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패거리 중심 인사에서 벗어나야 한다

  • 변양호 前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입력 : 2017.03.16 03:11

    로마는 점령지 주민에 시민권 줘, 우수 인재 받아들여 번영했는데
    우리는 大選 후 자기 사람만 고집… 대권 후보들 인사 원칙부터 밝히길
    논공행상 非전문 분야로 제한하고 전문직엔 민간 헤드헌터 도입하길

    변양호 前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변양호 前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편협함에서 벗어나는 인사가 번영을 이끈다. 제도와 인물 모두 중요하다. 대선 후보들이 제도 개편을 이야기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사 원칙이다. 과거 정부 모두 인재를 널리 구하지 않고 자기편 사람만 썼다. 한자리하려면 선거 캠프에 가담해야 하는 풍토도 생겨났다.

    서기 48년 로마의 클라우디우스 황제는 원로원에서 한 연설에서 말했다. "우리 조상은 모든 능력 있는 자들을 이 도시로 받아들였습니다. 전쟁 능력이 뛰어난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그들이 정복한 자들을 이방인으로 배척했기 때문에 멸망했습니다. 그들과 달리 로마는 다른 종족과 벌인 전쟁에서 승리한 그날부터 정복당한 자들을 동료 시민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외국인 출신으로 왕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로마가 2000년 전에 깨닫고 실행했던 번영을 위한 인사 원칙을 우리는 아직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적이었더라도 능력 있으면 왕이 되는 것도 허락하는 포용력 있는 인재 등용이 나라를 번영으로 이끈다.

    대선 캠프를 크게 운영할 수도 있지만 대통령으로 선출된 다음에는 캠프에서 벗어나 널리 인재를 구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공공 기관 인사는 두 갈래로 나누어서 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갈래는 단순히 관리 정도의 역할만 해도 큰 문제가 없는 기관의 인사이다. 이런 곳은 지금과 같이 집권 세력이 맡아도 좋다. 나라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논공행상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둘째 갈래는 산업은행 등과 같이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에 대한 인사이다. 이런 자리는 정치권 사람을 임명하면 안 된다. 언제나 최고의 인재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민간에서 흔히 하는 방법을 쓰면 된다. 지금도 산업은행 같은 기관에서는 기관장을 선출하는 위원회가 있다. 이 위원회에서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투명하게 기관장을 선임하면 된다. 민간 헤드헌터사나 다른 네트워크 등을 통해 후보들을 추천받는다. 후보 추천 이유와 함께 그 후보에 대한 평판 조회도 받는다. 그러고는 후보 한 사람 한 사람을 세밀하게 검토한다. 필요하다면 면접도 여러 번 한다. 내부 토론도 치열하게 한다. 면접과 토론 내용 등 선출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다. 그런 뒤 가장 적합한 사람을 뽑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그동안 행사해 온 인사권이라는 기득권을 버리면 어렵지 않게 시행할 수 있다.

    /조선일보 DB
    이런 과정을 거쳐 능력 있는 사람을 기관장으로 임명해야 공공 기관 개혁을 올바로 추진할 수 있다. 관료 출신이라고 이익을 주거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 관료들도 능력이 없으면 산하기관에 갈 생각을 말아야 한다. 출신과 관계없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최고의 인물을 뽑게 해야 한다. 현재 경영진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면 몇 번이라도 연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그 기관의 실력이 축적된다. 평판 조회는 민간 헤드헌터사를 통하면 된다. 민간 헤드헌터사는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기 어렵다. 한번 적발되면 앞으로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장관 임명 방식도 고쳐야 한다. 지금은 장관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너무 자세하게 들여다본다. 후보자 가족의 초등학교 학적부까지 파본다. 국회 청문회에서 과거 행실이 문제 되었던 후보자가 결국 장관으로 임명된 사례도 많았다. 청문회가 후보자에게 상처만 준 꼴이 된 것이다. 국민을 위해 중요한 일을 할 장관에게 상처만 주는 청문회를 거치게 할 이유가 없다. 능력 없고 주변의 신망도 없는데 인사권자에게만 잘 보여서 장관이 되는 경우도 많다. 평판 조회를 한 번이라도 하면 이런 인사를 막을 수 있다. 과거를 들추기보다 정말로 능력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청문회로 개편해야 한다.

    청와대는 장차관 인사만 하고 부처별 직원 인사는 장차관에게 맡겨야 한다. 전 부처가 한 팀이 되어 일하려면 장차관을 중심으로 뭉쳐야 하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인사 전횡을 막기 위해 중앙인사위원회와 같은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 대통령의 의지만 있으면 해결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두 달 후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이번 정부가 계파나 캠프 중심 인사에서 벗어나는 첫 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널리 인재를 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예비 내각)은 적절하지 않다. 로마의 흥망성쇠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쓴 시오노 나나미는 집필을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나라가 망하는 비극은 인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재가 있어도 그 활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일어난다." 인재 등용 원칙을 분명히 밝히는 대선 후보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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