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30주년 구효서… '세한도' 등 8편 모아

    입력 : 2017.04.01 03:02

    아닌 계절

    아닌 계절

    구효서 소설집|문학동네|288쪽 | 1만2000원


    올해 환갑, 등단 30주년을 맞은 작가의 젊은 소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표한 단편 모음집이다. 8편을 성격에 맞게 '아닌 겨울' '아닌 여름' '아닌 봄' '아닌 가을'로 구분해 엮었다. 저자는 "이전에 보지 못한 계절(시간·세계), 새로운 글쓰기의 차원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작품은 '세한도'의 겨울을 지나 'Fall to the sky'의 가을까지 이어진다. "불시착한 느낌으로 쓴 작품이라 잘 안 읽힐 수도 있다"는 저자의 걱정과 달리 페이지는 쉬이 넘어간다. 풍경을 제도(製圖)하는 집요한 묘사가 기괴한 유머로 돌발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한 남자가 굴러 떨어진 바위에 깔려 즉사한 '파인 힐 에이프릴'의 어느 대목. '복부는 활짝 핀 백합처럼 파열되었다가 시든 뒤였다. 터져나온 것 중 믿을 수 없이 가늘고 긴 장기 하나가 바위와는 반대쪽으로 멀리 뻗어있었다…. 길게 늘어진 장기의 중간중간 곤충과 개미가 달라붙어 이미 숲의 생태가 진행 중이었다…. 버드나무 꽃가루가 뭉게뭉게 눈처럼 지나갔다.'

    최신작 '봄 나무의 말'에 이르러 독자의 가슴은 일렁일 것이다. 마을 일꾼 닷근이가 전쟁 통에 변고를 당한 새색시를 지키는 순애보. 이를 다 지켜보고 있던 회화나무의 독백이 방언으로 풀어지며 따뜻한 운율을 자아낸다. 그리고 어느 날, 전쟁 나간 색시의 서방이 돌아온다. 이것은 소설에 대한 은유처럼 들린다. "기별과 소문만 수런거리다가 하릴없이 또 한 번 참 무망해지려던 터에 이 봄 꿈처럼 나타난 거야, 다 봄에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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