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청 -31%·국무부 -29%… 트럼프 '예산 칼질'에 미국이 발칵

    입력 : 2017.03.18 03:02 | 수정 : 2017.03.18 05:36

    [2018 회계연도 예산안 공개… 국방·안보·보훈부만 예산 증액]

    - 民生·환경·대외원조 타격
    환경청 예산, 창립 47년만에 최저… 기후변화 등 환경연구 중단 위기
    저소득·노숙자 지원 대폭 삭감, 유엔·세계은행 분담금도 줄 듯

    - 美민주, 의회 통과 저지 뜻 밝혀
    "부자들만을 위한 예산안… 국가 미래에 대한 모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산안 전쟁' 선전포고를 했다. 국방 예산은 10% 증액한 반면 나머지 민생(民生)과 대외 원조 관련 예산을 최대 30%까지 극단적으로 삭감한 예산안을 내놓은 것이다. 민주당은 즉각 의회 통과 저지 방침을 밝혔고, 예산 삭감 부처에서도 "역사적인 수준으로 예산이 줄었다"고 반발했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기조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구체화할 2018 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예산안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예산안은 미 연방정부 총 예산 약 4조달러(약 4524조원) 가운데 재량 지출에 해당하는 1조달러(약 1131조원)에 관한 것이다. 나머지는 공무원 월급 등 고정적으로 집행되는 의무 지출로, 전체 예산안은 5월쯤 추가로 나올 예정이다.

    중앙 부처와 독립 기관 중 국방부(10%)와 국토안보부(7%), 보훈부(6%) 등 3곳만 증액됐고, 환경보호청(-31%), 국무부(-29%), 농업부(-21%), 노동부(-21%), 법무부(-20%), 보건복지부(-16%), 교육부(-14%) 등 나머지 12곳은 전례 없는 예산 '칼질'을 당했다. 미 언론들은 "국방 예산은 소련과 군비 경쟁을 벌였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0년대 이후 가장 큰 폭의 증액"이라고 했다. 반면 교육부 예산은 지난 17년 만에, 노동부는 4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국방 등 '하드 파워'의 강화를 위해 외교로 대표되는 '소프트 파워'를 희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안보가 없으면 번영도 없다"는 글을 올렸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번 예산안 삭감으로 환경보호청(EPA)은 공무원 3200명을 감원하고, 기후변화 관련 연구 등 50여 개 환경 프로그램을 폐지해야 할 지경에 놓였다. EPA 예산은 1970년 창립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기후변화는 사기"라며 환경보호청 축소를 공약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최대 공약 중 하나인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한 예산은 41억달러가 처음 책정됐다.

    이 밖에 저소득 가정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 노숙자 협회 지원금 등은 아예 없어졌고 각종 빈곤 퇴치 기금과 재단에 대한 지원도 크게 삭감됐다. 국립예술기금(NEA)과 국립인문학기금(NEH),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 예산 지원이 책정되지 않는 등 문화계와 학계 지원도 크게 줄었다. WP는 "예술과 과학 분야, 저소득층 지원이 직접적인 타깃이 됐다"고 했다.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부도 예산이 29%나 깎이면서 유엔 분담금과 세계은행(WB) 분담금 등이 대폭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37%를 삭감하려 했으나 의회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반대를 고려해 삭감 폭이 다소 조정됐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미국의 대외 관여와 원조를 더 효율적으로 해야 할 때"라고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미국이 유엔 분담금을 갑작스럽게 대폭 삭감하면 유엔의 장기적 개혁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연간 유엔 예산의 22%, 평화유지군 비용의 28.5% 정도를 부담하고 있어 미국의 외교 예산 삭감은 유엔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티머시 돌런 뉴욕 대교구 추기경 등 종교계 지도자 100여 명도 이날 의회에 "해외 원조 예산 삭감을 막아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트럼프의 초강경 예산안에 정치권은 벌집을 쑤신 듯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런 예산안이 어떻게 대낮에 살아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역할에 대한 철학적 불신 그 자체로 (국가) 미래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이번 예산안은 부자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는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 국방비 추가 증액을 요구하며 "이번 예산안은 의회를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 주류는 대체적으로 수용 의사를 밝혔다.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우리는 정부 크기를 줄이고, 경제를 키우며, 국경을 보호하고, 군대가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도구들을 가질 수 있도록 행정부와 함께 일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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