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된 지 2주 만에 '김종삼 문학상' 무산

    입력 : 2017.03.20 03:03

    詩 전문잡지 '포에트리 슬램'
    유족 합의 없이 추진했다가 철회

    시인 김종삼(1921~1984)을 기리는 '김종삼 문학상'이 최근 제정됐다가 2주 만에 철회되는 소동이 일었다.

    지난 1일 처음 발간된 신생 시(詩) 전문잡지 '포에트리 슬램'은 창간호를 통해 '김종삼 문학상' 제정을 공지했다. 편집주간 명의로 된 이 공지문은 "'김종삼 문학상' 제정이 너무 속도전으로 변하는 시류보다는 치열했지만 여유로웠던 전통과 현대성을 동시에 잇는 김종삼 시인의 넉넉한 '묵화'(墨畵) 같은 시 정신에 부합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2009년 경남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으로 등단한 박정이 편집주간은 "최근 5년래 나온 시집 중 하나를 선정해 9월 중 상금 500만원과 상패를 수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유족은 반발했다. 유족 측이 참여해 김종삼 관련 연구·사업 등을 추진하는 '김종삼 시인 기념사업회'와 사전 합의도 없었고, 1990년 제정해 이듬해 1회 수상자로 황동규 시인을 선정해 수여한 바 있는 기존 '김종삼 문학상'과의 정통성 논란도 빚어질 수 있기 때문. 김종삼 시인의 사위 권영(60)씨는 "지자체에서 시구(詩句) 하나를 사용할 때도 허락을 받는데, 민간출판사가 시인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하면서 유족과 상의를 거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유족은 이날 박 시인에게 연락해 유감을 표명했고, 결국 상 제정은 무산됐다.

    절제와 여백의 시학을 통해 한국 순수시의 대표 격으로 평가받는 김종삼 시인을 상으로 기리려는 움직임은 계속 있었다. '김종삼 문학상'은 장석주 시인이 이끌던 도서출판 청하가 주관해 1991년 1회 수상자를 냈지만, 이듬해 마광수 소설 '즐거운 사라' 필화 사건으로 출판사가 문을 닫으면서 명맥이 끊겼다. 그러다 2015년 계간지 '발견'을 발행하는 황학주 시인이 상금 1000만원을 걸고 유족 측에 부활을 건의했으나 이 또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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