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에 스마트폰… '스몸비 키즈' 만드는 엄마들

입력 2017.03.31 03:06 | 수정 2017.03.31 07:34

[공공의 적 '스몸비' 1300만명] [8·끝] 아이 달래려다 민폐

비행기 안에서 아이가 떼쓰자 스마트폰 동요 영상 틀어줘… 옆자리 승객들 휴식 방해
극장서 아이에 스마트폰 쥐여줘… 관람 중 '뽀로로' 흘러나오기도
"스마트폰에 의지하는 육아… 유아 때부터 중독 만들 위험"

지난달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탄 문모(31)씨는 "50분이 5시간 같았다"고 했다. 네 살쯤 돼 보이는 아이가 울고불고 떼를 쓰자 엄마가 스마트폰으로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 노래가 나오는 영상을 틀었기 때문이다. 문씨가 "너무 시끄러우니 소리를 좀 줄여달라"고 하자, 아이 엄마는 오히려 "세 살짜리 귀에 이어폰이라도 꽂으라는 거냐. 아이 안 키워봤으면 말을 마시라"고 따졌다. 승무원 김모(29)씨는 "기내에서 헤드폰 착용은 기본 예절인데, 아이를 달랜다며 막무가내로 스마트폰 영상을 트는 엄마들 때문에 승객들 간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고 했다.

공공장소에서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동요 영상 등을 틀어주는 엄마가 많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영화관이나 식당에서 아이가 울면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거나, 안아서 어르고 달랬다. 하지만 최근 일부 엄마는 '우는 아이에게 스마트폰 영상을 틀어주면 울음을 뚝 그친다'는 입소문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우는 아이에 스마트폰… '스몸비 키즈' 만드는 엄마들
/박상훈 기자
대학생 이경은(23)씨는 최근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를 보다가 귀를 의심했다. 영화 상영 도중 난데없이 애니메이션 '뽀로로' 주제가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이씨 앞좌석에 앉은 아이 엄마가 좌석에서 방방 뛰며 산만하게 구는 아들을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뽀로로 영상을 튼 것이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준 엄마는 다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주변 관객들이 "음악이 중요한 뮤지컬 영화에 이게 무슨 짓이냐" "애 엄마가 생각이 있는 거냐"고 항의하자 아이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영화관을 황급히 빠져나갔다. 이씨는 "스마트폰 불빛만 해도 영화에 방해가 되는데 이어폰도 없이 노래를 틀다니 기가 막혔다"고 했다.

영화관에서 스마트폰으로 민폐를 끼치는 관객이 늘어나면서 '관크'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critical)'의 준말로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대형 영화관 사이트에는 "동요 트는 '관크'는 영화관 측에서 블랙리스트로 지정해 출입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항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육아 행태는 병원에서도 논란이 된다. 지난해 11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신장암 수술을 받은 김화태(58)씨는 "옆 환자 병문안을 온 애 엄마가 세 살 정도 딸에게 스마트폰 동영상을 온종일 틀어줘서 쉬지를 못했다"며 "내가 이어폰을 건네자 그제야 스마트폰을 끄더라"고 했다. '식당에서 스마트폰 영상 틀어주는 엄마들 때문에 식사를 망쳤다'거나 '조용히 식사하러 간 고급 식당에서 왜 내가 동요를 듣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피해 사례도 많다.

엄마들은 "아이가 울며 떼쓰는 것보다는 스마트폰 영상 보며 조용해지는게 낫지 않으냐"는 입장이다. 주부 박모(34)씨는 블로그에 "스마트폰 거치대는 육아 필수품"이라며 "아이를 조용히 시키는 데 이만한 방법이 없는 데다 교육용 앱을 틀어주면 아이에게 나쁘지도 않다"고 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모가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아이가 일찍 스마트폰에 중독될 위험이 높다고 지적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전국 약 1만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모가 스마트폰이 없으면 금단증상을 보이는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인 경우 유아 자녀가 위험군에 속하는 비율은 23.5%로 나타났다. 김은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요즘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쥐여주는 엄마들을 보면, '스마트폰이 없었으면 어떻게 아이를 키울까' 의문이 들 정도"라며 "어린아이의 스마트폰 중독은 주변에 민폐일 뿐 아니라 아이의 정서나 지능 발달에도 해가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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