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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전속결… 야전형 CEO 100일, LG전자가 달라졌다

    입력 : 2017.03.19 22:19

    [조성진 부회장 취임 후 새 바람]

    "무선청소기 수시로 테스트할 것" 부회장실 카펫, 나무 재질로 바꿔
    스마트폰 등 신제품 출시 당기고 미국 공장 건설도 일찌감치 매듭
    국내외 주요 사업장도 모두 돌아 "G6 성공땐 개혁 탄력 받을 것"

    지난달 말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서관 30층. LG전자 부회장실에선 카펫을 걷어내고 나무 재질 마룻바닥으로 바꾸는 공사가 진행됐다. 작년 12월 취임한 조성진 부회장의 결정이었다. "언제든지 무선청소기로 집무실 안팎 마루와 카펫을 청소해보며 아이디어를 얻겠다"며 이같이 지시한 것. LG전자 관계자는 "조 부회장이 최근엔 무선청소기 신제품을 직접 써보고는 담당 부서에 '힘이 덜 들게 하고 그립감도 개선하라'고 당부했다"며 "제품에 대한 CEO의 피드백이 예전에 비해 훨씬 빨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조 부회장은 품질 최우선과 수익성 제고 등을 강조한 1월 임원회의 발언 내용을 90분짜리 최고경영자(CEO) 특강 영상으로 만들어 팀장 이상 간부들에게 배포했다. 자신의 경영 메시지를 빠르고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조성진(왼쪽에서 셋째) LG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자사 전시 부스를 찾아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있다.
    조성진(왼쪽에서 셋째) LG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자사 전시 부스를 찾아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있다. 지난해 12월 조 부회장이 CEO(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이후 LG전자의 업무 추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LG전자
    야전사령관 스타일인 조성진 부회장이 LG전자 CEO에 오른 지 100일이 지나면서 LG전자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 문화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LG전자 세탁기를 세계 1위로 만든 조성진 부회장은 작년 말 고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LG전자의 CEO에 올랐다.

    빨라진 LG, 일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이달 초 LG전자 전자결재 시스템에는 녹음 기능이 추가됐다. 기안자가 결재 서류에 간단한 구두 설명을 녹음해 첨부해 올리는 식이다. 이 역시도 조 부회장이 "의사소통 속도를 당겨라"며 지시한 뒤 바뀐 변화다. LG전자 관계자는 "녹음된 설명을 들으면 굳이 대면 보고를 받지 않아도 된다"면서 "조 부회장이 지시한 뒤 두 달도 안 돼 회사 전체에 적용됐다"고 말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내 전자업계를 고민에 빠뜨린 미국 현지 공장 건설 문제도 지난달 말 현지 주 정부와 협약을 맺고 일찌감치 마무리했다. 조 부회장은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참석한 뒤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있는 공장 신축 예정 부지를 둘러보고 결정을 내렸다.

    LG전자 최근 주가 추이
    스마트폰과 TV, 에어컨 등 주요 신제품 출시를 앞당기며 빠르게 치고 나가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올해 전략 스마트폰으로 내세운 G6는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공개한 지 2주도 안 된 지난 10일 출시했다. 지난해 G5는 MWC 공개 후 한 달 뒤인 3월 31일에야 출시했다.

    TV도 최고급 제품인 시그니처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작년보다 두 달 이른 2월 말 출시했다. 올 CES에서 함께 공개한 삼성전자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에 한 달가량 앞선다. 에어컨도 새로 생활가전을 맡게 된 송대현 사장을 앞세워 신제품 출시 행사를 삼성전자보다 9일 앞선 1월 16일 가졌다.

    현장 경영 강행군에 공격적인 마케팅

    현장을 중시하는 경영 방침도 곳곳에 전파되고 있다. 조 부회장은 2월 말 MWC 출장 당시 유럽 본부가 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물론, TV·세탁기·냉장고를 만드는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까지 찾았다. 취임 석 달도 안 돼 미국과 유럽의 주요 사업장은 물론, 경남 창원, 경기 평택, 경북 구미 등 국내 주요 생산라인, 심지어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협력업체 사업장까지 모두 방문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조 부회장이 G6 출시 전에 스마트폰을 10개나 뜯어보고, G6 공개 전 한 달 동안에는 일주일에 3~4일은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과 가산동 연구소로 출근했다"며 "일주일 간격으로 언론에 TV와 스마트폰 사업장을 공개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변화에 대해 외부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단적인 예로 LG전자 주가는 조 부회장이 CEO로 선임되기 전날인 11월 30일 4만4900원에서 조성진 단독 CEO 체제가 확정된 지난 17일 6만8900원으로 50%가량 치솟았다. 시장에서도 LG전자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1분기 실적(5052억원)에 비해 1.5배 이상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변화 바람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초반 성적이 중요하다"면서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G6가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조성진 부회장의 개혁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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