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SF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입력 : 2017.03.30 03:03 | 수정 : 2017.03.30 11:35

    [전성기 시작된 과학 소설]

    알파고 등 인공지능 대두… '마션' '컨택트' 등 영화화 성공
    출간 종수·판매량 30% 이상 늘고 브랜드 론칭에 글쓰기 강좌도
    "SF 작가와 독자 저변 넓혀야"

    출판사 동아시아는 최근 SF 브랜드를 하나 만들기로 결정했다. 과학 전문으로 유명한 이 회사의 행보는 출판계에서도 화제다. 이름은 '허블'(Huble). 허블망원경처럼 그간 닿지 못했던 영역으로 시선을 뻗겠다는 야심이 담겼다. 한성봉 대표는 "'헝거게임' '마션' '컨택트'처럼 흥행 영화 대부분이 탄탄한 SF소설을 원작으로 한 경우가 많다"며 "SF소설이 과학과 문학이 결합한 고도의 서사문학이라는 평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SF의 최근 성장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꾸준히 감소 추세였던 SF서적 출간 종수가 지난해부터 72권을 기록하며 32% 증가했고, 마이너스를 계속하던 판매량 역시 37% 뛰었다.

    ◇인공지능 시대, SF의 각광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SF소설의 호황은 알파고, 3D프린터, 제4차산업혁명 등의 새로운 조류가 밀려들면서 상상과 현실의 접점이 커졌기 때문. 1932년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인간복제의 원리를 묘사했고, 1996년 복제양 돌리가 탄생했다. SF의 거장 아서 클라크가 1945년 예견한 인공위성 통신서비스는 1964년 실현됐다. SF가 제공하는 미래 창조의 통찰력이 수차례 입증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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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 시대의 미래를 그린 상상도. SF 소설이 펼쳐낸 상상은 대개 현실이 됐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SF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가 1950년 쓴 소설 ‘아이로봇’에서 먼저 등장했고, 2014년 구글이 시제품을 공개했다. /Shutterstock

    지난 13일 출간된 책 'SF의 힘'(추수밭刊)의 저자인 SF작가 고장원씨는 "SF가 대중문화의 강력한 아이콘으로 등장한 까닭은 SF 자체가 꿈을 주는 동시에 현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명현상을 계속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여기에 아서 C. 클라크 탄생 100주년 등의 이벤트가 겹치면서 열기가 고조됐다. 지난달 국내 완간된 클라크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황금가지刊)는 2만부를 찍었다. 이에 발맞춰 시공사도 5월쯤 SF 3대 거장 로버트 A. 하인리히 걸작선 5편을 낼 계획이다.

    ◇스크린셀러 돌풍, 영상화 단골 소재

    SF소설의 성장세에는 영화의 성공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컨택트'의 원작은 미국 작가 테드 창이 쓴 '당신 인생의 이야기'다. 지난해 10월 엘리에서 출간된 이 책은 7쇄를 찍었고 2만부가 팔려나갔다.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은 "영상화의 성공이 외형적인 SF의 성장과 재각광을 이끌어냈다"며 "최근 여러 출판사에서 SF소설 출간 상담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SF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 2015년 수상작인 중국 작가 류츠신의 '삼체'(三體) 역시 내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화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출범한 SF전문출판사 아작 박은주 발행인은 "거의 매주 국내 에이전시로부터 '영상 판권이 팔렸다'며 외국 소설 번역·출간을 제안받는다"면서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아작이 펴낸 책 '리틀브라더' '이중도시' '사소한 정의' '익스팬스'도 영화·드라마용 판권이 팔렸다.

    ◇여성 독자 증가… "SF작가·독자 저변 넓혀야"

    출판계에서는 꾸준히 활동하는 국내 작가를 20여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작은 시장이지만 여성 팬이 늘고 있는 건 괄목할 만하다. 예스24 집계 결과, 지난 5년간 SF서적 판매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40대 여성이었다. 출판사 황금가지는 여성·청소년 층을 타깃으로한 YA(Young Adult) 3부작 '레드라이징' 시리즈를 다음 달 완간한다. 김준혁 주간은 "SF소설이 어렵다는 편견을 줄이고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려는 노력"이라며 "SF독자의 저변을 넓힌다는 취지에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비출판사 유재건 대표가 세운 출판문화공간 엑스플렉스는 지난 1~2월 'SF 글쓰기' 강좌를 진행했고, 4~5월 2기를 준비 중이다. 관계자는 "남녀 불문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직장인들의 반응이 가장 뜨겁다"고 말했다. 국내 SF작가의 작품만을 출간하는 출판사 온우주 이규승 대표는 "국내에선 '공상과학'이라는 오역 탓에 평가절하돼 확장이 더뎠다"면서 "SF소설을 교과서에 싣는 미국처럼 유년부터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국내 시장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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