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위협적' 삼성생명, 우리은행 대항마 찾았다

    입력 : 2017.03.20 20:59

    쓰디 쓴 패배의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희망을 봤다.
    삼성생명과 우리은행의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이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삼성생명 허윤자가 4쿼터 3점슛을 성공한 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용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3.20/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가 삼성생명 2016~2017시즌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끝내 1승도 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삼성생명은 20일 홈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 위비와의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72대83으로 패했다. 4쿼터 뒷심을 발휘해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가는 데 성공했지만, 엘리샤 토마스에 이어 김한별까지 5반칙 퇴장 당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시리즈 전적 3패로 우승 도전을 마쳤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김한별과 허윤자는 '진통제 투혼'까지 발휘했고, 마지막까지 우리은행을 위협했다.
    오랜만의 우승 도전이었다. 삼성생명은 2006년 여름 리그 이후 10년이 넘도록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박정은, 이미선 등 지금은 은퇴한 화려한 멤버들의 전성기였던 2000년대 중후반에도 신한은행에 밀려 만년 2위였다.
    2013~2014시즌부터는 플레이오프 진출도 하지 못했다. 하위권에서 침체됐던 분위기가 올 시즌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시즌 중반부터 치고 올라선 삼성생명은 여유있게 정규 시즌 2위를 확정지었다. '우리은행천하'인 WKBL에서 대항마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것이다.
    지난 몇 년과 올 시즌. 삼성생명은 어떤 부분이 달라진 것일까. 지난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임근배 감독은 "삼성생명을, 멀리는 여자농구를 바꿔보겠다"는 당당한 출사표를 던졌다. 일리있는 말이다. 임 감독은 여러차례 "세계농구가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 여자농구는 아직 70~80년대에 머물러있는 느낌이다. 변화를 해야한다"고 말해왔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임 감독은 울산 모비스 피버스에서 코치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가까이 몸 담는 등 여자농구보다 남자농구에 훨씬 익숙하다. 당연히 시행착오와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여자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과 비교해 여러 특성이 다르다.
    하지만 임근배 감독이 원하는 변화는 두번째 시즌부터 조금씩 효과를 보고 있다.
    감독의 성향에 따라 삼성생명은 우리은행과 정 반대의 팀이다. 우리은행이 위성우 감독의 카리스마있는 지도력, 혹독한 훈련으로 앞만 보고 달려가는 팀이라면, 삼성생명은 위 감독 부임 이후 '자율'과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다.
    몸 푸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삼성생명은 선수들 개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경기전 몸 푸는 시간과 방법을 제각각 한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파악하는 것은 첫번째 과제다.
    또 임 감독은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선수들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 보완하고 싶은 점을 이야기하고, 때로는 전술과 관련해 의견을 내기도 한다. 임 감독은 선수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들어주는 편이다. 때로는 숙제를 내주기도 한다. "선수들 스스로 부족한 점을 느끼고, 알아내야 한다. 옆에서 알려주고 강압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프로의 자세가 아니다. 진정한 프로는 스스로 해야한다"는 게 임 감독의 지론이다. 구단 관계자도 "올 시즌은 감독님과 선수들 사이에 믿음이 생긴 것 같다. 특히 전술 관련해서도 감독님이 미리 이야기했던 부분을 경기 중에 그대로 하니까 선수들이 더욱 신뢰한다"고 귀띔했다.
    가끔은 쓴소리도 가감 없이 한다. 임근배 감독은 기자들과 인터뷰 할 때 가장 과감한 감독 중 한명이다. 선수들의 프로 정신이나 경기 태도에 아쉬움이 있으면, 거름망을 거치지 않고 이야기 할 때도 있다. 그만큼 선수들에게 '프로로서의 자세'를 늘 강조한다.
    아직 과도기고, 진정한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2년 전보다 지난해 더 발전했고, 지난해보다 올해 더 성장했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느낀 패자의 아픔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유다.
    용인=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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