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막판 반전이 가능하려면

    입력 : 2017.03.20 03:06

    이동훈 정치부 차장
    이동훈 정치부 차장
    일본에서 도쿠가와 막부(幕府) 타도의 단초가 된 사쓰마와 조슈, 두 번(藩)의 '삿초 동맹(1886년)'은 세력이 약한 두 진영이 연합해 강자를 꺾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삿초 동맹은 불가능해 보였던 두 진영 간 연대를 이끌어낸 협상과 담판의 결과물이다. 두 지역의 갈등은 우리나라 영·호남 불화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막부도 '연대는 있을 수 없다'며 상황을 낙관했다.

    하지만 양측은 오랜 세월 서로를 향해 쌓았던 앙금을 씻어내고 힘을 합쳤다. 불가능해 보였던 합의를 이끌어 낸 이가 일본에서 근대를 연 영웅으로 추앙받는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다. 그가 양측을 오가며 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일단 다시 한 번 만나 주십시오. 그리고 딱 반걸음만 양보해 주십시오. 그다음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대선을 50일 앞둔 시점에서 다수의 선거 전문가들은 승부가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한다. 민주당 경선 관문이 남아있긴 하지만 여론조사 등 여러 지표가 5월 대선 승자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가리키고 있다. 문 후보 대세론은 민주당 경선이 끝나면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대로 대선이 끝나게 될까? 중도·보수 진영에서는 유일한 반전(反轉) 시나리오로 비(非)민주당 후보·정당들의 연대를 거론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으로 예상되는 3당 후보들이 극적으로 손을 잡고 문 후보와 '1대1 구도'를 만든다면 막판 역전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인, 박지원, 김무성 등 당대의 정치인들이 물밑 작업에 나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주말 조찬 회동 가진 3人 - 김종인(가운데) 전 민주당 대표와 인명진(왼쪽)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윤여준(오른쪽) 전 환경부 장관이 1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조찬 회동을 한 뒤 각각 식당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 상황을 따져봤을 때 3당 연대가 가능하려면 쉽지 않은 고비들을 넘어야 한다. 두 진영을 끌어 붙이는 일도 만만치 않은데 생각이 다른 3~4개 진영을 합쳐야 한다. 시간은 부족하고 고려해야 할 변수는 넘쳐난다. 연대 주체들의 이해가 다르고 지지층 생각도 판이하다.

    국민의당은 한국당 전체를 적폐 세력이라며 아예 연대 대상으로도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당도 넙죽 엎드릴 생각이 없다. 타당과 연대가 되려면 적어도 친박(親朴) 세력이 퇴장하는 모양새는 갖춰줘야 할 텐데 친박이 쉽게 물러설 것 같지 않다. 막 이혼한 부부 처지인 한국당과 바른정당을 다시 한 방에 넣는 일도 녹록하지 않다. 1대1 구도를 만들려면 3당 모두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자당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지 못할 경우 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비관적 전망은 극적 담판의 가능성도 내포한다. 다만 그러려면 '명분'과 '양보'가 필요하다. 주요 정치인들이 고장 난 대통령제를 수리하기 위한 분권형 개헌, 반(反)패권의 명분을 내걸고 각 진영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연대 없는 대선 이후는 공도동망(共倒同亡)임을 설파해 반걸음씩 양보를 받아낼 수 있어야 그나마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정치는 생물'(박지원)이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게 정치판'(홍준표)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게 가능하려면 '반걸음의 양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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