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늙는 한국… '사회적 돌봄 시스템' 시급"

    입력 : 2017.03.18 03:02

    [세계적 석학 아서 클라인만 美 하버드대 교수]

    건강 문제, 사회·인류학으로 분석… 치매 걸린 아내 10년간 돌보기도
    내한해 '고령화 사회의 문제' 강연 "정신질환자 인권보호도 신경써야"

    "한국처럼 급격한 고령화를 겪는 사회에선 '사회적 돌봄' 시스템을 반드시 마련해야 합니다."

    아서 클라인만(76)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고령화에 따른 치매·우울증 등 노인 질환의 급증은 이미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의사이자 인류학자인 그는 건강 문제를 사회·인류학적 차원에서 분석하는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평가받는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의 은사(恩師)이기도 하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만난 클라인만 교수는 치매를 앓던 아내를 10년 동안 보살핀 경험을 들려줬다. 2011년 아내와 사별했다는 그는 "아내는 치매에 걸린 뒤 내가 잠시만 한눈팔아도 유리 탁자를 깨뜨려 다치거나 기차역과 열차 사이 구멍으로 떨어지려고 했다"면서 "가족 중 누군가가 치매를 앓으면 가족은 잠시도 방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 개인이 고통을 겪으면 단순히 그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이 문제가 건강 악화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고통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사회 공동체가 고통받는 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사회적 돌봄'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의사이자 인류학자인 아서 클라인만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처럼 급격한 고령화를 겪는 사회에서는 ‘사회적 돌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이자 인류학자인 아서 클라인만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처럼 급격한 고령화를 겪는 사회에서는 ‘사회적 돌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강호 기자

    그는 기술 혁신이 돌봄 문제에 큰 도움을 줄 거라고 내다봤다. 센서 기술을 활용하면 보호자가 외부 활동을 하면서 집 안에 있는 고령 환자가 사고를 내는지 확인할 수 있고, 외골격(外骨格) 장치를 활용하면 고령자에게 부족한 근력을 보완해 일상생활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장비들은 기술을 너무 정교하게 개발하기보다 보통 사람들도 살 수 있는 합리적 가격으로 내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클라인만 교수는 지난 14~16일 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를 돌며 이런 주제로 강연했다.

    클라인만 교수는 또 "최근 정신 질환자의 인권 문제도 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독 동북아 국가들은 정신 질환자를 격리해 사회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데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며 "이제는 암 환자나 심장 질환 환자와 똑같이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호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우리나라에선 오는 5월 30일부터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돼 정신질환자 강제 입원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이를 두고 정신병원에 수용된 환자 8만명 중 절반 정도가 사회로 풀려나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정신질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찍는 사회에선 환자들이 증상을 숨기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려고 해 오히려 문제가 더 커진다"는 것이 클라인만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정신질환자에 대해 단순히 '골칫거리를 치워두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절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오히려 이들을 사회로 돌려보내고 잘 돌봐주는 편이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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