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작년 5월25일 페이스북에 “경상남도가 5월31일부로 채무가 제로(0)로 된다”고 썼다. 3년 6개월 동안 지속적인 행정개혁, 재정개혁, 예산개혁으로 “땅 한 평 팔지 않고, 1조4000억에 이르던 채무를 하루 11억 원씩 갚았다”고 했다.

6월1일엔 '광역자치단체 최초 채무 제로 선포식'을 가졌고, 이 '업적'은 그가 대선 출마에 나서는 중요한 무기가 됐다.


어떻게 가능했나
경상남도에 따르면, 채무 상환을 위한 재원 마련은 ▲선심성 사업 폐지(3338억원), ▲보조사업 재정점검(793억원), ▲진주의료원 폐쇄(615억원), ▲지역개발기금의 효율적 운영(2660억원), ▲은닉 세원 발굴(1598억원), ▲비효율적 기금 폐지(1377억원) 등이었다.

2013년 1월 경남도의 채무는 1조3488억원. 하루 이자만 1억원에 달했다. 한국컨설팅산업협회에서는 경남도의 재정 상태를 파산의 전 단계인 ‘재정고통단계’로 분석했다.

결국 경남도는 무분별한 선심성 사업 폐지(3338억원), 보조사업 재정점검(793억원), 복지누수 차단(588억원), 낭비성 예산 구조조정(624억원) 등을 실시했다. 적자에 허덕이던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았고, 경남개발공사·마산의료원·경남문화예술진흥원 등도 구조조정(615억원)을 했다.

또 재정에 가장 큰 부담이 됐던 거가대로의 실시협약 내용을 최소수입보장방식(MRG)에서 비용보전방식(SCS)으로 변경해 1186억원의 채무를 상환했다.

주머니만 바뀐 뭉칫돈들
그러나 빚 갚는데 들어간 '큰 뭉칫돈' 중 일부는 '호주머니'만 바꿔 찬 경우도 적지 않다.

12개 ‘비효율적’ 기존 기금을 없애고 그 돈 1377억원을 일반회계로 옮겨 빚을 갚았다. 중소기업육성기금(823억원), 체육진흥기금(110억원), 자활기금(30억원), 노인복지기금(30억원), 기초생활보장수급자장학기금(28억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경남도는 “기금은 폐지했지만 기존 사업 예산 303억원은 일반회계를 통해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좋은예산센터'의 이상석 부소장은 경남CBS와의 인터뷰에서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존치하는 기금을 폐지하고, 일반예산으로 편성해서 필요하면 주려면 예측이 정확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돈이라는 것이 쓸 곳이 정해져 있는 것인데, 실상 행정에서 100%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재정개혁’에 해당하는 지역개발기금의 효율적 운영 2660억원은 기존에 적립한 기금의 운용 이익금이다. 26년 동안 쌓인 2660억원의 이자 수익을 빚 갚는 데 쓴 것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재원 창출이 아니라, 원래 있던 돈이었다는 뜻이다.

경남도는 또 2016년에 18개 시·군에 지급해야 할 조정교부금 3444억원 중에서 1566억원만 편성했다. 그나마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뒤였다. 작년에 미지급된 1877억원은 사실상 경남도가 그 금액만큼의 채무를 안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김지수 경남도의원·시사저널 2016 년 6월7일 인터뷰)

그래서 작년 5월30일 더불어민주당 경남지방의원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경남도는 채무 제로 달성을 위해 시·군에 줘야 할 돈을 주지 않거나, 지원 비율을 일방적으로 조정해 낮추고 있다. 경남도의 채무 제로는 특정인의 정치적 치적 홍보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녹색당, 정의당에서도 경남 18개 시 군의 부채와 재정 어려움은 외면한 ‘자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팩트 검증 총평 검증기준

홍 지사의 ‘채무 제로’를 이루기까지에는 각종 선심성 예산이 천편일률적인 지방축제를 줄이고, 행정 개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는 기존에 있던 돈을 통폐합해 빚 갚는데 쓰고, 일부는 경남 지자체의 고통 속에 이뤄졌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일부만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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