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그 장면 그 장소

무시무시한 야생 밀림, 거기가 제주도라구요?

얼마 전 종여한 드라마 '미씽나인' 속 주인공들은 진흙투성이로 넝쿨과 바위 사이를 헤맨다.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떨어진 9명은 섬 안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그들이 떨어졌던 그 섬, 그곳은 어디였을까.

  • 구성 및 제작 =뉴스큐레이션팀

    입력 : 2017.03.21 08:16

    얼마 전 종영한 MBC 드라마 '미씽나인'은 연예계에 종사하는 인물 9명이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떨어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드라마에서 무인도는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하면서도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는 미지의 장소이다.


    드라마 속에서 이들이 떨어진 곳은 중국 동남부 지역 해주 근처의 어느 무인도로 설정돼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실제 촬영지는 한국이다. 무인도 장면 대부분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섬, 제주에서 찍었다. 무인도 전경으로 나오는 섬은 제주에서 멀지 않은 차귀도이고 곧 아바타가 튀어나올 것 같은 정글 숲 장면들은 환상숲 곶자왈이다. 무인도 장면을 실감나게 묘사하기 위해 제작진이 찾아낸 제주의 곳곳은 우리가 그동안 잘 안다고 생각했던 제주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조선DB

    차귀도 
    총 면적 0.16㎢로 제주도에 딸린 무인도 가운데 가장 큰 섬이다. 고산리에서 배를 타고 10여 분 정도 가면 만날 수 있다. 죽도·지실이섬·와도의 세 섬과 작은 부속섬을 거느리고 있는데 죽도라는 이름은 대나무가 많아서 지어진 이름이고 지실이섬의 지실은 제주 방언으로 감자라는 뜻이다. 섬 중앙은 대체로 평지이나 바다와 닿는 해안가는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곶자왈
    곶자왈의 곶은 제주 방언으로 숲을 뜻하며, 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서 수풀 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을 뜻한다. 즉 나무와 덩굴이 엉퀴어 숲을 이룬 곳이다. 제주에서는 약 10곳의 곶자왈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의 기후는 바위와 바위 사이의 숨골이라는 곳에서 끝없이 올라오는 습기와 열기 때문에 여름엔 에어컨을 틀어놓은듯이 시원하고 겨울엔 난방을 한 것 처럼 훈훈하다. 주로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부와 서부, 북부 곳곳에 분포하는 이곳은 세계적으로도 오직 제주에서만 발견되는 특이한 생태환경을 가지고 있다. 과거 곶자왈은 돌무더기로 인해 농사를 짓지 못하는 불모지로 인식돼왔다. 땔감을 얻거나, 숯을 만들고, 약초 등의 식물을 채취하는 용도로만 간혹 쓰이던 쓸모없는 땅이 생태학적 연구 가치를 인정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곶자왈 생태탐사, 과학적 흥미 높이고 학습 효과 '업'
    제주의 허파 '곶자왈'… 원시림 속을 걷는다

    사람 손 타지 않은 무인도
    제주도에서 가장 큰 무인도인 차귀도는 지난 30년간 민간 출입이 통제되어오다가 지난 2011년에 다시 민간에게 개방됐다. 지금도 하루 출입인원을 1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과거 1973년까지만 해도 몇몇 가구가 모여 살던 이 섬은 사람이 살았던 오래된 흔적 몇 곳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섬에는 오직 바람과 파도의 흔적만이 가득하다.

    무인도를 떠나면서 섬을 바라보는 주인공들. 섬을 다시 찾은 주인공이 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회상하는 장면 /'미씽나인' 캡처

    드라마 속에서는 주로 무인도의 전경을 부감으로 찍을 때 등장한다. 1화에서 주인공이 섬을 헤매거나 이곳이 무인도라는 것을 안 주인공들이 절벽 위에서 좌절하는 장면 속에서 이 섬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섬 전체에 기괴하게 솟아있는 절벽과 바위들이 무인도라는 설정에 사실감을 더해준다.

    최근엔 사람의 손에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제주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낚시꾼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는데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좀처럼 잡기 힘든 귀한 물고기들도 종종 잡힌다고 한다. 1화에서 여주인공 라봉희가 직접 바다에서 잡아오는 물고기가 맛있었던 것은 허기 때문만은 아닌 셈이다.

    아바타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원시림

    밀림 속을 헤매는 주인공들. 이곳은 실제 밀림이 아닌 제주도의 곶자왈이라는 곳이다. /'미씽나인' 캡처

    드라마 속 정글숲 장면은 모두 환상숲 곶자왈이 배경이다. 곶자왈은 한마디로 한국의 열대우림이라 할 수 있는 곳으로 이국적인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다. 한겨울에도 10도 이상의 기온을 유지해 여름에만 볼 수 있는 버섯과 식물을 관찰할 수 있고, 적도의 열대지방에서 발견되는 이끼가 한꺼번에 발견되기도 한다. 남방계 식물과 북방계 식물을 한자리에서 관찰돼 열대지방의 숲을 연상케 한다. 환상숲 뿐만 아니라 대부분 곶자왈은 자연 원시상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한번 들어가면 길을 잃기 쉽다. 그만큼 무인도의 야생과 신비함을 표현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가을과 겨울에 촬영한 '미씽나인'이 해외 로케이션 없이 열대우림의 야생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곶자왈 덕분이다.

    '차귀도' 이름에 얽힌 이야기

    차귀도 전경 /조선DB

    차귀도라는 이름에는 무시무시한 얘기가 전해져 온다. 고려 예종 때 제주에서 인재가 많이 나자 송나라에서 제주의 9혈을 끊어 인재의 씨를 말릴 목적으로 호종단이라는 특사를 파견했다. 이들은 제주 곳곳에 말뚝을 박았으나 모든 혈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그냥 돌아가는 배에 올랐다. 호종단의 귀향 배가 차귀도 앞을 지날 때 지금까지 그들의 악행을 모두 지켜보았던 한라산 수호신이 매로 변해 배 위에서 힘차게 날개짓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큰 태풍이 닥쳤고 배는 난파돼 배 안의 모든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 때부터 송나라 호종단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을 가렸다고 해서 가릴 차(遮) 돌아갈 귀(歸)를 써서 차귀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환상숲 곶자왈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곶자왈의 모습 /한국관광공사

    천연 원시림이면서 쓸모없는 땅이었던 곶자왈을 사람들이 학습하고 휴식을 취하고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 사람은 이형철 씨다. 이 씨는 아름다운 정원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주위의 만류에도 1만여평 곶자왈 지대를 구입했다. 그런데 갑자기 찾아온 뇌경색으로 생각보다 일찍 퇴직하면서 이 곳은 이 씨에게 치유의 공간이 되었다. 이 씨는 이곳을 가꾸고 산책로를 내면서 병도 완쾌했고 건강을 되찾았다.

    아버지가 가꾼 곳에 이야기를 불어넣은 사람은 딸 지영씨다. 서울 지역아카데미에서 농어촌교육 컨설팅 일을 하고 있던 지영 씨는 숲 속의 이야기를 삶과 연결시켜 전달하고 사람들이 이곳을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숲 해설과 다양한 숲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이곳은 하루 방문객이 수백명이 달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또한 '미씽나인' 뿐만 아니라 각종 드라마와 뮤직비디오 촬영지, 웨딩 촬영 명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