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문제아 0명' 만든 교장 선생님의 기타

    입력 : 2017.03.18 03:02 | 수정 : 2017.03.20 14:41

    [김수경 기자의 스포트라이트] 문제 학교마다 개과천선 이끄는 방승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

    입학식에서 노래 불러
    금연송 '노 타바코' 차트 10위까지 올라…
    흡연율 40%였던 학교 내가 온 뒤로 0% 됐죠

    학생은 고객, 나는 영업맨
    학생들이 교장실 오면 초콜릿·커피 무한리필
    정성스럽게 영업하면 소문나서 친구 데려와

    악명 높은 곳 부임하면…
    이전 근무지 학교 폭력 1위→제로
    어떻게 바꿨냐고요? 학교를 재밌게 만들었죠

    "호랑이 탈 쓰고 '굿모닝'… 교장실 놀러오라고 명함 돌려"

    아이들은 모두 천재
    우리 학교는 직업 학교 휘성·박효신이 동문…
    성적은 고만고만해도 대신 꿈 확실한 아이들

    애들이 담배 피우는 건…
    부모 사이 안 좋으면 친구와 함께 담배 배워
    행복한 기억 만들어주면 끊을 수 있는 힘도 생겨

    지각생 100명이었던 학교
    아침마다 인형 탈 쓰고 지하철역으로 출근
    "괴짜 쌤 본다" 소문에 지각생 한 자릿수로 뚝

    이미지 크게보기
    아현산업정보학교 방승호 교장은 사진 촬영하는 날 아침에도 학교 앞에서 공연을 하고 왔다고 했다. 그는 “쌀쌀한데도 동네 주민들이 아침부터 나와서 노래를 듣더라”고 했다. 그는 신입생이 들어오고 2주 동안은 매일 운동장에서 버스킹(길거리 공연)을 한다. 아이들은 그런 교장 선생님을 친구처럼 따른다. / 고운호 기자
    지난 7일 오후 2시 서울 아현동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실에 들어서니 방승호(56) 교장과 한 남학생이 마주 앉아 있었다. 남학생은 무릎 위에 초코파이와 초콜릿을 잔뜩 쌓아놓고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방 교장은 무릎에 기타를 올려놓고 있었다. 이 학교에 입학한 지 일주일 된 학생은 "새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했고 방 교장은 학생에게 자작곡 한 곡을 들려줬다.

    방 교장에겐 '호랑이 탈 쓴 선생님', '준연예인', '영업사원'이란 별명이 있다. 실제 호랑이 인형 탈을 쓴 채 학교를 돌아다니고, 음반을 다섯 장이나 낸 가수이며, 아이들에게 명함을 돌리며 "교장실에 놀러오라"고 '영업'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16일 다섯 번째 저서 '게임에 빠진 아이들'을 펴내는 데 이어 '아현동 아이들'이란 노래가 실린 여섯 번째 음반을 낼 예정이다.

    교장실에 들어서기 전 운동장에 있던 학생들에게 "교장 선생님이 어떤 분이냐"고 물었다. 학생들은 "캐릭터 탈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 "오늘 아침에 운동장에서 선글라스 쓰고 기타 치던 사람" "입학식 엄청나게 빨리 끝내 준 사람"이라고 했다. 지난 2일 입학식에서 방 교장은 연단에 올라 "여러분, 제가 교장 방승호입니다. 음반을 5집까지 낸 가수예요" 하고 말한 뒤 기타를 치며 자신의 노래 '노 타바코(No Tobacco)'를 부르고 내려왔다. 그것이 입학식의 전부였다.

    "내 좌우명은 先뻥 後조치"

    ―교장 선생님이 책도 내고 음반도 내고 바쁘시겠네요.

    "내 좌우명이 '선(先)뻥 후(後)조치'예요. 아이들에게 뻥 먼저 쳐놓으면 수습하려고 어떻게든 방법을 마련하게 되거든요. 책 내고 음반 낸 것도 다 아이들한테 허풍 먼저 떨어놓고 그 약속 지키려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예요. 애들이랑 교장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선생님도 음악 좋아하는데, 가수 돼서 앨범 낼 거야'라고 허풍을 떨었거든요. 아이들과 상담해 온 20년간 매번 그랬어요."

    ―인형 탈 쓰거나 학생들 앞에서 노래하려면 무척 용기가 필요하겠네요.

    "2010년쯤 인문계 고등학교에 발령받아서 교실을 쓱 둘러보는데 한 반의 아이들 절반이 엎드려 주무시는 거예요. 선생님들한테 왜 안 깨우느냐고 물었더니 깨우면 애들이 덤빈대요. 피곤한데 왜 깨우느냐, 인권 모독이다 하면서요. 머리가 복잡해지기에 수첩에 적어두고 해결책을 며칠간 고민했어요. 어느 날 학교 근처 지하철역에 이벤트 회사가 있는 걸 발견하고 들어가서 호랑이 탈을 봤는데 이거다 싶더라고요. 그 회사에 전시해둔 호랑이, 말, 외계인 같은 인형 탈을 싹쓸이했죠."

    ―고등학생들이 인형 탈 쓴 선생님을 좋아합니까.

    "사실 맨 처음 탈 쓰는 날엔 좀 쑥스럽고 창피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선생님 너무 재밌어요' '선생님 사진 찍어요' '선생님 나도 한번 써볼래요' 하더라고요. 탈을 쓸까 말까 잠깐 망설였던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지더라고요. 이젠 완전히 학교의 마스코트가 됐잖아요."

    그는 벌떡 일어나서 교장실 한쪽에 놓여 있던 탈들을 가져오더니 머리에 하나씩 써 보였다. 그러면서 "어떤 게 더 잘 어울리느냐"고 물었다.

    ―인형 탈 쓰니까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자지 않던가요?

    "지루할 때 되면 탈 쓰고 나타나는데 잠잘 새가 있겠어요(웃음). 전교생 1000명 중 지각생이 100명인 학교에도 근무했어요. 아침에 한 뭉텅이 늦고, 점심에 한 뭉텅이 오고, 저녁에는 오는 애 가는 애 섞여 있고. 아침 8시에 탈 쓰고 지하철역 앞으로 나갔죠. 2주 정도 그렇게 하니까 지각생 수가 100에서 한 자릿수로 뚝 떨어졌어요. '8시까지 학교 가면 괴짜 교장 쌤 볼 수 있다' 소문이 난 거죠."

    ―선생님들이 그런 교장을 좋아하나요?

    "직전에 근무하던 학교가 중랑구에 있는 한 인문계 고등학교였어요. 서울에서 학교 폭력 발생률 1위인 학교였죠. 발령을 받고 첫날 학교에 왔는데 선생님들 얼굴이 새까매요. 속 썩고 힘들어서. 선생님들끼리 사이도 아주 안 좋더라고요. 그런데 7개월 만에 학교 폭력 '0'으로 만들었어요. 아이들이 사고를 안 치니까 선생님들이 신경 쓸 일이 현저히 줄어든 거죠."

    ―어떻게 하신 거예요?

    "학교 전체를 재밌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아침 조회 시간, 쉬는 시간에 교실마다 돌아다니면서 문을 살짝 열고 머리만 빼꼼 집어넣고 '굿모닝, 내가 누구게? 나 교장 쌤이다' 하고 나와요. 교실 들어가서 교탁 앞에 서는 순간 꼰대가 되거든요. 영어로도 '하이, 웰컴' 이 정도 해야지, 길어지면 재수없다고 그래요. 그렇게 매일 전 교실을 다 돌면서 2주 정도 하면 내 얼굴은 다 알아요. 그 뒤에는 탈 쓰고 돌아다니고 명함도 돌리죠."

    ―명함을 돌린다고요?

    "언제든지 교장실에 찾아오라는 거죠. 마구 뿌리면 절대 안 돼요. 하나하나 손에 쥐여주고 '교장실에 놀러 와라, 초코파이 줄게'라고 꼬시면서 줘야 해요. 고객을 모시는데 당연히 영업을 해야죠."

    그가 건넨 명함 한쪽 면에는 '모험상담가·교장 방승호'와 주소·연락처가, 반대쪽에는 '가수 방승호'와 그의 노래 제목 5개가 적혀 있었다. 그는 "교장실에 오면 초코파이와 초콜릿, 커피는 무한 리필"이라며 "손님 한 명한테 잘하면 소문이 금방 나서 친구를 데리고 온다"고 말했다.

    흡연율 40%였던 학교를 0%로 만들다

    그는 부임하는 학교마다 상을 휩쓸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3년 그가 근무하던 서울의 한 고등학교는 서울시 전체에서 학교 폭력 발생률 1위인 학교였지만 그가 부임한 뒤 학교 폭력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교육부로부터 학교 폭력 예방 우수학교로 꼽혔고 교육청에서 뽑는 금연 활동 우수학교로도 선정됐다. 현재 근무 중인 아현산업정보학교는 재작년 그가 부임할 당시 학생 흡연율이 40%에 달할 정도로 악명 높은 곳이었다. 하지만 그가 부임한 뒤로 교내는 물론 학교 근처 반경 50m에서 담배꽁초가 한 개도 발견되지 않는다. 작년 12월엔 학교 흡연 예방 사업 우수학교로 꼽히며 보건복지부 장관상까지 거머쥐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방승호 교장은 학생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몸으로 하는 놀이를 한다고 했다. 팔씨름을 비롯해 발등 밟기, 동전 숨기기를 한다. 한 학생이 방 교장의 캐리커처를 그려줬고(가운데), 무지개 색의 뽀글머리 가발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오른쪽). 그가 가슴에 두른 어깨띠에는 금연하자는 문구가 적혀 있다. / 방승호 제공

    ―부임하는 곳마다 아이들이 개과천선을 하는 셈이네요.

    "아이들이랑 놀면 돼요. 노래하고 수다 떨고 팔씨름하고 발등 밟고 그러면서 노는 거예요. 재밌는 일이 생기면 아이들 자존감이 올라가요. 담배도 학교 폭력도 다 같은 원인이죠. 학교 생활이 재미있으면 아이들이 안 싸우고 담배도 안 피워요.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담배 때문에 골치 아픈 학교가 많을 텐데 그렇게 단순하게 해결이 됩니까?

    "선생님들이 애들 혼내고 애들은 도망 다니면 악순환이 반복돼요. 이전에 근무하던 고등학교에서 여학생 하나가 교장실에 찾아왔어요. '선생님, 학교가 아주 좋아졌는데 화장실에서 이를 못 닦겠어요' 하는 거예요. 담배 냄새 때문에 양치를 못하겠다는 거죠. '선생님이 정말 미안하다'하고 그다음 날부터 쉬는 시간, 점심시간마다 여학생 화장실 앞 복도에 기타랑 앰프 들고 갔어요. 담배 피우지 말란 소리 한마디 안 하고 쉬는 시간 내내 노래를 했지요. 아이들은 내가 왜 거기서 노래를 하고 있는지 다 알아요. 애들이 그 앞에 몰려오고 전교에 소문 나고 난리가 났죠(웃음). 그 뒤로 애들이 화장실에서 담배 안 피우더라고요."

    ―그 뒤로 금연송도 만드셨잖아요?

    "'노 타바코'라고 안 들어보셨어요? 한 곡 들려 드릴까?"

    대답도 하기 전에 그가 옆에 놓여 있던 기타를 집어 들었다. 기타 줄을 튕기면서 그는 눈을 감았다. "등나무 밑에 가면/ 하얀 담배꽁초가/ 이놈의 자식들 혼을 내야 하지만/ 막상 보면 천진한 얼굴/…/ 아이들은 모르지/ 왜 담배를 끊지 못하는지/ 사랑에 대한 갈구야/ 어른들이 못 지켜줬던 것…" 담배 피우는 아이들을 겪었을 때 느낀 점을 가사로 적었다고 했다. 노래 한 곡을 다 부른 뒤 그가 눈을 떴다.

    ―순위권에도 올랐다고요?

    "엠넷 순위 10위까지 했던 대히트곡이에요. 3집에 있던 노래인데 드라마 '도깨비' 작곡가로 유명한 안영민씨가 준 노래예요."

    ―돈을 내고 작곡을 의뢰했나요.

    "내가 화장실 앞에서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는 영상을 애들이 페이스북에 올렸나 봐요. 그걸 보고 그분이 곡을 주고 싶다고 연락을 먼저 해왔어요. 가사는 나더러 쓰라기에 금연송을 만들어야겠다 싶었죠. 이게 입에 쫙쫙 붙더니 순위권까지 올라갔어요. 그렇게 유명한 분이 저한테 곡을 왜 주겠어요. 아이들 덕분에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생긴다니까요."

    "불우한 아이들에겐 담배가 엄마 젖꼭지"

    ―금연송도 내셨으니 담배는 당연히 안 피우시겠죠?

    "아이들 상담하면서 거짓말처럼 딱 끊었습니다. 20년 전에는 하루에 한 갑 반 피우는 골초였어요. '담배를 꼭 끊어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도 아닌 어느 평범한 날이었는데 동료 교사가 '방 선생, 담배 한 대 피울까?' 하기에 '나 끊었어'라고 대답한 게 전부였어요. 그 뒤로는 단 한 번도 담배를 입에 댄 적이 없어요."

    ―금단 증상도 없었나요?

    "명상을 하면서 나를 파악하는 힘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담배가 맞나'에 대한 고민을 한 거죠. 답은 '아니다'였어요. 혼란스러웠던 머릿속이 정리되니까 그다음부터 '한 대만 피울까'라는 고민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학생들에겐 그 방법이 잘 안 통하겠는데요?

    "절대 안 통하죠(웃음). 아이들이잖아요. 대신 학교에서 재밌게 놀았던 기억을 통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학교 생활이 재밌어지면 점점 담배와 멀어져요. 처음에는 학교와 학교 근처에서 안 피우다가 나중엔 끊게 돼요. 고등학생이어도 아직 천진난만한 아이들이에요. 끊을 수 있는 힘을 키워주면 금방 바뀝니다."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요?

    "초등학교, 중학교 때 담배를 입에 대기 시작하면 끊기가 쉽지 않아요. 그 아이들에겐 담배가 엄마 젖꼭지 대신이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이 어릴 때 담배를 배우는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학부모 때문이지요. 부부지간 사이가 안 좋으면 불안함이 아이들 마음에 파고들어요. 부모가 다투는 걸 보면 두려움이 생기고 자신이 의지할 곳이 없다고 느끼는 거죠. 그러면 친구에게 의지하게 됩니다. 그런 친구가 만약 담배를 피우면 자기도 담배를 입에 대는 거죠."

    ―그런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하시나요?

    "지도 안 해요. 같이 놀 뿐이죠. 행복과 재미가 뭔지 알고 느끼면 아이들은 금방 바뀌어요. 담배를 딱 끊게 못 하더라도 일단 재밌는 기억을 만들어주려고 해요.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거죠."

    ―상담을 하다 보면 피곤한 날도 있을 것 같습니다.

    "피곤하면 내가 잘못한 거예요. 아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나도 '내가 옳기 때문에 네가 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방법을 사용하고 싶다는 유혹이 강하게 생겨요. 그런데 조금이라도 그런 방법을 쓰면 상대가 단박에 알아차립니다. 곧바로 마음을 닫아버려요. 나도 피곤하고 상대도 피곤한 날이죠."

    ―어떻게 하는 게 옳은 방법인가요?

    "상담하면서 내 생각을 주입하면 백전백패예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해도 상대도 나도 절대 피곤하지 않아요. 오히려 재밌게 이야기할 수 있죠."

    ―강요 않고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게 쉽지 않을 거 같은데요.

    "나도 아주 고집 세고 괴팍한 사람이었습니다. 조금만 건드려도 얼굴이 찌푸려지면서 표정이 다 드러나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만나면서 바뀌었어요. 예전엔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불쑥 화부터 냈는데 이제는 '내가 화가 났구나' 객관적으로 보게 돼요. 그러면 당장 화를 내지 않고 넘길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또 사실 그 순간만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대부분이잖아요. 아이들이 내 팔자를 바꾼 거죠."

    우리 학교 아이들은 모두 천재

    아현산업정보학교는 직업 위탁학교다. 서울시내 200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1·2학년을 다닌 학생들이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 진학 대신 직업훈련을 받으러 오는 곳이다. 학적은 원래 학교로 유지되고 졸업장도 자신의 학교에서 받는다. 학생들은 월요일은 다니던 학교에,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이곳으로 등교해 교육을 받는다. 이곳엔 게임제작과, 만화애니메이션과, 제과제빵과, 미용예술과, 패션디자인과 등 14개 학과가 있다. 매년 730여 명의 고3이 이 학교에 입학한다. 방 교장은 2007년 이미 이 학교 교감을 맡았었다. 그때 사람들은 '문제아들이 모여있는 학교'라고 했다. 인문계에서 공부를 포기한 아이들이 오는 곳이란 뜻이다. 방 교장은 그러나 "교복 200개가 있는 학교"라고 말했다. 각자 다니던 학교 교복을 입고 오기 때문이다.

    ―자원해서 다시 이곳에 온 이유가 있습니까?

    "이곳 아이들은 천재예요. 우리 학교 출신 스타로 휘성, 박효신, 환희가 있어요. 최근에는 K팝 스타에서 준우승한 안예은도 우리 학교 다녔고요. 유명한 프로게이머도 여러 명 배출했어요. 공부는 아닌 애들이죠(웃음). 예전보다 경쟁률이 높아져서 이제 아이들을 선발해서 뽑아요. 원래는 성적 순으로 뽑아야 하는데 다 고만고만해서 성적으로는 뽑을 수가 없어요. 출석률로 뽑죠(웃음). 대신 꿈이 확실한 아이들이에요. 자기 얘기를 할 수 있게 조금만 기다려주면 돼요."

    ―공부 포기한 아이들이라는 말을 듣지 않습니까.

    "명문대 나와서 9급 공무원 시험 보는 시대잖아요. 창의성이 중요하고 공부가 답이 아닌 세상이 됐어요. 어느 대학을 가느냐가 중요하지 않고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할 수 있는지 찾아주는 게 중요해졌어요. 신입생들에게 '그동안 적성에 안 맞는 거 하느라 힘들었지? 1년 동안 하고 싶은 것 열심히 해보라'고 해요. 애들이 눈물을 줄줄 흘려요. 그동안 힘든 게 막 떠오른다고 하더라고요. 가슴이 아프죠."

    ―남학생들도 우나요?

    "여학생들은 나 아니고도 붙잡고 울 곳이 많아요. 친구나 남자친구, 엄마한테 가서 울 수도 있죠. 남학생들은 울 수 있는 곳이 없어요. 그래서 더 외롭죠. 특히 부모가 이혼하거나 사이가 안 좋은 경우엔 말할 데가 없어요. 상처도 깊고요."

    ―부모가 이혼한 것도 극복이 됩니까.

    "나한테 찾아오면 그냥 수다를 떨어요. 아침에 뭐 먹었느냐, 김치찌개 좋아하냐, 나는 칼국수를 좋아하는데 너도 좋아하냐?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죠. 그럼 자기 얘기를 한두 마디씩 하기 시작해요. 그러다 보면 감정을 말하게 되고 방금 말로 한 걸 써보라고 하죠. 그러면 애들이 단어를 쓰고 곧 문장을 써요. '나는 비록 엄마·아빠가 이혼해서 괴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온전히 마음속에 받아들인다.' 그 구절을 대여섯 번 소리 내서 같이 읽으면 아이가 눈물을 펑펑 흘려요. 한 번도 위로받은 적이 없었던 거죠."

    ―학교에 입시 스트레스는 없겠습니다.

    "취업하기 힘들고 취업하고 나서 더 힘들다는 걸 아이들이 알아요. 고졸이라는 딱지가 있다는 것도 알고, 직장에서 차별받을 것도 다 알아요. 애들이 벌써 철 든 거죠."

    ―교장이 이렇게 나서는 걸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있습니까.

    "처음에는 가볍게 보인다고 욕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이제는 무시하려야 무시할 수가 없어요. 아이들 상담만 1만 명 넘게 했죠, 국내 놀이교육 1호 박사에다 서울시교육청 장학관도 했어요. 책도 냈고 음반도 냈잖아요. 학교 폭력 0%로 만들고 흡연율 1위 학교도 바꾸었고요. 아이들이 바뀌는 걸 보면 나한테 그런 소리 못 해요."

    그가 "이번에 내놓는 노래 뮤직비디오"라며 타이틀곡 '아현동 아이들'의 동영상을 보여줬다. 반주는 실용음악과 학생들이, 영상은 만화애니메이션과 학생들이 만들어줬다고 했다. 영상 속에 등장한 아이는 회색 감옥에 갇혀 있다 꿈을 품고 훨훨 날아간다. 방 교장은 "아이들이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준 덕분에 대히트할 노래"라며 웃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