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먹는 하마' 대우조선에 5조8000억 추가키로…총 13조원 삼켜

    입력 : 2017.03.23 14:49 | 수정 : 2017.03.23 16:40

    정부와 채권단이 침몰 위기의 대우조선해양에 신규 자금 2조9000억원을 포함한 총 5조8000억원짜리 추가 지원 방안을 23일 새로 내놨다. 2015년 10월 정부와 채권단이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더는 추가 지원은 없다”고 확언했지만, 1년 5개월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작년 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가진 대우조선 채권 2조9000억원어치를 출자전환한 것까지 더하면 불과 1년5개월새 대우조선 살리기에 12조8000억원을 투입하는 셈이다.

    정부는 “최근 종합 실사를 해보니 대우조선이 내년까지 3조원에서 최대 5조1000억원의 자금 부족을 겪을 것으로 드러났다”며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고려할 때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스스로 내놓은 자구안 이행률이 현재 3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밑 빠진 독’에 7조원어치 혈세를 추가로 들이붓는 것이 잘하는 결정인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진해운은 죽이고 대우조선은 살리는 정부의 원칙 없는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정부의 추가 지원방안이 발표된 23일 오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연합뉴스


    ◇10조 혈세 빨아들이는 대우조선

    이날 정부와 채권단이 내놓은 대우조선해양 지원책은 크게 두 부문이다. 우선 순수 운영자금으로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시중은행과 사채권자 등에 진 빚(3조8000억원)을 대우조선 지분으로 돌리는 식으로 출자 전환(2조9000억원)하거나 만기를 연장(9000억원)해주는 채무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받아야 할 돈을 부실기업의 지분으로 바꾸는 셈이어서 대우조선이 회생하지 못하면 날리게 된다.

    이런 지원 방안과 관련해 채권자들끼리 채무조정 합의가 잘 안 될 경우, 법정관리의 일종인 ‘사전회생계획제도(P-Plan)’를 추진할 계획이다. ‘P-Plan’은 회생법원 설립을 계기로 도입되는 새로운 구조조정 모델로, 법원이 3개월 안에 빚을 신속하게 줄여준 뒤 채권단이 준비한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런 지원책의 대가로 대우조선 노사에 ▲올해 총 인건비 25% 추가 감축 ▲내년 상반기까지 직영인력 1000명 이상 추가 감축 ▲해양플랜트 사업 사실상 정리 ▲자산매각 신속 추진 등을 뼈대로 한 자구계획 이행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런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현재 2732%에 달하는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이 오는 2021년 말 257%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구안 이행률 34%인데…대선 코앞 大馬不死?

    그간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직접 지원금에 채권 출자전환, 만기연장에 소요된 비용, 이번에 나온 추가 지원계획까지 합치면 이제까지 대우조선이 빨아들인 돈은 10조원이 넘는다. 십시일반 이 돈을 부담하게 된 납세자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과연 7조원 가까운 돈을 추가로 지원하면 회사가 살아나긴 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하고 있다.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1300여개 협력업체가 도산하면 조선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금융기관 피해액이 최대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직영인력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인력까지 총 5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산은은 대우조선 국가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57조~6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정부가 ‘조선 빅3 체제’를 유지하는 내용의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지난해 내놓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가장 먼저 이행돼야 할 대우조선 측의 자구계획 이행 수준이 30%대에 머무른다는 점은 추가지원 명분을 퇴색시킨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자구안 이행률 57%)이나 삼성중공업(40%)과 비교해도 미진한 수준이다. 이제까지 대우조선이 인력 1만여명을 줄였지만, 대부분이 하청업체 직원이고, 줄어든 정규직 숫자에는 정년퇴직이나 자발적 퇴직자 등 자연 감소분이 상당해 실제 뼈를 깎는 고통은 얼마 없었다는 지적이다. 노조가 추가 인건비 감축 등에 합의할지도 미지수다.

    23일 오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정치권이 추가 지원에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꼭 이 같은 결정을 내렸어야 하느냐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우조선 문제는 미루지 않는 것이) 현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라며 “차기 정부의 원활한 경제 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10조원을 삼키는 대우조선이 살아날지는 앞으로의 조선업황에 달렸다.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은 조선업황이 작년을 저점으로 점차 개선될 것이며, 올 하반기부터는 강화된 환경 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 교체수요 등이 상당해 2018년엔 발주량이 호황기의 70%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이 2015년 10월 4조2000억원어치 지원 결정을 내릴 때 역시 클락슨을 비롯한 업계 전망기관의 수치에 바탕으로 했었고 이 수치는 크게 어긋나 결국 추가 지원금을 넣게 된 마당이어서 대우조선과 정부, 채권단은 천수답(天水畓·빗물에 의지해 경작하는 논)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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