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동네 세탁소에 뿔난 뉴요커, 직접 세제 만들다

    입력 : 2017.04.01 03:02

    "소중한 내 옷, 내가 빤다"… 친환경 세제 열풍 일으킨 그웬 위팅

    - 2년간 세제 개발에 몰두
    뉴욕 한복판 세제전문 가게…사람들 처음엔 "제정신?"

    - 38개국에 점포 2000곳
    친환경 재료 쓰고 소재 따라 맞춤 세제 개발

    - 유튜브 동영상으로 홍보
    직접 손빨래 해가면서 "헹구세요, 비트세요~"

    ‘런드레스’의 공동창립자 그웬 위팅이 자신이 직접 만든 ‘서울 패브릭 프레시’를 들고
    “이것만 뿌리면 저도 전 세계 어디서나 달콤한 서울 여자처럼 보이려나요(웃음)?” 지난달 서울 가로수길 매장을 찾아온 ‘런드레스’의 공동창립자 그웬 위팅이 자신이 직접 만든 ‘서울 패브릭 프레시’를 들고 들려준 말이다./런드레스
    미국 뉴욕에 사는 그웬 위팅은 세탁소에 갔다가 낭패를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애지중지하던 옷을 가져가서 산소표백을 해달라고 했는데 염소표백을 해놨더라고요. 색이 변해버린 거죠(웃음). 드라이클리닝을 맡겼더니 사이즈가 줄어든 적도 여러 번이죠. '아, 이 고생을 계속하느니 그냥 내가 차라리 세탁 관련 사업을 시작해야겠다!'라고 생각했죠(웃음)."

    랄프 로렌에서 디자인과 제품 개발을 담당하던 그였다. 샤넬에서 일하는 친구 린지 보이드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얘, 나도 빨래 때문에 마음고생한 게 한두 번이 아냐. 우리가 한 번 해보자!" 그렇게 둘은 회사를 그만두고 2년가량을 세탁 세제 개발에 몰두했고, 2002년 뉴욕 한복판에 '런드레스(Laundress)'라는 이름의 섬유 세제 전문 가게를 열었다. 처음엔 다들 지나가면서 "저게 대체 뭐냐"고 했다. 위팅은 "이런 쓸데없는 걸 만들다니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얘기도 들어봤다면서 웃었다. 한두 달이 지나자 사람들의 반응은 차츰 달라지기 시작했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정말 캐시미어를 세탁소에 안 맡기고 제가 직접 빨 수 있는 건가요?" "여기 세제엔 합성 표백제가 안 들어 있다는데 그게 정말인가요?" 같은 질문을 하는 이가 늘어났다. 위팅은 "고객에게도 학습을 할 시간이라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고 했다.

    이제 런드레스는 전 세계 38개국 2000여 개 매장에서 팔려나간다. 가격은 제품 하나당 1만~5만원 정도로 일반 세제에 비하면 싸지 않은 편이지만, 매년 판매량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서울 가로수길 매장을 찾은 위팅에게 "친환경 제품은 대개 비싼데,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내세워서 값만 올려받는 건 아니냐"고 물어봤다. 위팅은 밝은 표정으로 경쾌하게 대답했다. "아뇨, 친환경 제품이지만 농축된 천연 원료를 쓰기 때문에 아주 적은 양만 써도 많은 양의 빨래를 할 수 있어요. 막상 써보면 알게 될 거예요. 오히려 이게 절약이라는 걸요(웃음)."

    런드레스는 식물과 자연 상태에서 채취한 미네랄 성분을 주성분으로 한다. 표백제는 통상의 염소화합물 대신 산소화합물인 과탄산나트륨을 활용한다. 방부제인 포름알데히드와 인공향료, 눈을 따갑게 하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도 쓰지 않는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럴 경우 세척력이 더 낮아지는 건 아니냐"고 물더니 위팅은 이번엔 윙크를 살짝 해 보였다. "다들 그걸 걱정하죠. 소재의 특성에 맞춘 맞춤 세제가 다 따로 있어요. 일단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그 옷감이 상하지 않도록 하는 세제를 만드는 거였어요. 얼룩 제거는 '스테인 솔루션'이라는 제품으로 해결합니다. 살짝 칫솔이나 브러시에 묻혀 쓱쓱 문질러주면 사라지죠(웃음)."

    아무리 친환경, 천연 제품이라지만 소비자를 설득하는 건 처음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위팅과 보이드는 동영상을 활용했다. "유튜브 채널에 사용법을 찍어서 올렸어요. 우리 둘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빨래하는 모습을 올린 거죠. '자, 이제 헹구세요! 이제 살짝 건져서 비트세요! 끝났습니다!' 같은 말을 섞어가면서요(웃음)."

    옷에 뿌리면 은은하게 향기가 배는 '패브릭 프레시'는 런드레스의 또다른 인기 상품. 위팅은 최근 '서울 향기(Seoul fabric fresh)'라는 제품도 만들었다.

    "남산타워에 갔었어요. 숲 향기 꽃향기가 섞인 바람이 밀려오더라고요. 그 느낌을 되살려서 장미와 재스민, 바질 향기를 섞어봤어요. 이것만 뿌리면 전 세계 어디에 있어도 서울에 있는 것 같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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