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否定의 논쟁, 批判의 논쟁

    입력 : 2017.03.17 03:02

    이인열 산업1부 차장
    이인열 산업1부 차장
    1980년대 중반 대기업 종합상사의 해외본부장이었던 A가 한 중동국가 지사를 방문해 현지 지사장 B와 골프를 했다. B의 골프 실력이 엄청났다. B는 좀 쑥스러웠는지, "본부장님, 제가 왜 이렇게 잘 치는지 아십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저는 골프공을 중동 거래처 사람 머리라고 생각하고 칩니다"라고 했다. 현지 비즈니스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도 있었지만 B는 이질적인 중동 지역 문화와 사람들에게 반감이 아주 컸다.

    A는 얼마 되지 않아 B를 귀국시켰다. A는 "현지를 그토록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좋은 실적을 내기 어렵고, 설사 실적이 좋더라도 후임 지사장이 가면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왜 그런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A는 이렇게 설명했다. "세상을 부정하는 것과 비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부정하는 사람은 진정한 실적을 낼 수 없다. 세상을 비판하려면 원 없이 사랑해봐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논란을 보면 애정을 담은 비판보다 미움을 바탕에 깐 부정이 넘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세월호 사건만 해도 그렇다. 사건 이후 우리는 재발 방지에 힘을 모아야 했다. 그러려면 잘못된 점을 비판하고 시정해야 했다. 그런데 이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우리가 다 아는 대로다. 유사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시스템 구축 노력보다는 누군가를 부정하고 미워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그 결과 우리는 세월호 이후 과연 얼마나 안전해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 어렵고 반대로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 쉽다는 '모라벡(Moravec)의 역설'이 있다. 미국의 로봇 공학자인 한스 모라벡이 1970년대 한 말에서 유래했다. 요지는 '지능 검사나 체스에서 어른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컴퓨터를 만들기는 쉽지만, 지각이나 이동 능력에서 한 살짜리 아기만 한 능력을 갖춘 컴퓨터를 만드는 일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006년 일본 혼다의 인간형 로봇 아시모(ASIMO)는 첫 시연회에서 무대 위 계단으로 오르다가 굴러떨어져 얼굴이 바닥에 부딪혔다. 물론 다시 일어나 무대에서 춤추고, 축구공도 차며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아시모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계단에서 구를 때 손으로 머리를 감싸 보호하는 인간으로서는 아주 당연한 행동을 해내지 못한 것이다. 모라벡은 이러한 차이의 원인을 진화에서 찾았다. 모라벡은 "인간의 감각·운동 능력은 수백만 년 동안 진화를 통해 인류와 동물에게 탑재된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고'가 인간을 넘어섰다고 아우성쳤던 때가 바로 1년 전이다. 하지만 그건 특정 영역에 국한될 뿐, 총체적 능력 면에서 로봇은 인간을 능가하지 못한다. 그중 하나가 논쟁하면서 성장하는 능력이다. 다만 그 논쟁은 부정의 논쟁보다 비판의 논쟁이어야 한다. 부정만 하는 논쟁은 상처만 남길 뿐 진보를 이뤄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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