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역대 최대 '고려展' 보여드리겠습니다"

    입력 : 2017.03.16 03:03

    [취임 1주년 맞은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

    '직지심체요절' '수월관음도' 등 고려 최상급 名品 엄선해 추진
    출토 맥락 보여주는 전시법 호평 "유물에 담긴 '사람' 보여준 것"

    내년 11월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역대 최고, 최대 규모의 '대(大)고려전'이 열린다. 2018년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 대규모 특별전에는 '고려 4대 명품'인 청자, 불화, 나전칠기, 금속활자를 비롯해 전 세계에 흩어진 고려의 위대한 문화유산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영훈(61)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개방적이고 독창적인 문화를 이룩했던 고려의 다양한 면모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라고 했다.

    14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이 관장을 만났다. 서울대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고 1982년부터 35년 동안 국립박물관에서 근무한 '박물관맨'. 이건무 전 관장 이후 10년 만의 내부 학예직 출신 관장이라 취임 당시부터 박물관 안팎의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1년, '이영훈호(號) 중앙박물관'은 순항 중이다. 손대는 전시마다 홈런을 치는 '흥행사'답게 지난해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 특별전으로 "역시 이영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발상을 바꾸는 전시로 정평이 난 이영훈 관장은 “가구 배치를 바꾸면 분위기가 달라지듯이 유물을 어떻게 놓고 해석해야 새롭게 보일지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발상을 바꾸는 전시로 정평이 난 이영훈 관장은 “가구 배치를 바꾸면 분위기가 달라지듯이 유물을 어떻게 놓고 해석해야 새롭게 보일지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내년 열리는 '대고려전'도 이 관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 현존 최대(最大) 고려불화인 일본 가가미진자(鏡神社) 소장 '수월관음도'(419.5×252.2㎝) 등 고려불화 명품 10선을 비롯해 고려의 예술성과 과학기술을 상징하는 '특A급' 작품 전시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직지는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보다 78년이나 앞선 현존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으로, 초대 주한 프랑스 공사였던 플랑시가 19세기 말 구입해 프랑스로 가져간 후 한 번도 한국 땅을 밟은 적이 없다. 성사되면 '직지의 첫 한국행'이 된다. 이 관장은 "민병찬 학예연구실장이 주축이 돼 총력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학계의 연구 성과를 전시에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이 관장은 전임 김영나 관장이 전격 경질되며 지난해 3월 수장에 올랐다. 9년째 재직 중이던 국립경주박물관장을 끝으로 몇 개월 뒤 정년퇴임을 앞둔 차였다. "퇴임하면 중국 항저우에 1년간 가 있을 생각이었어요. 중국미술학원 어학연수생으로 가서 붓글씨 작품이나 보면서 따라 써볼까 했었지요."

    지난해 열린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 특별전 전시장. 매머드급 전시 물량과 감성적 스토리텔링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열린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 특별전 전시장. 매머드급 전시 물량과 감성적 스토리텔링으로 화제를 모았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가능한 유물을 최대한 꺼내 출토 상태 그대로 보여주는 전시 기법은 이제 '이영훈표' 브랜드가 됐다. 그는 경주박물관장 재직 당시 '황남대총 특별전'(2011년), '천마총 특별전'(2014년) 등에서 금관을 1500년 전 무덤 속 그대로 눕혀서 전시하고, 출토 유물 5만2000여점을 모두 꺼내 벽장마다 겹겹이 쌓아 전시하는 파격으로 호평받았다. 지난해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 특별전에선 유물 2만점, 동전 1t을 가득 채워 그간 5%만 공개됐던 신안선 유물의 전모를 보여줬다. 매머드급 전시 물량에 놀란 관람객의 발걸음을 또 한 번 멈추게 한 건 전시장 끝자락의 마무리 글. "신안해저선은 당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이 서려 있는 침몰선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겐 보물선으로 남았습니다. 모든 문화유산에는 사람이 들어 있습니다. 마땅히 그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

    20~30대 관람객들이 퍼 나르며 화제가 된 이 글은 이 관장이 직접 썼다. 전시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명품 도자기나 거대 물량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사람'이라는 것. 그는 "모든 전시품 안에는 사람의 숨결이 스며 있고 사람의 생각이 담겨 있다. 외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찬탄을 넘어 그것을 이룩한 사람을 이해하고자 한다"며 "사람을 기리는 전시를 통해 옛사람과 소통하며 영감을 얻는 곳이 바로 박물관"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1일부터 시행한 월요 휴관제 폐지 이후 상설전시관 관람 인원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 관장은 "2007년 경주박물관에 처음 내려갔을 때 월요일은 아예 정문을 닫아서 허탕치고 돌아가는 관람객이 많았다. 경주박물관은 바깥 뜰에도 볼거리가 많은데 안타까워서 야외 전시를 개방했다"고 했다. "반응이 좋아서 많을 땐 1000명까지 왔어요. 성덕대왕 신종(에밀레종) 하나만 봐도 만족스럽다고 돌아가셨지요. 제가 경주에서 한 일 중 제일 잘한 것 같아요(웃음)."

    이 관장은 "앞으로 전통과 현대를 섞는 통합 전시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들이 함께 만드는 협력 전시랄까요. 예를 들어 풍경이란 주제로 옛 풍경 작품과 현대의 작품을 섞어서 보여주면 어떨까요."



    [기관 정보]
    국립중앙박물관은 어떤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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