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구속되면서 '최순실 게이트' 사건 수사는 사실상 우병우(50)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만 남게 됐다. 검찰은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는 4월 중순 이전에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 등 수사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 안팎에선 이르면 다음 주 초 특별수사본부가 우 전 수석을 소환한 뒤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31일 "우 전 수석 조사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해지면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박영수 특검이 넘긴 8가지 혐의를 중심으로 우 전 수석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2월 19일 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혐의에 대한 소명(疏明)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수사가 미진했다는 것이다. 박 특검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제한돼 있었다"며 "(수사에 제약이 없는)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발부될 것"이라고 했다.
특검이 영장에 포함시켰던 우 전 수석의 혐의는 문체부 국·과장급 5명과 공정거래위 김재중 전 국장, 외교부 공무원들에 대한 '표적 감찰'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방해한 혐의(특별감찰관법 위반) 등이다.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 검증과 감찰 권한을 남용해 전횡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뿐이다" "정당한 감사였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에 더해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이던 2014년 6월 세월호 수사를 하던 광주지검의 해경 압수 수색을 방해한 혐의(직권남용), 최순실씨가 이권을 챙기려고 한 K스포츠클럽에 대한 민정수석실 감사를 중단시킨 혐의(직무유기) 등도 조사 중이다.
그러나 법조계는 물론 검찰 내부에서조차 검찰의 수사 의지가 의심스럽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작년엔 청와대와 우 전 수석의 눈치를 봤고, 지금은 검찰 내 '우병우 라인'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특검의 우 전 수석에 대한 통화 내역 조회 과정에선 검찰 핵심 간부들이 우 전 수석이 수사받던 시점에 수십 차례씩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우병우 수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수사의 칼날이 '검찰 내부'를 향할 수밖에 없는데, 수사팀이 그 여파를 우려해 특검이 밝혀낸 내용을 일부 보강하는 수준에서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 8~10월 우 전 수석을 수사한 '윤갑근 고검장팀'은 우 전 수석의 자택은 물론 휴대전화도 압수 수색 하지 않았다. 이어 10·11월 최순실게이트를 수사한 '1기 특별수사본부'는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를 압수했으나 내용이 아무것도 없는 '깡통 전화기'라는 것만 확인했다.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한 현재의 수사팀(2기 특별수사본부)은 최근 민정수석실이 내준 자료를 받아오는 방식의 압수 수색을 했지만, 우 전 수석과 함께 근무했던 검사들에 대한 조사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와 구속을 강하게 밀어붙인 점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지방의 한 검사장은 "지금의 검찰 고위 간부 상당수가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을 지낼 때 임명됐기 때문에 우 전 수석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검찰 내부의 문제를 먼저 도려내지 않는다면 결국 또 한 번 재수사를 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