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미국 연방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차기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공화·민주 양당 의원 모두 5·9 대선 이후 들어서는 한국 신(新)정부의 대북 정책 변경 가능성을 거론했다. 브래드 셔먼 민주당 하원의원은 "개성공단에서 힘들게 번 노동자의 돈이 김정은 정권을 유지하는 자금으로 쓰인다"며 개성공단 재개에 반대했다. 앤 와그너 공화당 하원의원은 "한국의 차기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차기 한국 대통령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를 백지화하거나, 북한 제재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커지고 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방한한 미 국무부의 조셉 윤 대북 정책 특별대표는 우리 외교관보다는 대선 출마 정치인이나 그 참모들을 만나는 데 더 주력했다. 특히 민주당의 안희정 충남지사,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외교·안보 정책 전문가들을 만나서 이들의 대북 정책을 탐색했다. 매우 이례적인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불안한 느낌마저 준다.

미 행정부와 의회가 차기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우려하는 것은 집권 가능성이 큰 민주당 후보들이 급격한 대북 정책 전환을 공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 전 대표는 당선되면 2억달러가량이 김정은에게 흘러가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즉각 재개하겠다고 공언했다. 북핵 방어용인 사드도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문 전 대표의 대북 정책이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유엔 대북 제재 결의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사드까지 철회한다면 양국 공조의 파탄이 현실화할 것이다.

만약 민주당이 집권하고 한·미 간 정책 차이가 걱정처럼 표면화할 경우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것은 김정은이고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안보 위기에 몰릴 우리 국민과 한·미 동맹이다. 노무현·부시 행정부 사이의 정책 부조화가 북한의 핵실험과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도왔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처럼 기존 정치인들과는 셈법이 전혀 다른 미국 대통령과 다른 문제도 아닌 민감한 안보 문제로 충돌하게 된다면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한국의 다음 정부가 그 길을 가겠다면 한·미 동맹 아닌 다른 어떤 방법으로 국민을 지킬 것인지 국민에게 먼저 설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