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3개의 화살' 성공 뒤엔 '3개의 활' 있었다

    입력 : 2017.03.18 03:02 | 수정 : 2017.03.18 05:34

    ['잃어버린 20년' 넘어 부활한 日本] [9]
    아베노믹스 날개 달아준 일본 정치의 3가지 힘

    ① 든든한 리더십 갖춘 정치
    경제 회복에 지지율 50~60%… '아베 외엔 대안 없다' 각인시켜

    ② 좋은 정책은 유지하는 정치
    도시 재개발같은 장기 계획, 정권에 상관없이 꾸준히 진행

    ③ 여론 공감 이끌어내는 정치
    '불황 탈출' 목표 명확히 설정… 기업·국민의 합심 이끌어내

    'U자 회복.'

    최근 5년간 아베 정권 지지율 변화를 압축하는 말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013년 봄 '아베노믹스'를 발표할 당시 지지율이 정점을 찍었다. 이후 국민 과반이 반대하는 안보 관련법 개정을 힘으로 밀어붙여 바닥으로 추락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회복돼 지금은 어느 신문사가 조사하건 안정적으로 50~60%대 지지율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과거 다른 정권과 비교해봐도 이례적 현상"이라고 했다. 이런 안정된 리더십은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딛고 일어나는 데 큰 기반이 됐다.

    아베 총리가 재집권하기 전까지 일본은 6년간 총리가 일곱 번 바뀌는 정치 불안을 겪었다. 아베 총리 자신도 2006년 1차 집권했다가 1년 하루 만에 사임했다. 아베 총리는 어떻게 전임자들이 못한 'U자 회복'에 성공했을까. 유의상 동북아역사재단 국제표기명칭대사는 "일본 국민이 '경기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잃어버린 20년' 막바지에 집권한 민주당 총리 세 사람은 불황을 해결하지 못했다. 막판엔 동일본 대지진에 원전 사고가 겹쳐 나라 전체에 절망감이 만연했다. 이 쓰라린 실패가 아베 총리에겐 득이 됐다. 김현철 서울대 교수는 "지금도 일본 국민 눈에 일본 야당은 '실패자'"라며 "우익만 아베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특별히 정치색이 없는 부동층도 상당수가 '아베와 자민당 외엔 대안이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이며 ‘아베노믹스’를 설명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금융 통화 완화, 재정 확대, 구조 개혁 등으로 이른바 ‘3개의 화살’이라고 한다. /블룸버그

    1차 집권(2006년 9월~2007년 9월) 실패 후 재집권하기 전까지 절치부심한 5년이 아베 총리의 맷집과 위기 대응력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있다. 이창민 한국외대 교수는 "재집권한 아베는 일단 연설부터 달랐다"고 했다.

    1차 집권 때 아베 총리는 '아름다운 일본'이란 막연한 구호를 내걸었다. 그러나 그걸 받치는 정책이 허술해 "아마추어 수준"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재집권 후엔 달랐다. 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불황 탈출'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뒷받침했다. 양적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기업 체질을 개선하는 구조 개혁으로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아베노믹스'다. 이 정책들을 아베가 쏘아올린 '3개의 화살'이라고 한다. 국민에겐 "돈을 풀어 수출을 늘리겠다" "기업이 잘되면 임금이 올라간다" "중·장년 간병이직을 없애겠다" "보육원을 늘리고 야근을 줄이겠다"는 등 피부에 와 닿게 설명했다.

    이지평 LG 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아베 정권이 모든 정책을 새로 만든 게 아니라 이전 정권의 정책을 상당 부분 계승했다는 걸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도쿄의 스카이라인을 바꿔놓은 도시 재개발만 해도 1990년대 버블 붕괴 직후 오부치 정권이 큰 틀을 짰고, 고이즈미 정권 때 그에 필요한 규제 개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민주당 정권도 브레이크를 걸거나 시계를 거꾸로 돌리지 않았다. 현재 일본은 전국 59개 지역에서 8263헥타르(2500만평) 규모로 다양한 재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세 나오히토(伊勢尙史) 국토교통성 기획조정관은 "'고속도로 무료화'처럼 중간에 엎어진 정책도 있지만, 도시 재개발처럼 장기 계획이 필요한 일은 정권과 상관없이 꾸준히 진행됐다"고 했다.

    정권에서 일을 하겠다고 하면 일단 도와주고 따르는 일본의 독특한 풍토도 아베 총리에게 큰 도움이 됐다. 일본에서 오래 사업한 이영덕 한솥도시락 사장은 "현장에서 보면 일본 기업과 국민은 지금처럼 정권 지지율이 높지 않을 때도 정부가 뭐 하자고 하면 때론 '맹신 아닌가' 싶을 만큼 일단 협조한다. 지금은 더 그렇다"고 했다.

    아베노믹스로 일본 기업 실적이 향상된 건 사실이지만 국민 개개인의 삶이 크게 달라진 건 아닌데 왜 국민은 협조할까.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한국은 노력해도 점점 힘들어진다고 느끼니까 불만이 쌓이는데, 일본은 삶이 확 나아지지 않을 뿐 더 나빠지는 건 아니니까 아베 총리를 싫어하는 사람도 아베노믹스에 반발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했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은 일단 호황까진 아니라도 불황에선 탈출했다. 기업은 기술력이 탄탄하고, 가계는 우리처럼 사교육비에 짓눌리지 않는다.

    아베 총리는 재집권하자마자 "임금이 올라야 소비가 살아난다"고 재계를 압박했다. 도요타·혼다·미쓰비시 같은 일본 대기업은 올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기본급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이런 국민의 성향이 늘 긍정적인 결과만 낳는 건 아니지만 '장기 불황 탈출'처럼 국민이 합심해야 할 국면에선 위력을 발휘한다"고 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