은 반정부 시위의 상징이 됐다. 그가 경찰을 피하기 위해 가로등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러시아판 페이스북인 브콘탁테를 휩쓴 것이다. 쉰가르킨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인터넷을 통해 정부의 부패를 알게 됐고 저항하기 위해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2일 모스크바를 포함한 러시아 일부 도시에서 또다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모스크바 경찰은 "허가받지 않은 단체 행사 도중 사회 질서 훼손 혐의로 31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 중 대다수가 쉰가르킨처럼 청소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지난 2011~2012년 부정투표 항의 시위 이후 5년여 만에 발생한 최대 규모이지만, 양상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30~40대 중산층이 시위대의 주축을 이뤘으나 이번에는 10~20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들은 구(舊)소련이 해체된 이후에 태어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기에 학창시절을 보내 '푸틴 세대'로 불린다. CNN은 이들에 대해 "(러시아 사회의) 만연한 족벌주의, 불투명성, 기회 부족 등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 한 사람에 대한 분노보다 자연스럽게 뇌물이 오가고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러시아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크다"고 했다.

    '푸틴 세대'는 구소련 붕괴를 전후해 환율 붕괴와 임금 체불, 범죄 기승 등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던 80~90년대에 대한 기억이 없다. 때문에 현재 러시아의 상태를 과거가 아닌 미국이나 유럽 등 서방 국가에 비교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기성 세대에 먹혀들었던 '고난의 90년대를 기억하라'는 정부 선전은 이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최근 몇 년 사이 악화된 경제 상황에 불만이 크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 세르게이 프라보브씨는 "우리는 빈곤하게 살고 있는데 우리가 세금을 내고 권력을 준 인물들은 상상을 초월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푸틴 세대'는 기존 신문·방송 대신 유튜브와 블로그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 지난주 대규모 집회 또한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유튜브를 통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공직자 월급으로는 구매할 수 없는 초호화 저택과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폭로한 게 기폭제가 됐다. BBC는 "(러시아의) 인기 뉴스 채널이나 파워 블로거들은 1000만명 이상 팔로어를 갖고 있다"고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집회에 참석했다는 페벨 레세브(17)는 BBC에 "(메드베데프 총리의) 부패가 심각한데도 러시아 경찰은 조사하지 않는다. 우리는 답을 원한다"며 "나와 친구들은 언제나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는다. TV는 숨기려고 할 뿐"이라고 했다.

    서방 언론은 이런 푸틴 세대의 등장을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사설에서 "러시아 청년들은 전통적으로 정치 문제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이번 시위를 통해 이들도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서 (사회 변화의)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게 드러났다"며 "푸틴 대통령 통치 스타일이 점점 통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 정부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시위 다음 날 브리핑에서 "(야권 세력이) 선동과 거짓말로 청소년들의 참가를 유도했다"며 "체포됐을 땐 재정적 보상을 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러시아 정부 산하 통신 감시 기관인 로스콤나드조르가 향후 시위를 공지하는 웹사이트 5곳의 차단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푸틴 세대가 당장 큰 변화를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시위에 나가는 것은 불법이라고 가르치고, 사법 당국은 시위 참가자 구속을 공공연히 이야기한다"며 "이런 공포 분위기 속에서 '푸틴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지도자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러시아 대중이 크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물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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