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붉은 알알이…" '성탄제' 시인 김종길 별세

    입력 : 2017.04.02 11:52 | 수정 : 2017.04.02 11:55

    김종길 고려대 명예교수./조선DB
    “옛 것이라곤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는 시 ‘성탄제’로 유명한 원로시인 김종길 고려대 명예교수(91)가 노환으로 1일 별세했다.

    1926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문(門)’이 당선돼 등단했다.

    서양 이미지즘 시학을 받아들이면서도 기교에 치우치지 않고 고전적 품격을 지닌 시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69년 펴낸 첫 시집의 표제이자 고인의 대표작인 ‘성탄제’는 성탄절 무렵 도시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아버지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성탄제’를 비롯해 ‘하회에서’(1977), ‘황사현상’(1986), ‘천지현황’(1991), ‘달맞이 꽃’(1998), ‘해가 많이 짧아졌다’(2004), ‘그것들’(2011) 등의 시집이 있으며, 시론집으로는 '진실과 언어'(1974), '시에 대하여'(1986) 등이 있다.

    고인은 영문학자로서도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고려대에 34년간 재직하며 현대 영미시와 시론을 소개하고, 한시와 한국 현대시를 영어로 번역해 영미권에 알리는 데도 애썼다.

    한국시인협회와 한국현대영미시학회, 한국 T.S. 엘리어트학회 회장 등을 지내며 문단과학계 양쪽에서 활발히 활동햇다. 2004~2007년에는 대한민국예술원 부회장을 지냈다. 목월문학상, 인촌상, 청마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이설주문학상을 수상했고 국민훈장 동백장과 은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선국(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민(숙명여대 일본학과 교수), 선경, 선형, 선숙씨 등 2남 3녀가 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303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4일 오전 8시 30분, 장지는 마석 모란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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