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의 맛 세상] 셰프들이여, 세상을 요리하라

    입력 : 2017.03.16 03:07

    유명하고 영향력 커진 셰프들
    접시닦이 직원에게 持分 주고 가난한 아이들 자활 돕기 위해 요리 학교 만들어 운영도
    "말은 적게 행동은 더" 외치며 '더 좋은 세상 만들기'에 나서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덴마크 레스토랑 노마(Noma) 주방에서 일하는 알리 손코(Sonko·62)는 지난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접시닦이'가 됐다. 노마는 세계 최고 중 하나로 꼽히는 식당. 요리업계 전문가들이 선정하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4차례 1위에 올랐고, 식당 평가·안내서 미쉐린가이드로부터 별 2개를 받았다.

    마지막 영업일이던 지난달 24일, 이 식당 오너셰프(주방장 겸 주인)인 르네 레드제피(Redzepi)는 깜짝 발표를 했다. 손코를 포함해 식당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직원 3명에게 새로 설립하는 지주회사의 지분 10%를 나눠주기로 한 것. 아프리카 감비아 출신 이민자인 손코는 14년간 노마 주방에서 접시를 닦았다. 새로 설립되는 지주회사는 재개점할 노마를 포함해 여러 외식 관련 사업을 총괄할 곳으로, 회사 규모가 200만달러(약 23억원)쯤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코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할 뿐 아니라 가장 돈 많은 접시닦이도 되는 셈이다.

    2년 전 필자와 만났을 때 레드제피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어떻게 적절히 보상해줄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저는 지금 이대로 만족스러워요. 하지만 직원들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려면 더 많은 봉급을 받아야 해요. 그러려면 노마를 현재의 단일 레스토랑보다 큰 규모의 사업체로 확장해야만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확장해야 직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 중이에요."

    사람들이 점점 더 음식과 요리사에 열광하며 관심을 갖는다. 레스토랑은 과거 미술관처럼 어떤 도시를 방문할 때 반드시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됐고, 유명 요리사는 연예인 못잖은 인기와 영향력을 갖게 됐다. 주방 접시닦이 전담 직원에게 회사 지분을 주기로 한 레드제피의 결정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접시닦이가 그다지 존경받는다고 할 수 없는 미국에서 특히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도 공감했고,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며 일하는 이들의 처우 개선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김성윤의 맛 세상] 셰프들이여, 세상을 요리하라
    /이철원 기자
    레드제피가 외식업계의 처우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실천을 통해 해결책을 제안했다면, 페루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사 가스톤 아쿠리오(Acurio)는 요리를 통해 저소득층 아이들이 가난을 탈출할 수 있는 사다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나섰다. 법대를 나온 아쿠리오는 프랑스 코르동블루에서 음식을 공부해 요리사가 됐다. 페루는 잉카 문명을 꽃피운 인디오 원주민과 유럽·아시아 이민자들의 문화가 뒤섞여 다채롭고 독특한 식문화를 꽃피웠지만, 나라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었다. 아쿠리오는 전통 페루 음식에 첨단 요리법을 접목해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페루 음식을 전 세계에서 맛보게 되고, 지난해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 리마에 있는 '센트랄(Central·4위)'과 '마이도(Maido·13위)', 아쿠리오가 문을 연 아스트리드&가스톤(Astrid&Gaston·30위) 등 포함 페루 레스토랑이 세 곳이나 포함된 건 그의 공이라고 페루인들은 누구나 인정한다.

    아쿠리오는 페루는 물론 남미 전역과 미국·유럽에 수십개의 식당·카페·바 등을 운영하는 거대 외식 기업의 주인이 됐다. 그는 자신의 성공을 즐기지만 않고 공익(公益)에 활용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요리학교를 설립해 삶의 희망을 심어주었다. 덕분에 그는 페루에서 가장 유명할 뿐 아니라 사랑과 존경까지 받는 요리사가 되었다. 페루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를 하면 아쿠리오가 1순위로 꼽힌다.

    최근 만난 아르헨티나 요리사 나르다 레페스(Lepes)는 농민들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TV 요리 프로를 진행하는 레페스는 한마디로 '아르헨티나 백종원'이다. 그는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며 해당 농수산물로 만드는 다양한 요리법을 자신의 방송과 웹사이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개하거나, 농어민에게서 대량 구매해 도시 소비자에게 직판하는 장터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정기적으로 연다. 농수산물 가격 폭락으로 생산자가 파산하지 않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레페스는 "우리 요리사들이 성공할 수 있게 도와준 이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내 유명세를 적극 활용하려고 한다"고 했다.

    아쿠리오는 요리사들에게 "말은 덜 하고, 행동은 더 하자(talk less, act more)"고 자주 말한다. "방송에 출연하고, 사진 찍히는 일에 관심을 덜 가집시다. 외식업계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이나, 가난한 농부들,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도움 될 실질적인 행동은 더 많이 합시다." 명성과 영향력을 자기 자신뿐 아니라 사회를 위해서도 쓰자고 그는 주장한다. 셰프가 세상을 요리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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