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성과연봉제 반대'의 핑계

    입력 : 2017.03.16 03:05

    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요즘 세종시 정부 세종청사에는 '최순실의 정책, 성과연봉제 즉각 폐지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무슨 사연인지 알아보니 "최순실이 대기업으로부터 이런저런 혜택을 받았으니 정부가 그 보답으로 대기업이 원하는 성과연봉제 등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얘기였다. 공공 기관 임금 체계 개편을 주도한 기획재정부 등 공무원들 보라고 걸어 놓은 것 같았다.

    공공 기관 노조들이 대선을 앞두고 '공기업의 공공성을 회복하자'며 성과연봉제 퇴출을 가장 중요한 의제로 내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대전지방법원에서 코레일 성과연봉제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자 "성과연봉제 도입 불법성이 드러났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가처분은 어디까지나 '임시 조치'일 뿐 불법성 여부는 본 소송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공공 기관 성과연봉제는 대통령 탄핵과 함께 퇴출해야 할 제도일까. 우리나라 기업에서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 잡은 호봉제는 경제 개발 초기 고(高)성장기에는 근로자의 장기 근속을 유도해 '숙련도'를 높이는 효과 등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경제 환경에선 생산성과 임금의 격차를 발생시켜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다. 1년 미만 근속자 대비 30년 이상 근속자의 임금 수준을 의미하는 '연공성'은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 기준 3.28배 수준으로 유럽연합(EU) 평균인 1.69배나 일본의 2.46배에 비해 훨씬 높다.

    2016년 9월22일 오후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소속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공공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결의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연공성이 크면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채용을 피하고 비정규직, 간접 고용을 늘리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렵게 된다. 실제로 한 공기업 직원은 "사실 회사 내에 '저 사람 월급으로 차라리 신입 2~3명을 뽑아 일하게 하는 것이 조직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몇년간 성과연봉제를 강하게 밀어붙인 측면은 분명히 있다. 기획재정부 등은 지난해 말을 시한으로 119개 국가 공공 기관과 143개 지방공기업에 일괄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라고 지시했었다. 임금 체계는 경직성이 강해서 정부가 주도하지 않으면 개편 작업을 시작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공기업들에 성과연봉제 외에도 직무급(업무 난이도와 특성에 따른 임금 결정)·직능급(숙련도와 역량에 따른 임금 결정) 등 다양한 옵션을 주고 고르게 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업무 난이도나 개인 숙련도·역량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다른 임금 체계에 비해 단순히 성과급에 차등을 두는 성과연봉제가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것이다.

    성과연봉제가 임금 체계 개편의 정답은 아닐 수 있다. 그렇다면 성과연봉제 퇴출을 주장하는 공공 기관 노조 등은 공기업의 효율적인 운영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취업 절벽' 앞에서 절망하는 젊은이들에게 공공 기관이 일자리를 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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