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꿈만 꾸는 춘천 레고랜드

    입력 : 2017.04.04 03:03

    [테마파크 착공도 못해… 왜?]

    - 2011년 사업 발표 했지만…
    1700억 공사비 선납 방식 탓에 시공사 선정 세번째 결렬 위기
    청동기 유물 나와 개발 지체

    강원도 춘천시 의암호 내 중도(中島)엔 소양호를 가로지르는 다리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조립식 블록 완구 브랜드인 레고를 테마로 한 놀이공원 '레고랜드'로 이어지는 다리다. 2015년 12월에 착공해 76%의 공정률을 보이며 오는 10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 예산 850억원짜리 교량의 상징 조형물인 지름 45m, 높이 55m의 원형 주탑은 강원 관광의 미래를 상징한다.

    하지만 정작 중도는 지금 허허벌판이다. 복토 작업을 하는 공사 차량이 드나들며 먼지만 날린다. 다리 준공에 맞춰 개장할 예정이었던 테마파크는 아직까지 시공사도 선정하지 못한 상태다. 강원도가 사업을 추진한 지 6년이 넘었지만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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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입 교량은 건설중 - 2015년 12월에 착공해 공사가 한창인‘레고랜드’진입 교량. 10월 완공을 앞두고 있는 이 교량의 주탑은 지름 45m의 원형으로 강철 구조물로 지어졌다. 원형 주탑 안쪽으로 4차선 도로와 도보 겸 자전거 도로가 통과하도록 설계됐다. /연합뉴스
    강원도는 2011년 레고 운영사인 멀린 엔터테인먼트(영국)와 레고랜드 코리아 사업을 발표했다. 중도(상·하중도 포함)의 106만8000㎡ 부지에 사업비 5011억원을 들여 테마파크와 호텔, 상가, 워터파크 등을 조성하겠다는 것이었다. 강원도는 연간 200만명의 관광객이 레고랜드를 찾아 생산유발 효과 5조원, 연평균 44억원 지방세수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호수에 떠 있는 섬에 판타지 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세계 최초라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강원도는 2011년 9월 멀린엔터테인먼트그룹, 현대건설 등 7개 기관과 투자합의각서를 체결했다. 2012년 8월엔 특수목적법인 엘엘개발을 설립해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2014년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도중 사업 예정 부지에서 청동기 시대 유물이 대거 발견되면서 개발이 지체됐다.

    춘천 레고랜드
    1700억원에 이르는 공사비를 시공사가 먼저 선납하도록 한 강원도의 사업 방식도 걸림돌이 됐다. 강원도는 지난해 4월 현대건설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같은 해 11월 대림산업·SK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지만 본계약 체결에 실패했다. 최근 두산건설로부터 책임 준공 확약을 이끌어 냈는데, 두산건설도 본계약 체결을 미루고 있다. 이 바람에 지난달 두산건설과 본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전에 부분 개장을 계획했던 강원도의 목표는 물 건너갔다. 동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7번째 레고랜드를 한국에 세운다는 계획도 틀어졌다. 춘천보다 늦게 레고랜드 사업에 뛰어든 일본 나고야 레고랜드가 지난 1일 개장했기 때문이다.

    도민들은 강원도의 실정(失政)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춘천 시민 김동호(58)씨는 "기공식만 2번이나 열렸는데, 이뤄진 건 하나도 없다. 주민들에게 레고랜드 추진 가능 여부를 정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양호 인근에서 40년째 닭갈비 가게를 운영하는 조대호(38)씨는 "지역 경기가 살아나기는커녕 불안감만 커진다"면서 "레고랜드를 조성하지 말고 예전에 있던 유원지를 더 가꾸는 편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매운탕 가게를 하는 나금자(63)씨는 "레고랜드가 들어선다고 주변 임대료가 올라 상인들은 오히려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강원도가 입을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도는 지난 2014년 11월 시행사인 엘엘개발이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2050억원의 대출을 받을 때 채무 보증을 했다. 엘엘개발은 지금까지 920억여원을 빌려 복토, 문화재 발굴 등에 썼다. 사업이 무산되면 모든 채무를 강원도가 떠안아야 할 판이다.

    강원도는 두산건설과 본계약을 체결하거나, 강원도가 직접 개발에 나서는 방법, 혹은 영국 멀린사의 직접 개발 등 3가지 대안을 놓고 현재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측은 "얼마 전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트 측에서 강원도청을 찾아 투자 철회설 등을 일축했다. 사업이 무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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