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연맹, '50억 공들인 평창수트' 왜 하필 지금 바꾸려하나

    입력 : 2017.03.22 17:54

    대한민국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승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금빛 질주를 기대하고 있는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대표팀이 때아닌 '유니폼 교체' 논란에 휩싸였다.
    '빙속황제' 스벤 크라머
    대한빙상연맹은 2012년 스포츠 용품업체 휠라(FILA)와 후원계약을 맺었다. 지난 5년간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은 네덜란드의 전문업체 스포츠 컨펙스가 만들어 휠라에 독점 공급하는 유니폼을 입어왔다. 평창올림픽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지난 15일 빙상연맹은 휠라에 '재계약 협상 결렬'을 통보했다. 지난 2년간 50억원의 연구 개발비를 투자한 '평창올림픽 수트' 제작에 박차를 가하던 중이었다. 빙상연맹은 22일 "유니폼 업체 선정을 놓고 태스크포스(TF) 팀을 만들어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빙상연맹, '유니폼 교체' 논란 왜?
    평창동계올림픽은 글로벌 스포츠용품 업체들의 격전지다. 그중에도 이승훈, 이상화, 김보름(이상 스피드스케이팅), 심석희, 최민정(이상 쇼트트랙), 차준환(이상 피겨스케이팅) 등 메달 후보들이 즐비한 빙상 종목은 최고의 노출 효과, 광고 효과가 보장되는 종목이다. 스포츠용품 업체라면 어디든 스폰서십 계약에 가장 눈독 들일 만한 종목이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전폭적인 후원을 이어온 휠라의 아성이 공고했고, 스케이팅 수트의 전문성과 기술력이 절대적인 탓에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재계약을 낙관했다.
    지난 1일 휠라와 빙상연맹의 후원 계약이 만료된 후 15일까지 휠라와 '재계약 우선 협상'을 진행한 빙상연맹은 최근 '협상 결렬'을 통보했다. 경기중 유니폼이 찢어진 2년 전 사고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당시 이승훈이 유니폼이 찢어지는 사고로 매스스타트에 출전하지 못한 점, 지난 1월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때 쇼트트랙 최민정이 넘어지는 과정에서 방탄 유니폼이 찢어지며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한 사례를 지적했다.
    이승훈의 유니폼 사건은 알려진 대로 빙상연맹이 경기복 의무 규정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해 급하게 제작하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였다. 수작업에 2~6개월은 걸리는 방탄 유니폼을 2주 전에야 발주하며 결국 문제가 생겼다. 최민정의 경우는 오히려 '방탄 소재' 유니폼 덕에 더 큰 사고를 예방했다는 시각도 있는게 사실이다. 휠라 측은 "수시로 선수들을 대상으로 유니폼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한국대표팀 선수들이 유니폼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일각에선 새 스포츠용품 업체를 내정해둔 것은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불거지고 있다.
    ▶'경기복' 기술력의 차이
    지난 5년간 빙상국가대표팀이 입어온 유니폼은 '빙속 1강' 네덜란드 대표팀, '빙속황제' 스벤 크라머, 요리트 베르스마 등이 착용하는 유니폼과 똑같은 제품이다. 휠라는 2014년 소치올림픽부터 스포츠 컨펙스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네덜란드왕립빙상연맹을 후원하며, 네덜란드 대표팀과 똑같은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독점 공급받아왔다. 0.001초가 승부를 가르는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수트 기술력의 차이는 메달색을 좌우한다. '빙속황제' 스벤 크라머로 대표되는 '빙속강국' 네덜란드가 소치동계올림픽에서 23개의 메달을 휩쓸며 급부상한 데는 '보이지않는' 기술력의 차이가 컸다
    '빙속강국' 네덜란드의 기술력을 그대로 가져왔다. 선수들은 네덜란드에서 공수된 첨단 유니폼을 입고 국제대회에서 수많은 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와 네덜란드 에이스들이 이 경기복을 착용하고 세계기록을 달성하며 '첨단 수트'의 퀄리티를 입증했다. 평창올림픽을 겨냥해 연구개발비 50억 원을 투자했다. 7월 '평창 올림픽 수트' 공개를 목표로 80% 이상 제작 공정을 진행한 시점에 변수가 생겼다.
    ▶왜 하필 이 시점에…
    평창동계올림픽이 1년도 안남은 시점, 선수들은 경기력에만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할 시기다. 스케이팅은 민감한 종목이다. 스케이팅 유니폼은 얇고 편안하되 얼음과 스케이트날로부터 선수를 보호할 수 있도록 방탄복과 같은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 쇼트트랙의 경우 '홑겹'으로 얇고 신축성 있는 '풀 방탄 유니폼'을 제작하는 기술력은 독보적이다. 한국, 네덜란드를 제외한 국가의 선수들은 방탄내복을 입고 그 위에 경기복을 겹쳐입는다. 경기복이 교체될 경우 심석희, 최민정도 '2겹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경기복 적응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평창올림픽이 임박한 시점에서 개발과 제작, 선수 착용 테스트에만 수개월이 소요되는 경기복의 특성상, 새로운 실험은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지난 5년간 최고의 경기력을 연마해온 선수들과 빙상연맹, 이들을 위해 수십억 원을 투자해온 후원사가 평창에서 최고의 결실을 맺어야 할 시점에 흘러나온 불협화음은 걱정스럽다. 올림픽은 실험의 무대가 아닌 검증의 무대다.
    소치올림픽 당시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 3연패에 실패한 미국의 샤니 데이비스는 "새 스케이팅 유니폼이 문제였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브라이언 핸슨 역시 "올림픽 직전에 지급된 유니폼에 대한 실전 적응이 늦어지며 선수들의 경기력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지는 이유다.
    빙상연맹 측은 "경기복은 선수 경기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충분히 폭넓게 검토할 계획이다. 휠라를 포함한 각사 제품을 상세히 검토하고 있다. 언제 결정이 될진 지금으로선 미지수"라고 밝혔다. 선정 기준에 대해 "제일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만족도다. 선수들이 만족해야 경기력이 좋아진다"고 답했다. 특정 브랜드를 내정해둔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서는 "특정 업체, 특정 브랜드는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우리 선수들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영지 sky4us@sportschosun.com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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