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권한대행, 불출마 결정한 3가지 이유

입력 2017.03.15 14:21 | 수정 2017.03.16 18:56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어 보수 유력주자 또 사퇴
명분 승산 실리 모든 면에서 '대선 힘들다' 판단한 듯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달 7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던 중 취재진으로부터 대선 출마와 특검 시한 연장 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소만 띠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을 54일 남겨둔 15일 최종적으로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그가 이번 대선에 대한 출마 관련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 의결로 권한대행 체제가 시작된 후 지난 3개월간 여권 보수 진영에서 ‘최후의 보루’이자 ‘강력한 대안’으로 러브콜을 받아왔다. 대선 여론조사에 이름이 오르고, ‘대통령 행세’라는 야당의 정치 공세를 감수하는 등 사실상 대선 주자의 지위를 누려왔다. 황 권한대행은 그동안 단 한 번도 출마설을 부인하지도 제지하지도 않았다. 출마를 염두에 두고 고민을 거듭했던 것은 사실이라는 얘기다.

그런 황 권한대행이 막상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가 확정된 이후 불출마를 결단한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현재 맡겨진 국정 관리 소임이 더 막중하다는 ‘가치 판단’이다.

황 권한대행은 대행 시절 어느 자리에서든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국정 안정 관리에 역사적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왔다. 공안 검사 출신인 황 권한대행으로선 실제 권력 공백기를 노린 북한의 무력 도발이나 국내 체제 전복 세력의 득세 가능성을 매우 우려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공세, 중국의 사드 보복 공세 등 대외 리스크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이 유일호 경제부총리 등에게 ‘대행의 대행’ 자리를 넘기고 선거에 나올 경우, 국정 책임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진영을 막론하고 나올 소지가 크다. 특히 평생 법을 다뤄온 검사 출신이자 독실한 기독교인인 황 권한대행이 ‘맡겨진 중요한 소임’이나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정치적 결단을 하기엔, 보수 진영이나 친박 핵심의 출마 요구 설득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둘째, 대선 출마시 당선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현실적 판단이다.

황 권한대행의 대선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한때 20%에 육박하며 2위를 기록,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맞대결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낳았었다. 그러나 최근엔 한 자릿수로 떨어져 간신히 3위를 지키는 정도다. 이는 그의 출마 변수가 너무 오래 거론되면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커진 데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 결정이 ‘탄핵 인용’으로 기울면서 현 정부 2인자였던 황 권한대행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줄어든 탓으로 분석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야권에 유리한 지형이 형성된 데다, 여당과 보수 진영은 사분오열돼 있다. 더구나 대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를 전혀 해본 적 없는 황 권한대행이 보수의 전열을 재정비해 대선전을 펼치기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만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됐다면 반전된 분위기를 타고 황 권한대행이 준비 작업을 거쳐 12월 대선을 노려볼 수도 있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셋째, 대선 이후에도 개인적 명예가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간 정치권에선 ‘황 권한대행이 출마하는 순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임명직 관료 출신으로 정치 전력이 전혀 없고, 개인의 명예를 중시하는 보수 인사가, 더구나 야권에 유리한 현 대선판에서 상처 받지 않고 온전히 버텨내기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황 권한대행은 이미 만성담마진으로 인한 군 면제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등 개인적 측면에서나 정책 측면 모두에서 야당의 혹독한 검증 공세를 받고 있었다.

대규모 정치·정책 참모단을 갖추고 출발한 반 전 총장마저 ‘판치는 가짜 뉴스’와 ‘서로 헐뜯는 정치 문화’에 넌덜머리를 내고 20여일 만에 중도 사퇴한 것이 불과 한 달반 전 일이다. 정치권에선 대선 목전에서 출마를 접거나 패배했던 고건·이회창 전 총리의 전례를 거론하기도 했다.

특히 황 권한대행 개인 성향을 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대선에 지더라도 야당 대표로 보수 진영을 이끌 각오가 돼있어야 하는데, 그런 ‘풍찬노숙’을 하며 정치를 해나갈 사람은 아니다”란 말들이 나왔다. 보수 진영에서도 친박 핵심을 중심으로 황 권한대행에 급한대로 손짓만 했을 뿐, 대선 이후에 보수의 구심점 자리로 ‘옹립’해줄 것이란 보장은 없었다. 오히려 최근 친박 핵심들의 출마 권유를 잇따라 접하면서, 황 권한대행이 ‘내가 박 전 대통령의 보수의 맹주 자리를 대체하기는 힘들다’란 현실 인식을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불출마 선언을 앞둔 15일 오전 경남 창원시 국립 3·15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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