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中의 사드 보복, 美에도 '강 건너 불' 아니다

  • 김태우 건양대 교수·前 통일연구원장

    입력 : 2017.03.20 03:04 | 수정 : 2017.03.20 08:43

    김태우 건양대 교수·前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건양대 교수·前 통일연구원장
    중국의 사드 몽니가 도를 넘고 있다. 당연히 문제의 원인은 북핵이며 사드는 파괴 살상용 탄두를 탑재하지 않은 방어 수단일 뿐이다. 한반도와 일본은 물론 서태평양까지 감시하는 레이더들과 수십 개의 군사위성까지 운용하는 핵 강국 중국이 사드 레이더를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고 하는 것도 해괴망측한 주장이다.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이 이런 사실들을 골백번 넘도록 설명했지만 베이징은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이 문제로 한국이 부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미국도 중국의 사드 보복을 '강 건너 불'로 구경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또 다른 당사국이다.

    미국은 나토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 체계를 구축 중이다. 2012년에 터키에 X-밴드 레이더를, 스페인에는 이지스 구축함을 배치했다. 2016년에는 루마니아에 미사일 방어 기지를 가동했고, 폴란드에 건설 중인 기지는 2018년 가동 예정이며, 독일에는 지휘통제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를 나토의 동진(東進)으로 간주해 신형 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반발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독일·스페인·터키·폴란드 등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거나 여행을 금지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조선일보 DB
    미국이 나토 조약에 따라 유럽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에 군사력을 주둔시키는 것도 주권국 간에 서명된 한·미 동맹조약과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사드를 이유로 '한국 때리기'를 하는 것은 미국 동맹 정책에 대한 노골적인 간섭이자 도전이기도 하다. 미국이 이를 방관한다면 향후 주한 미군의 군사력을 조정할 때마다 중국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가. 그래야 한다면 미국은 다른 동맹들을 어떻게 운용할 건지 묻고 싶다.

    신냉전 구도에서 사드는 어차피 한·중 간 갈등을 불러오게 돼 있다. 북핵을 머리맡에 둔 한국이 사드를 통해 생존을 도모하는 것은 안보 주권의 문제인 반면, 중화패권(中華覇權) 시대를 열기 위해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은 사드를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망으로 인식한다. 그럼에도 중국이 일본에 배치된 X-밴드 레이더에 침묵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만 '길들이기'를 시도하는 것을 보면 시대착오적인 '종주국 마인드'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도를 넘는 동맹 간섭이나 안보 주권 침해에는 맞대응해야 한다. 정부에 반대하는 여론이나 언론이 존재하지 않는 일당(一黨) 체제 중국의 일사불란한(?) '한국 때리기'에 한국 국민은 '민주적 성숙함'으로 대처해야 한다. 유커의 발길이 끊긴다면 한국 관광객도 행선지를 바꾸어야 하고, 한국 상품이 불매운동에 시달린다면 중국 상품도 한국에서 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대중(對中) 경제 의존도를 '지속 가능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그것이 중국에 대한 과잉 기대를 걷어내고 '비적대적 우호 관계'를 안정화하는 길이다.

    미국도 당사국으로서의 외교적 수사가 아닌 행동으로 함께 대응해 줘야 한다. 중국이 미국의 동맹국 한국에 행패에 가까운 억지를 부리는 것에 대해 "부적절하고 비이성적"이라는 훈수만 두는 정도라면 이는 스스로 동맹 정책의 신뢰성을 약화시키는 일이다. 그래서 한국 국민은 4월 초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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