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3월은 주총 시즌, 무슨 일을 하나

재계에선 3월을 흔히 '주총 시즌'이라고 합니다. 기업들의 주주총회(株主總會)가 집중되는 시기라는 뜻이지요.
특히 오는 24일은 12월 결산 상장사 2052곳 중 45%에 달하는 900여곳이 주총을 여는 이른바 '수퍼 주총 데이'입니다.
주총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결산 후 90일 이내에 실시해야 합니다.

    입력 : 2017.03.24 08:59 | 수정 : 2017.03.24 09:59

    수퍼 주총 데이

    재계에선 3월을 흔히 '주총 시즌' 이라고 합니다. 기업들의 주주총회(株主總會)가 집중되는 시기라는 뜻이지요. 특히 오는 24일은 12월 결산 상장사 2052곳 중 45%에 달하는 900여곳이 주총을 여는 이른바 '수퍼 주총 데이'입니다. 주총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결산 후 90일 이내에 실시해야 합니다.

    여느 해와 비교해 볼 때, 올해 주총에는 해당 기업 주주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면서, 기업들은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기업들은 이사회 구성부터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총에서 기업들이 말만 아니라, 실제 그런 의지가 있는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총과 이사회는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요?

    주총, 주주가 참석하는 회의
    결산 재무보고·임원 선임 등 상정
    안건에 대해 '1株 1의결권' 행사,
    일상적인 경영 활동은 이사회 몫
    주총서 이사 선·해임 등으로 통제

    ◇ 주총은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

    주총은 '주식회사의 주인인 주주'가 참석하는 회의입니다. 회사의 중요 사항을 의결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이지요. 주총은 보통 매년 1회 결산을 위해 열리는 정기주총과 필요에 따라 수시로 열리는 임시주총으로 나누어집니다.

    주총의 소집은 상법에 따라 3%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1.5%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가 소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격을 갖춘 헤지펀드나 기관 투자자들이 주총을 소집할 수 있는 거지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부분 이사회가 주총을 소집합니다.

    주주의 의결권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라 '1주(株) 1의결권'이 주어집니다. 민주주의에서 선거 때 '1인 1표'와 기본적으로 같습니다. 선거는 대리 투표가 안 되지만, 주총은 직접 참석이 어려울 경우 위임장을 통해 대리행사를 할 수 있다는 건 다른 점입니다.

    소집이 결정되면 회사는 소집 절차를 밟아 '주총 2주 전'에 주주에게 서면으로 주총 소집일과 장소, 목적 등을 통지합니다. 주총이 특정 날짜에 몰리는 것에 대해 논란이 있습니다. 여러 기업의 주주일 경우, 날짜가 겹쳐 주총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업들이 이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날짜를 맞추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지요. 하지만 재계의 입장은 다릅니다. 국내 기업은 대부분 12월 결산을 하기 때문에, 주총을 준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3월 중·하순에 주총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합니다.

    (왼)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시 퀘스트센터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총회 현장 (오)중구 삼성생명 빌딩에서 열린 제일모직 주주총회 내부모습 /조선DB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의 주총은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진행되는 편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업들의 주총이 겹치다 보니, 많은 주주가 참석하기 어렵습니다. 또 상정된 안건에 대해 별다른 논쟁도 없이, 회사의 뜻대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지요. 이 때문에 국내 상장사의 주총 시간은 평균 30분 남짓에 불과합니다.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Buffett)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 주총이 주주들과 축제처럼 치러지는 것과는 대조됩니다. 국내에선 외국인 주주가 절반이 넘고, 일반인도 관심이 많은 삼성전자 정도가 예외적으로 3시간 넘는 주총을 하지요. 또 국내 주총은 재무·주주 등 회사의 주요 정보가 담긴 '사업보고서'가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전에 열립니다. 이러다 보니, 주주들이 안건을 충분히 검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를 의식해 기업들은 전년도 실적 등은 미리미리 공시 등을 통해 알리고 있지요.

    이사회

    그렇다면 주총은 어떤 역할을 할까요? 그걸 알기 위해선 '이사회'도 함께 알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 경영과 관련된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기구가 주총과 이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주식회사의 일상적인 경영 활동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곳이 이사회입니다. 투자 전략이나 신사업 진출의 결정과 진행 등 회사의 운영에 관한 결정권이 이사회에 있지요. 주주는 주총에서 이사를 선임·해임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이사회를 통제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볼까요? 주총의 결의 사항에는 보통결의와 특별결의가 있습니다. 보통결의 사항은 이사와 감사의 선임, 재무제표의 승인, 주식 배당, 임원 보수의 결정 등의 사항을 말합니다. '출석한 주주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으로 결의합니다. 특별결의사항은 정관의 변경, 이사와 감사의 해임, 영업의 양도, 합병, 자본의 감소 등 회사나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중요한 사항입니다.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으로 가결합니다.

    올해도 상장사들의 정기 주총에는 대개 ▲결산 재무보고와 배당안건 ▲회사의 규율인 정관의 제·개정 ▲회사를 운영하는 임원(이사·감사) 선임 ▲이들의 보수 한도를 정하는 안건들이 상정돼 있습니다.

    상장기업 공시시스템(dart.fss.or.kr)에 들어가 12월 결산 기업을 검색해 보면, '주주총회 소집결의'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해당 기업의 주총 날짜와 장소, 주요 의안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산 2조원 이상 땐 '감사' 둬야
    사외이사 3분의 2이상으로 구성
    이사의 직무 집행에 대한 감사 등
    일부 주주에 이익 쏠림 견제
    최근 기업들 외국인·전문가 영입

    ◇이사회에서 투자 등 주요 사안 결정… 감사위원회가 결재 역할

    주주들이 참여하는 주총과 함께 주식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이사회입니다. 주식회사는 소유(주주)와 경영의 분리를 기본 구성 원리로 합니다. 이사는 주주를 대신해 회사의 경영을 담당합니다. 이사회는 이런 이사들로 구성된 상설기관입니다. 상법에 규정된 주총의 권한 사항이 아닌 것은 대부분 이사회가 결정합니다. 다만 '회사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정관(定款)을 통해 주총과 이사회가 의결해야 하는 사항을 규정할 수 있습니다.

    이사회는 주총의 결의로 선출되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구성됩니다. 기업의 대표이사는 정관에 다른 규정이 없는 한 주총이 아니라 이사회에서 선출하게 됩니다. 사외이사는 사내이사처럼 기업 내부에 상주하면서 근무하지 않고, 각자 본인의 주된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비상근), 회사의 의사결정 사항이 있을 때 이사회 회의에 참석하는 회사 밖의 등기임원을 지칭합니다. 기업의 경영진이 대주주나 일부 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경영할 때, 이를 적절히 견제해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인 사외이사가 다수 차지하는 한미은행의 2001년 정기이사회 /조선DB

    하지만 사외이사들이 이런 '경영진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기업들은 외국인이나 해당 분야 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해, 실질적인 견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감사(監事)

    기업에서 주총과 이사회 이외에 또 하나 중요한 조직이 '감사(監事)'입니다. 기업의 이사회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조직이 상근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입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감사위원회를 따로 설치해야 합니다. 한국의 감사위원회는 회계에 관한 권한 외에, 상법상 감사가 갖는 권한을 동시에 갖고 있어서 외국의 감사위원회보다 더욱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이사의 직무 집행에 대한 감사뿐 아니라, 회사·자회사에 대해 영업 관련 정보를 요구하고 재산에 대해 조사할 수 있는 권한도 있지요. 이러한 권한에 따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중요합니다.

    이런 회사의 기본 구성 원리를 염두에 두고, 정기 주총 시즌이 끝나기 전에 관심 있는 회사의 주총 안건과 이사 선임 등을 꼼꼼히 챙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 대기업 주총 이슈는 지주사 전환

    우리나라 상장사 절반가량이 오는 24일 한꺼번에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3월 마지막 주 금요일 상장사 주총이 몰리면서 소액 주주 참여가 제한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매년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17일까지 정기 주총 일정을 공시한 12월 결산 상장사 2052곳 중에서 45%인 924곳이 24일 주총을 열겠다고 밝혔다. 상장사 두 곳 중 한 곳이 같은 날 주총 날짜를 잡은 것이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제49기 정기 주주총회 모습 /뉴시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핵심 계열사들이 이날 무더기 주총을 연다. 또 SK·롯데·GS·한화·한진·CJ의 주요 계열사들도 24일 주총을 갖는다.

    전문가들은 올해 주요 대기업 주총은 지주회사 전환이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왼)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오)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조선DB

    삼성 계열사 중에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카드,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총이 예정되어 있다.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을 이끄는 전자·생명·물산의 최고경영진 인사는 거의 없다. 이 3사가 공시한 주총 안건을 보면 삼성생명은 김창수 대표이사 사장 연임과 최신형 CPC전략실장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삼성물산은 장달중·권재철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 정도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지배 구조 개편 작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여서 2016년 재무제표와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안건만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총수 부재와 별개로 지주사 전환 작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관련 내용에 대한 추가 설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원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가(家)의 3세 승계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은 필수 불가결 요소로 꼽힌다"면서 이번 주총이 삼성전자 지배 구조 개편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왼)신동빈 롯데그룹회장 (오)롯데월드타워 /조선DB

    롯데그룹 주총의 핵심 이슈도 '지주사 전환'이다. 주총 안건은 아니지만,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만큼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핵심 계열사들의 인적 분할과 합병 등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칠성음료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게 된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38년간 유지해온 롯데쇼핑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게 된다.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도 주총이 예정되어 있다. SK그룹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을 정관에 포함하는 안건을 올려놓았다. SK하이닉스는 효율적인 이사회 운영을 위해 이사 수를 6명 이상 10인 이하로 제한하도록 정관을 개정한다.

    •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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