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출산 빙하기… 난자 얼려두는 여성들

    입력 : 2017.03.20 03:03

    차병원서만 5년새 87개→1786개… 만혼 늘면서 임신 가능성 높이려
    페이스북·애플, 직원 시술 지원
    불법 난자매매 등 부작용 우려도

    미혼 법조인 김미란(가명·35)씨는 작년 말 해외 근무를 떠나기 전 서울 강북의 한 산부인과를 찾아 '난자 동결' 시술을 받았다. 당분간 결혼이 어렵다고 판단해 "늦은 나이에 임신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대비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병원 측은 김씨의 난자 15개를 채취해 온도를 영하 210도까지 재빨리 낮춰 얼리는 방식으로 시술을 했다. 시술료로 약 250만원, 1년 보관료로만 30만원이 들었다.

    건강한 난자 냉동 보관 국내외서 급증

    차병원의 연도별 동결 난자 개수 추이
    만혼(晩婚) 시대에 자신의 난자를 동결 보관하는 여성이 급증하고 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난자를 보관해 추후 시험관아기 등을 시도할 때 임신 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냉동 난자 보관 사업을 벌이는 차병원의 경우 2011년까지 한 해 100개 안팎이던 냉동 난자가 급증해 작년엔 1786개까지 늘었다〈그래픽〉.

    보건복지부가 국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 의뢰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9월 현재 국내 의료기관 26곳에서 총 4586개 난자를 냉동 보관 중이었다. "난임 치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평가와 함께 "음성적인 난자 매매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냉동 난자 보관 사례가 급증한 것은 "'골드 미스'가 많은 데다, 난자 동결 기술도 부쩍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난자는 노화에 민감해 34~37세를 기점으로 여성의 가임력은 뚝 떨어진다. 그런데 여성의 사회 활동이 늘면서 결혼도, 출산도 자꾸 늦어지자 '난자 동결'을 선택한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선 1990년대 중반 난자 동결 시술이 시작됐다. 항암 치료 전에 난소를 맡겨두는 등 처음엔 주로 몸이 아픈 사람이 이용했다. 지난 2011년 7월 동결 난자를 이용해 국내 첫 출산에 성공한 안모(39)씨의 경우도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앓아 난자를 냉동 보관했다가 성공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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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에 있는 차병원그룹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에 설치된 냉동 난자 보관 시설. 차병원은 1996년 9개이던 냉동 난자가 지난해 1786개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차병원그룹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가임력 보존 차원'에서 건강한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김자연 교수는 "동결 난자를 이용한 임신 성공률이 난자 동결 당시 동년배 여성들의 시험관 아기 시술 성공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면서 "지금은 의사들이 난자 동결을 자신 있게 권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외국 상황도 비슷하다. 애플·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은 2~3년 전부터 '복지 혜택' 차원에서 여직원에게 난자 동결 시술을 지원하고 있다. 미군이 여군들의 난자 보관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60대 엄마 생기나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현행법상 난자 냉동 보관 시한에 제한이 없어 30대에 보관한 난자를 활용해 60대에 애를 낳는 경우 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난자를 냉동 보관한 이후 자연 임신이 된 여성의 동결 난자를 기증받아 연구용으로 써도 되는지에 대한 연구윤리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정형민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난자 동결은 난임 치료에 긍정적인 역할이 크다고 보지만, 음성적인 난자 매매 등 우려되는 문제점도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난자 매매는 불법이지만 냉동 보관 난자가 많아질수록 음성적 경로로 난자를 사고파는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계성 한양대 의대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냉동 난자 오·남용 가능성 등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시급하다"면서 "여성 나이 몇 세까지 동결 난자를 사용할 수 있는지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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