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3.20 03:03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제2바이올린 부수석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제2바이올린 부수석
    지난주 런던 웨스트엔드의 랭커스터하우스. 오케스트라를 후원하는 회사에서 주최한 행사에 가서 연주를 하고 저녁 식사도 행사 참가자들과 함께 했다. 나와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하게 사는 사람들끼리만 알고 지내다가 이렇게 음악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이 풀어놓는 삶이 흥미진진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내 오른쪽에는 보험 회사에서 일하는데 다양한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공연을 보러 다니는 사람이 앉았다. 아버지가 노래를 잘 불렀고 음악을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음악을 들었지만 본인은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배워본 적이 없다고 했다. 딸은 유포니엄이라는 금관악기를 배워서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한다며 자랑스럽게 얘기하기도 했다.

    둥그렇게 둘러앉은 식탁의 화제는 자연스럽게 음악과 오케스트라로 이어졌다. 한 사람은 장모님을 모시고 음악회에 갔는데 시벨리우스 교향곡을 듣고 눈물을 보이시더라는 얘기를 했다. 무엇이 한 사람을 그토록 감동시켰을까. 어떤 기억이나 연상 작용일까. 왼쪽에 앉은 사람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꼭 이유가 따로 있겠느냐, 그냥 너무 아름다우니까 그런 거라고.

    [일사일언] 음악, 왜 눈물이 날까
    누가 왜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악의 어떤 부분에서 감동을 받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도 돌이켜보면 '라 보엠'을 듣고 울거나 라벨의 '마법의 정원'을 연주하면서 그냥 눈물 난 적이 있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다. 꼭 아름다워서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내 안의 무엇인가에 그 소리가 닿아서 일종의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음악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좋은 연주를 들으면 어딘가 다른 곳, 내 안에 있지만 평소에는 닿을 수 없는 곳의 문이 잠시 열린다.

    유포니엄을 연주하는 따님에게는 우리 오케스트라의 튜바 주자를 소개해 주기로 했다. 음악을 통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 여러 사람이 어울리는 것, 그 두 가지를 합치면 곧 오케스트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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