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해법 '네 탓 공방'… 틸러슨·왕이, 미소 한번 교환하지 않았다

    입력 : 2017.03.20 03:03

    [평행선 달린 美·中 외교장관 회담]

    틸러슨 "북핵해결 20년노력 실패… 지금은 北과 대화할 때 아니다"
    왕이 "북핵해법 원칙 평화·외교… 6자회담 통한 대화로 풀어야"
    전문가들 "이번 외교장관 회담은 4월 정상회담 의제 조율에 초점"

    왕이 외교부장
    왕이 외교부장
    18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기자회견장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나란히 섰다. 지난 2월 독일 G20(주요 20개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이날 미·중 외교사령탑의 표정은 기자회견 내내 굳어 있었다. 서로 미소 한 번 교환하지 않았다.

    왕이 부장은 "틸러슨 장관과 북핵 문제를 오랫동안 토론했다. 이번 만남을 포함해 한두 번의 의견 교환으로 합의에 이르는 것은 어렵겠지만 우리는 큰 틀에선 합의했다"고 말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19일 "외교 협상에서 '토론했다'는 표현은 의견 접점을 찾지 못하고 각자 입장만 얘기했다는 의미"라며 "'한두 번의 의견 교환으로 합의는 어렵다'는 말을 덧붙인 것은 왕이 자신의 논리가 틸러슨 장관에게 통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했다.

    틸러슨 장관과 왕 부장은 이날 북핵 해법을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틸러슨 장관이 "북한에 영향력 있는 중국과 협력하겠다"며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자, 왕 부장은 "한반도 문제의 본질은 북한과 미국 간의 문제"라며 책임을 미국으로 돌렸다.

    왕 부장은 또 "(북핵 해법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평화와 외교의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며 6자회담을 통한 대화를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이 한국에서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시점이 아니다"고 한 것과 정반대였다. 미국은 북한 도발에 대해 "군사적 방안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미·중이 북핵 해법의 지렛대가 누구에게 있는지, 제재와 대화 중 어디에 무게를 둘 것인지 서로 상반된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미·중의 팽팽한 신경전에 대해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두 나라가 모두 한반도에 핵무기가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점은 소득"이라면서 "그러나 미·중이 북핵 문제 악화에 대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비방 게임'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했다.

    틸러슨 장관과 왕 부장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중국으로선 사드 문제가 기자회견장에서 공개 거론될 경우 미·중 갈등으로 비칠 만한 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측에 양해를 구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사드는 백악관이 직접 (이번 미·중 외교장관 회담의) 의제라고 밝힌 만큼 비공개 회담장에서는 비중 있게 논의됐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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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만난 틸러슨 -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9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만나고 있다. 시 주석은 이 날“미중 양국은 발전이라는 중요한 기회에 직면해 있다”면서“양국은 충분히 좋은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으며 협력하는 것이 양국 관계의 정확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시 주석에게“중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AFP 연합뉴스
    이날 미·중 외교장관은 양국 간 갈등 요소를 관리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민감한 환율·관세·무역 수지·남중국해 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틸러슨 장관은 "충돌하지 않고, 대항하지 않으며, 상호 존중하는 것이 지난 40년간 미·중 관계의 원칙이었다"고 했고, 왕이 부장은 "상호 신뢰를 증진해 이견을 타당하게 처리하자"고 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이번 외교장관 회담은 4월로 예정된 트럼프·시진핑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제와 일정을 조율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 같다"며 "북핵과 사드 등 한반도 주요 이슈는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중국국제관계학원 추인(儲殷) 교수도 틸러슨 방중과 관련 "중국은 4월로 예정된 시진핑·트럼프의 정상회담 준비에 방점을 뒀다"고 홍콩 명보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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