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들 사이에서 대선 전 연대를 위한 물밑 접촉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친분이 있는 일부 의원끼리 각 당 대선 후보가 정해지는 4월 초쯤을 목표로 연대에 관한 대화를 하고 있으며, 일각에선 '합당' 가능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당의 대선 주자인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후보 측 관계자들은 이날 본지에 "양측 간 물밑 접촉이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오늘도 바른정당 의원들에게 연대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유 후보는 "국민의당이 연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 반면, 안 후보는 자유한국당뿐 아니라 바른정당과의 연대 문제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4월 초 경선 이후에는 지금과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와는 별개로 국민의당 손학규 후보와 바른정당 남경필 후보 측 간에도 향후 연대 문제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대화가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후보는 과거 한나라당에서 활동할 때부터 친분 관계가 깊다. 또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도 여러 차례 만났고 최근에도 각종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중진 의원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이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보수표가 갈 곳을 잃었다"며 "이 같은 지형을 잘 활용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꺾을 후보 단일화를 국민의당과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두 당은 연대 시기를 '4월 초'로 보고 있다. 국민의당은 4월 4일, 바른정당은 3월 28일 대선 후보가 확정된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만일 성사가 된다면 경선이 마무리되고 최종 후보 등록 전인 4~10일 사이에 논의가 급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안 후보가 당장은 연대 얘기를 할 때가 아니라고 하지만, 경선이 끝나면 표의 결집을 위해 연대 논의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 물밑 접촉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양당 일부 의원은 "대선만이 아니라 대선 이후 상황을 감안할 때 합당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하고 있다. 양 당 의원들은 대부분 민주당과 한국당의 극단적 대립을 막기 위해선 제3의 중도 정당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영·호남 화합의 정당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공유하고 있다.
국민의당으로선 호남 민심이 변수다. 광주(光州)가 지역구인 김경진 의원은 "연대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호남 민심은 바른정당도 탄핵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쉽지는 않은 일"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안철수 후보도 내놓고 연대를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연대 논의를 공식화할 타이밍에도 호남의 반문재인 정서가 여전하고 안 후보 지지율 등이 받쳐주면 호남도 용인해줄 것"이라고 했다.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다만 '정권 탄핵에 책임이 있는 핵심 친박들이 정리돼야 한다'는 전제가 달렸다. 유승민 후보는 이날 "국민의당과 한국당 양쪽 모두와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지만, 한국당 후보가 친박 세력의 지지를 받아서 된다면 단일화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