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수학·과학 맡기고, 우린 감정지능 과목 만들자"

    입력 : 2017.03.21 03:11 | 수정 : 2017.03.21 07:22

    ['인류의 과제에 도전한다' 유발 하라리 교수 인터뷰] [上] AI 시대의 교육법

    - 20년 배워 평생 먹고사는 시대 끝
    여든까지 자기계발해야하는 시대… 뭘 배워야 할지조차 알 수없어
    경직된 사람은 버티기 힘들 것

    - 세계사적 시야를 길러라
    경제·환경 등 상호의존적 문제 '민족' 틀에 갇혀선 못 푸는 시대

    그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학자로 꼽힌다. 이스라엘의 젊은 석학, 유발 하라리(41) 히브리대 교수. 소설도 아닌 학자의 논픽션('사피엔스')이 출간 3년 만에 45개 언어·500만부나 팔려나간 것도 전례를 찾기 힘들지만, 무엇보다 그에게는 통념을 깨는 파격이 있다. 중세를 전공한 역사학자가 유전공학과 인공지능(AI) 연구의 최전선을 인용해 인류의 진화와 미래를 예측하고, 옥스퍼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서구 학자가 매년 두 달 가까이 모든 걸 끊고 '견고한 고독'(위파사냐 명상 수련)에 들어간다.

    지금까지의 저서는 단 두 권,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국내 5월 출간 예정).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그의 '전도사'를 자처한다.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도 필독 리스트에 올렸고, 대통령에서 막 퇴임한 오바마까지 그 대열에 합류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교외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지난 15일(현지 시각) 하라리 교수를 만났다. 직접 열어주는 문 뒤로 3월의 올리브 나무가 연두를 뿜어내고 있었다.


    자신의 집 마당 올리브 나무 앞에 선 유발 하라리 교수.
    히브리대 교수로 발령받은 뒤 하라리가 처음 맡은 수업의 강의 교재가 전 세계 45개 언어로 번역된‘사피엔스’의 초고(初稿)가 됐다. 그는 학생들이 교감(交感)보다 필기에만 집중하자, 아예 강의 노트를 미리 나눠 주고 토론으로 방향을 돌렸다고 한다. 자신의 집 마당 올리브 나무 앞에 선 유발 하라리 교수. /사진작가 Katia Serek
    ―우선 인사부터. 나이 마흔에 스타 학자가 됐다.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3년 전만 해도 나는 무명 교수에 불과했다. 지금은 사람들이 나를 팝스타 대하듯 한다. 지난 주말 3주 일정을 마치고 미국에서 돌아왔는데, 다음 주 월요일에는 독일로 강연을 떠나야 한다. 17년째 계속하는 명상 수련이 없었더라면, 정말 스트레스 때문에 약물에 의존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았을까(웃음)."

    ―중세 전쟁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역사학자가 인류의 기원과 미래라는 '빅히스토리'를 그리게 된 계기는.

    "청소년 시절부터 내 궁금증은 이런 것이었다. 인간은 왜 고통받는가. A는 행복한데, B는 왜 불행한가. 인간은 왜 신을 믿는가. 자본주의는 왜 승리했는가. 하지만 대학은 내 질문에 답을 주지 않았다. 석·박사 과정의 공부는 매우 전문적이었지만, 동시에 매우 좁고 제한적이었다. 나의 근원적 질문과는 양립 불가능했다."

    ―현대의 학자들은 자기 전문 분야 연구하기도 바쁘다.

    "작은 질문과 큰 질문은 연구 방법론부터 달라진다. 정확히 100년 전에 일어난 1917년 볼셰비키 혁명과 레닌이 궁금하다면, 당시 역사를 공부하면 된다. 하지만 남성은 왜 여성을 지배하고 군림했는가가 궁금하다면, 하나의 전공만으로는 어렵다. 뇌과학·진화생물학·경제학·심리학을 함께 공부할 수밖에 없다. 좁은 주제는 좁은 공부를, 넓은 주제는 여러 공부를 하게 만든다."

    ―현대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으로도 들리는데.

    "더 넓게 보자. 개별 국가의 역사 교육은 모두 이기적이다.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역사 위주로, 한국은 한국 역사 위주로 가르친다. 세계사 비중은 작다. 100년 전이라면 이런 교육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다르다. 경제·문화·환경 모두가 상호 의존적이다. 게다가 현대의 난제들은 개별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풀 수 없다. 지구온난화·인공지능(AI)·생명공학 문제를 생각해보라. 그런데도 각 나라는 민족적 시야에만 갇혀 있다."

    ―예를 든다면.

    "가령 생명공학을 보자. 윤리적 이유로 초지능 유전자를 지닌 시험관 아기의 시술을 미국에서 금지시켰다고 치자. 그런데 중국과 북한이 커튼 뒤에서 이를 허용했다. 미국이 가만 있을 수 있을까. 뒤처지고 싶을까. 개별 국가의 규제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과 AI의 도래를 앞두고 비관론자들은 미래를 부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차라리 나는 포기하고 지금처럼 살다 죽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완전한 도래까지는 20~30년이 걸릴 수도 있으니까. 지금의 30~40대도 그런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마저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있다."

    ―역시 교육 문제인가.

    "바로 그렇다. 당신 세대는 그때쯤 늙겠지만, AI와 더불어 30~40대를 살게 될 지금의 10대는 어떻게 하나. 아이들에게 뭘 가르칠 건가는 더 미룰 수 없는 문제다."

    ―당신의 대안은.

    "수학·과학·중세전쟁사 등 개별 과목을 가르치는 건 의미 없다. 그런 공부는 AI가 훨씬 더 잘할 테니까. 우리가 후속 세대에게 가르쳐야 할 과목은 '감정지능(Emotional Intelligence)'과 '마음의 균형(Mental Balance)'이다. 지금까지는 20대까지 공부한 걸로 평생 먹고살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나이 예순에도 여든에도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뭘 새로 배워야 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경직되어 있는 사람, 마음이 유연하지 않은 사람은 버티기 힘들 것이다. 감정 지능과 마음의 균형 감각이 중요한 이유다."

    ―역사학자가 아니라 철학자에 가까워 보인다고, 무례하게 묻는다면.

    "역사학자가 과거를 연구하는 것은 그것을 반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다. 내 책과 말이 미래를 향하는 이유다."

    ☞감정지능(Emotional Intelligence)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잘 다스려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 퇴역 군인들이 약속한 '보너스'를 예정보다 미리 달라고 폭동을 일으키자 그들과 교감하고 설득하며 공공 일자리 중재안으로 타협을 이끌어낸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 대통령, 병력 대부분을 잃고도 "아직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았습니다"라며 위기 때도 자기 능력을 확신한 이순신 장군 등이 높은 감정지능의 소유자로 꼽힌다.

    ☞마음의 균형(Mental Balance)

    마음의 균형은 결국 '평정심' '균형 감각'으로 연결된다. 하라리 교수 주장의 핵심은 나이가 들어도 경직되지 않고, 유연하게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정체성을 어린 시절부터 배워야 한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균형감 있는 심리 상태가 더 나은 업무 수행에 유리하다는 얘기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