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이 31일 발표한 대선 후보 다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선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문 후보는 지난주와 같은 31%였고, 안철수 후보는 10%에서 19%로 상승해 17%에서 14%로 하락한 민주당 안희정 후보를 제쳤다. 다음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 8%,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4%, 김진태 자유한국당 후보 3%,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2%, 심상정 정의당 후보 1% 등이었다.
갤럽 조사에서 안철수 후보가 2위에 오른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같은 날 발표한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도 다자 대결 지지율은 문재인 후보(30.3%), 안철수 후보(15.3%), 안희정 후보(14.2%), 이재명 후보(6.2%), 홍준표 후보(4.8%), 김진태 후보(3.5%), 유승민 후보(2.0%) 순이었다. 각 정당 경선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대선 후보들 윤곽이 드러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안철수 후보만 컨벤션 효과를 누리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이뤄지는 각종 여론조사에선 5월 대선이 '문재인 대 반(反)문재인' 양자 구도로 치러진다면 팽팽한 접전이 될 것이라는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31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는 주요 정당 후보들이 대선에 모두 나서는 '5자 대결'의 경우 선두인 민주당 문재인 후보(40%)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29%), 한국당 홍준표 후보(9%),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5%), 정의당 심상정 후보(2%) 등을 앞섰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선 5자 대결 결과가 문 후보 42%, 안 후보 23%, 홍 후보 12%, 유 후보 5%, 심 후보 4% 등이었다. 이 중 연대가 거론되는 3개 정당의 안 후보, 홍 후보, 유 후보 지지율을 합하면 지난주에는 40%였다. 하지만 이번 주 조사에선 이들의 지지율 합이 43%로 3%포인트 상승했다. 즉 문재인 후보 대 반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42% 대 40%에서 40% 대 43%로 뒤집어진 양상이다.
갤럽이 실시한 5자 대결 조사에서 일주일 전의 23%에서 29%로 오른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지역별로는 대구·경북, 연령별로는 50대, 이념 성향별로는 보수층에서 가장 상승 폭이 컸다. 대구·경북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지난주엔 30% 대 24%였지만 이번 주는 30% 대 33%로 순위가 바뀌었다. 50대에서도 문·안 후보는 34% 대 28%에서 26% 대 42%로 1·2위가 달라졌다. 리서치앤리서치가 '문재인 대 안철수' 맞대결을 가상해 실시한 조사(31일 발표)에서도 박빙 승부를 펼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 대결 결과는 41.7% 대 39.3%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문재인 후보 대신 안희정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설 경우를 가정한 '안희정 대 안철수' 양자 대결은 44.8% 대 34.8%로 10%포인트 차이였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다자 대결이나 5자 대결에 비해 '문재인 대 안철수' 양자 대결에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안희정 후보 지지자와 반문 또는 중도·보수 유권자의 상당수가 안철수 후보 쪽으로 쏠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갤럽 조사에서 안희정 후보가 대선에 나오지 못할 경우 그의 지지자 중 35%가 안철수 후보 지지로 돌아섰고, 문재인 후보로 이동하는 비율은 25%였다.
갤럽 조사(3월 28~30일)는 전국 성인 1010명, 리서치앤리서치 조사(3월 28~29일)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각각 유·무선 RDD(임의번호걸기)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