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교육은 '일어서서 영화보기'… 앞줄 관객 일어서자 모두가 서서 보는 꼴

    입력 : 2017.03.21 03:03 | 수정 : 2017.03.21 07:27

    [사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4]

    과잉 선행학습 비유하는 표현들

    한국의 과잉 사교육, 선행학습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일어서서 영화 보기'가 자주 쓰인다. 영화관에서 맨 앞자리 관객이 일어서서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그 뒷좌석 관객도 줄줄이 일어서야 해 결국 모두가 서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화관 효과'라고도 부른다. 과잉 사교육도 마찬가지로 다 같이 안 할 수 있는데, 일부에서 시작해 경쟁 심리 때문에 누구나 할 수밖에 없는 피곤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가 2010년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사용했다.

    '공작의 꼬리 경쟁' 예화도 사교육 과열을 비유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꼬리깃털이 길면 맹수의 공격을 피하는 데 불리하다. 그럼에도 공작 수컷들이 긴 꼬리깃털 경쟁을 하는 건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다. 어느 날 한 수컷이 "우리 모두 꼬리에 너무 공을 들이고 있다"며 모두 꼬리를 절반으로 줄일 것을 제안했다. 모두가 이에 동의했는데 결과적으로 아무도 줄이지 않았다. 저마다 "다른 모든 수컷이 꼬리를 절반으로 줄일 때 나는 안 줄여 경쟁에서 앞서겠다. 혹시 다른 공작들이 꼬리를 줄이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줄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경쟁을 빗댄 예화였다.

    장원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저서 '레드퀸 레이스의 한국 교육'에서 우리나라의 사교육 과열 현상을 '레드퀸 레이스(Red Queen's race)'로 비유했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 격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엔 앨리스가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제자리인 장면이 나온다. 레드퀸은 앨리스에게 "여기선 같은 자리에 머물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달려야 해"라고 말한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등학교부터 선행학습과 반복학습을 되풀이하며 공부를 하지만 성적은 그대로이고 실력도 그다지 향상되지 않는 최악의 레드퀸 레이스 상황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대선 후보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사교육은 비싸고, 효과도 없고, 한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오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마약과 같다"며 사교육 폐지를 위한 국민투표 실시를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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