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머리가 커진 건 바나나 때문이라는데…

    입력 : 2017.03.29 20:07

    /조선DB

    생물학자에게 영장류(靈長類)가 다른 동물과 가장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모두 커다란 머리를 꼽을 것이다. 특히 인류는 먼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래 지난 300만년 동안 두개골의 부피가 3.5배나 커졌다. 머리가 커진 만큼 지능도 발전해 인류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다. 왜 영장류는 머리가 커진 것일까. 최근 그 원인을 두고 과학계에서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바나나가 원숭이 머리를 키웠다

    지금까지 정설은 ‘사회적 뇌 가설’이었다. 간단히 말해 영장류가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의사소통을 하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고도의 인지능력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뇌 기능이 크게 발전해야 한다. 자연 머리가 큰 개체들이 생존에 유리해지면서 머리가 점점 커졌다는 설명이다.

    미국 뉴욕대의 알렉스 드카시엔 교수 연구진은 이런 사회 가설에 반기를 들었다. 예를 들어 오랑우탄은 집단생활을 하지 않지만 인간과 마찬가지로 머리가 계속 커졌다는 것이다. 드카시엔 교수는 지난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학과 진화’에 다른 답을 내놓았다. 바로 원숭이나 침팬지 하면 떠오르는 바나나이다.

    뇌는 에너지를 엄청 쓴다. 가만히 있어도 인체가 쓰는 에너지의 5분의 1을 소비할 정도다. 과일에는 당분과 같이 바로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영양분이 풍부하다. 즉 영장류가 과일을 먹기 시작하면서 뇌가 커질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여우원숭이에서 침팬지, 인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있는 140여 종의 영장류를 대상으로 식생활과 뇌 크기 진화를 분석했다. 기존 연구보다 3배나 많은 종을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과일을 먹는 영장류가 나뭇잎을 먹는 영장류보다 머리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가설과 과일 가설은 보완적

    하버드대의 리처드 랭엄 교수는 “호모 에렉투스 이후 200만년 동안의 진화과정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음식을 익혀 먹은 것”이라며 “주식이 과일로 바뀐 것 역시 인류 진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회적 뇌 가설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과일 가설에 동의하지 않았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로빈 던바 교수는 “인지나 공감각력, 언어능력과 관여된 부분은 대뇌 중에서도 신피질”이라며 “사회집단이 커질수록 신피질이 커졌다는 것은 어느 영장류에서나 확실하다”고 말했다. UC 리버사이드 인류학과의 이상희 교수는 “고에너지원인 과일 먹기가 에너지를 많이 쓰는 뇌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과일을 먹는 게 삶과 죽음을 갈라놓는 문제가 아니라면 뇌를 키운 원인인지 뇌가 커진 결과인지 말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일단 양측은 “사회 가설과 과일 가설은 상호보완적”이라는 데에는 합의했다. 과일은 쉽게 구하기 어려운 만큼 사회집단이 크고 지능이 발달해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질문처럼 머리를 키운 첫 번째 원인을 물으면 양측 모두 기존 입장들을 고수했다,

    ◇머리 크기보다 혈류량 증가가 핵심

    호주 아들레이드대 로저 세이무어 교수는 인류 진화를 설명하려면 머리 크기의 증가보다는 혈류량의 변화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인류 조상들의 두개골 화석을 분석한 결과 지난 300만년 동안 두개골의 크기는 3.5배 커진 반면, 혈류량은 무려 6배나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은 경동맥이다. 두개골의 아래쪽을 보면 턱 좌우로 경동맥이 들어가는 구멍이 있다. 빌딩이 클수록 배관 크기가 커지듯 이 구멍의 크기로 혈류량을 추정할 수 있다. 연구진은 300만년 전 인류의 조상은 1초에 1.2밀리리터(mL)의 혈액을 뇌로 보냈지만 지금은 초당 7mL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수퍼컴퓨터의 용량이 커질수록 전기를 많이 쓰듯 지능이 발달할수록 뇌신경세포의 활동량이 급증하면서 산소 소비량이 늘어난다. 그만큼 진화과정에서 경동맥의 지름도 커졌다는 것. 결국 인류의 진화를 이끈 원동력은 두개골의 크기보다는 뇌 혈류량의 증가라는 말이다. 세이무어 교수는 영국 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다른 영장류 34종은 뇌 혈류량이 두개골 크기에 비례해 커졌다”며 “유독 인류의 조상만이 뇌 크기보다 혈류량의 증가 속도가 더 빨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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