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옛날에는 말이야

    입력 : 2017.03.18 03:02

    [마감날 문득]

    이런 얘기하면 젊은 사람들은 100% 싫어한다. 이런 얘기를 하려면 "옛날에는 말이야"라고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은 모든 종류의 옛날 얘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 이것은 심각한 딜레마이기도 하다. "옛날에는"이란 표현을 칼럼에 썼더니 회사 선배가 전화했다. "네가 옛날에 살아봤냐? 젊은 것이 옛날을 운운하다니…." 그래서 '이전에는'이라고 문맥을 바꿨다. 젊은 사람들은 나를 옛날 사람으로 생각하고, 나이 드신 분들은 "네가 옛날을 아느냐"고 한다. 나더러 어쩌라고.

    어쨌든 옛날에는, 스마트폰도 없고 노래방도 없고 아이팟도 없던 시절에는 대학 앞에 30~40명씩 들어갈 수 있는 방들을 갖춘 식당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고려대 앞 '이모집'이었다. 서울대 앞에도 그런 집이 있었고 연세대 앞에도 있었다. 그런 집들에 가면 식탁 모서리가 하나같이 닳아 없어져 둥글둥글했는데, 숟가락 젓가락을 식탁에 두들기며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었다.

    고대 앞 이모집에 처음 간 것은 재수할 때였다. 고대 다니다가 삼수하던 형과 성대 다니다가 삼수하던 형이 대학 못 가고 재수하던 나를 데리고 갔다. 두 사람 모두 대학을 한 학기 다녔기 때문에 당시 대학생들이 술 마실 때 부르던 운동가요를 꽤 알고 있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정말 그때는, 술 좀 마셨다 하면 다들 노래를 불렀다. 고대를 자퇴한 삼수생 형이 성대를 자퇴한 삼수생 형한테 말했다. "네가 한 곡 해라." 그 형은 "그럼 명곡을 하나 부를게."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명―곡아!" 우리는 박장대소(拍掌大笑)했다. 지금 생각하면 썰렁하기 그지없는데 말이다.

    이 이야기를 젊은 후배들에게 했더니 얼굴이 바로 일그러졌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그건 이런 건가요. '장기자랑 하겠습니다' 하더니 자기 배를 가리키며 '여기는 간이고요, 여기는 십이지장, 또 저 안쪽에는 췌장…." 장기(長技)가 아니라 장기(臟器) 자랑이다.

    모든 노인은 한 번도 늙어본 적 없이 처음 늙는 사람들이다. "옛날에는 말이야"라는 말에 좀 더 너그러워져야 한다. 우리 모두 언젠가 옛날 사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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