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2017년 新 알바 풍속도

대한민국의 아르바이트 채용 사이트에 등록된 알바 업종은 약 107개. 알바에 종사하는 사람은 대략 100만명 정도이다.
경기 악화로 각종 아르바이트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치열하다.
또, 사회 문화 변화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고수입 아르바이트 시장이 형성돼 사람들이 몰리기도 한다.

  • 구성=뉴스큐레이션팀

    입력 : 2017.03.20 08:05 | 수정 : 2017.03.20 08:13

    아르바이트, 용돈을 벌기 위해 임시로 하는 일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였지만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직장인·장·노년층들도 늘어나고 있다.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알바 시장이 형성되기도 하고, 일반 직장인이나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대표가 알바 자리에 지원하기도 한다. 또한 그동안 20대들이 하던 알바에 60대가 지원하거나 중·장년층의 생계였던 직종에 20대 대학생들이 지원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불황과 사회 변화가 만들어낸 알바의 새로운 자화상을 들여다봤다.

    어떤 알바든 세대·계층을 초월한다

    건설 일용직으로 몰리는 20대들

    겨울 방학을 맞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은 '단기간 고수익 알바'로 통하는 건설 일용직 (막노동)에 몰린다. 그동안 건설 일용직은 3·40대의 숙련공과 특별한 기술이 없는 잡부들이 주로 찾는 생계수단이었다. 하지만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짧은 시간에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건설 현장을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대학생 박우진(가명·24)씨는 "정규 알바(아르바이트)는 주중, 주말에 수시로 일을 해야 하는 데다 시급(時給)도 최저임금 수준으로 낮다"며 "막노동은 짧은 기간 내에 쉽게 구할 수 있고, 임금도 센 편이라 도전했다"고 말했다.

    건설 일용직의 하루 평균 임금은 11만~13만원 정도다. 이 중 10%가량을 인력사무소가 소개비 명목으로 떼가도 10만원 정도 남는다. 막노동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안전보건교육원에서 4시간짜리 수업을 들은 후 이수증을 받아야 한다. 이 이수증이 있어야 건설 현장에서 인부로 일할 수 있다. 수강료는 4만원이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건설업 기초안전 보건 교육을 이수한 20대는 2013년 3만4651명에서 지난해 10만839명으로 3년 만에 거의 3배로 늘었다.

    하지만 막노동에 익숙하지 않은 대학생들이 건설 현장에 급하게 투입되면서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 현장마다 일하는 시간이 다르지만, 보통 새벽 5시에 출근해 오후 5시까지 고된 업무가 이어진다. 대학생 김모(26)씨도 "혹시라도 막노동을 하다 다치면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일부러 말씀드리지 않았다"고 했다. ▶기사 더보기

    임상 시험 알바로 몰리는 60대들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들에게 '꿀알바(꿀 같은 아르바이트)'로 불렸던 임상시험 알바에 60대 이상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해 한 대형 제약회사가 고혈압·고지혈 관련 의약품 임상시험을 했는데, 지원자 304명 중 절반이 넘는 178명이 60대 이상이었다.

    서울 강동구의 한 병원이 진행하는 골다공증 임상시험 지원자 모집에는 2일까지 지원한 66명 가운데 37명이 60대 이상이었다. 60대 이상이 임상시험 알바에 몰리는 것은 수당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험하려는 의약품 특성에 따라 보수가 달라지긴 하지만, 대개 병원에서 약을 투여받으면 1회에 평균 4만~5만원, 2박 3일 입원하면 평균 5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제약업계는 "고령층 의약품 시장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노인 임상시험 대상자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상시험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약에 대한 효능과 부작용 등을 확인할 목적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은 편이다.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임상시험 도중 약물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총 476건 접수됐다. 단기간에 돈은 많이 받을 수 있지만 위험하다는 뜻에서 임상시험을 '고수익 생체실험 알바'로 부르기도 한다. ▶기사 더보기

    알바로 몰리는 小사장님들

    경기 불황으로 가게 매출이 악화하면서 부업으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영세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한 구인·구직 정보 업체 관계자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는 '사장 알바'가 올해 들어 우리 회사에만 약 300명 신청했다"며 "지난해부터 '사장 알바생'이 늘더니 올해엔 지난해보다 50%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민모(여·41)씨는 주말마다 인천 남동공단의 한 휴대전화 부품 제조 업체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휴대전화 부품에 작은 스티커를 붙이고 1개당 250원씩을 받는다. 지난해 말부터 피아노 학원 수강생이 줄어 학원 운영비로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손에 남는 게 30만원대로 떨어지면서 더는 버티기 어려웠다.

    통계도 불경기가 장기화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코너에 내몰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매출 악화 등으로 가게 문을 닫는 영세 자영업자가 올 들어 급증한 영향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기사 더보기

    명절 알바 뛰어드는 직장인들

    경기 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진 직장인들이 명절 연휴 알바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할인점이나 택배 회사처럼 명절에도 영업을 계속하는 회사는 고향에 내려간 직원들을 대신해 단기 알바를 고용한다. 남들 쉬는 연휴 기간에 일하기 때문에 일당도 후하게 주는 편이다. 백화점·마트 등에서 판촉을 하면 하루 일당이 6만~10만원 수준이고, 택배의 경우 최고 17만원까지 벌 수 있다고 한다. 최저임금(시간당 6470원)보다 높기 때문에 취업 준비생뿐 아니라 일부 직장인들까지 몰리는 것이다.

    아르바이트 구인 업체 '알바몬'은 이런 수요에 맞춰 '설 단기 알바 채용관'을 웹 사이트에 개설해 구인·구직자를 연결해주고 있다. 알바몬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기간에 구인 공고는 1276건인데 구직자 4만3830명이 몰려 경쟁률이 34대1에 달했다. ▶기사 더보기

    고수익 알바라면 불법이라도

    인간 피켓 알바

    피켓 알바는 고용 업체 측 광고 입간판이나 피켓을 들고 5시간에서 길게는 9시간까지 길거리에 가만히 서 있는 아르바이트다. 얼핏 쉬울 것 같지만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잠시도 자리를 뜨지 않고 버텨야 한다. 쉴 수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 10분뿐.

    시급 8000원에 이틀간 7시간 '벌을 선' 대가로 번 돈은 총 5만6000원. 다른 실내 알바에 비하면 후한 편이다. 서울 종로·강남에 있는 유학원·어학원이 주(主) 고용주다. 꼼짝도 하지 않고 종일 서 있어야 하지만 높은 시급 덕에 알바생은 끊이지 않는다. 이 일을 1년 3개월째 하고 있다는 장모(31)씨는 "하루 6시간씩 매일 일하면 한 달에 120만원을 벌 수 있다"며 "'3D 알바'로 분류되긴 하지만, 건장한 20~30대 남자들이 이 알바를 하려고 난리"라고 말했다.

    그냥 길거리에 피켓을 세워두면 될 걸 굳이 '알바'를 고용하는 이유는 길거리 피켓 광고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청 관계자는 "관련 법규상 시위 목적이 아닌 광고물은 지자체가 단속하고 압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켓 알바'는 불법인 데다가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사람'을 고용하는 비(非)인간적 요소까지 갖추고 있는 셈이다. ▶기사 더보기

    (왼쪽) 서울 종로구 거리에서 본지 윤준호 인턴기자가‘피켓 알바’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유학원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있다. 종로·강남 일대의 유명 유학원·어학원이 주로 고용하는 이 아르바이트의 시급은 8000원이다. 5000원 안팎인 패스트푸드점 등 실내 아르바이트보다 급여가 높아 젊은이들이 몰려들지만, 이러한 '길거리 알바'는 엄연한 불법이다. /오수미 인턴기자. (오른쪽) 오후 경기 김포시 구래동의 한 대형마트 건너편 거리에서‘인간 현수막 아르바이트’에 나선 본지 인턴기자(오른쪽)가 가전제품 매장 홍보 현수막을 들고 있다. /윤혜수 인턴기자.

    인간 현수막 알바
    경기 김포의 한 전자제품 매장 앞. 이 매장을 홍보하는 업체 직원이 아르바이트생 2명에게 가로 5m, 세로 90㎝ 크기의 현수막을 건네며 여러 번 주의를 줬다. 2인 1조로 광고 현수막을 들고 대여섯 시간씩 길거리에 서 있는 대가로 일당을 받는 이른바 '인간 현수막 알바(아르바이트)' 일이었다.

    하루 6시간 근무에 휴식 시간은 따로 없다. 2명이 교대로 가까운 은행 현금인출기(ATM) 부스나 편의점 같은 곳에 1~2분씩 들어갔다 나오는 식으로 짬을 내 숨을 돌렸다. 이렇게 자리를 뜰 땐 현수막 한쪽을 근처 기둥이나 나무에 끈으로 살짝 묶어뒀다.

    인간 현수막은 불법이다. 원래 현수막은 구청의 허가를 얻어 지정된 구역에만 달아야 한다. 하지만 알바를 고용하는 홍보 업체 측에서는 "내가 인간 현수막 알바를 쓰는 동안 단속반을 한 번도 못 봤다"며 "단속 걱정은 하지도 마라"고 말했다. 이틀간 불법 아르바이트를 한 대가는 9만6000원이었다. 시급으로는 8000원인데,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하면 액수가 후한 편이라 돈이 궁한 10~20대 아르바이트생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기사 더보기

    시대가 낳은 '新알바'

    1인 가구 시대가 만든 '모닝콜 알바'

    이른 아침 전화로 잠을 깨워주는 아르바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모닝콜(wake-up call의 한국식 표현)을 해주고 한 달간 받는 돈은 건당 3만~5만원으로 큰 액수는 아니지만, 취업난과 경제난 속에 부업으로 이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알바 주선은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뤄진다. 가장 회원이 많은 네이버 카페 '모닝콜알바 모닝콜장터'의 경우 알바를 희망하는 회원이 9000명에 달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만 하면 되고 고객 10명만 확보하면 월 40만~50만원을 벌 수 있어 대학생들도 선호한다. 

    고객은 대부분 아침에 깨워줄 사람 없이 혼자 사는 사람들이다. '모닝콜알바 모닝콜장터' 운영자인 직장인 이모(30)씨는 "20~30대 혼자 사는 직장인이 최대 고객이고, 기러기 아빠들이나 싱글족도 '외롭다'는 이유로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수는 2000년 약 226만 가구에서 2015년 약 506만 가구로 증가했다. ▶기사 더보기

    '덕후 문화'가 만든 줄서기 알바·보조출연 알바

    오후 9시쯤, 서울 지하철 압구정역 6번 출구 인근의 한 건물에 30·40대 여성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다음 날 오후 5시 선착순 150명만 입장시키는 한 배우의 팬 사인회 때문에 하루 전부터 줄을 선 것이다. 이날 자정쯤, 여성이 대부분인 대열 끝에 20대 남성 이모(28)씨도 줄을 섰다. 이씨는 한 여성팬의 의뢰를 받고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줄을 서주고 그 대가로 10만원을 받았다. 인기 연예인의 팬 사인회나 콘서트 티켓을 대신 구해주기 위한 '줄 서기' 아르바이트다. ▶기사 더보기

    드라마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했던 대학생 신용준(26)씨는 지난달 말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전지현과 한 장면에 등장했다. 엑스트라 반장이 다급하게 "키 180㎝ 이상의 체격 좋은 남자가 필요하다"며 신씨에게 클럽 관리인 배역을 준 것. 그는 클럽에 입장하는 전지현 앞에 가만히 서 있는 역할을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찍었다. 신씨는 "좋아하는 배우를 바로 앞에서 보고 또 한 장면에 출연하다니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신씨는 드라마에 5초 정도 지나간 장면을 캡처해 자신의 SNS에 올렸다. ▶기사 더보기

    한자녀·맞벌이 시대가 만든 '놀이시터' 알바

    놀이와 베이비시터(babysitter·보모)를 합친 '놀이시터'가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어린아이들의 먹을 것을 챙겨 주고 무슨 일이 생기지 않도록 돌보는 베이비시터와 달리, 놀이시터는 아이와 어울려 놀아주는 게 일이다. 보통 놀이시터는 일대일로 아이를 담당하지만, 단체 과외처럼 여러 집 아이들을 모아서 놀아주기도 한다. 놀이시터 시급은 1만원 안팎이다. 자격증이 필요한 게 아니고, 보수에 비해 일이 고된 편도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지원자가 많다고 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플레이시터(playsitter)나 플레잉시터(playingsitter)로 불리는 놀이시터가 파트타임 직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놀이시터의 주 고객은 외동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이며, 놀이시터는 대다수가 20대 대학생이나 취업 준비생이다. ▶기사 더보기

    취준생 70만명 시대, 알바 메꾸는 '代打 알바'

    정기 알바생이 근무하지 못할 때 일을 대신해주는 '대타 알바'가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 성행하고 있다. 알바생들은 입사 시험 같은 개인 사정으로 제시간에 일을 못 할 때 주로 가까운 친구들에게 대타 알바를 부탁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온라인을 통해 대타를 구하는 공고를 내고 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입사·자격증 시험이 몰리는 기간에는 대타 알바를 구한다는 공고가 평소의 서너 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이 사이트의 대타 알바 공고 건수는 지난 2011년 1520건에서 2015년에 5218건으로 4년 만에 거의 4배로 늘었다.

    대타 알바 전문 사이트도 생겼다. 이 사이트는 대타를 구하는 사람에게 먼저 일당을 받은 뒤 이를 대타 알바생에게 지급한다. 이 사이트 운영자는 "취업 준비생이 많은 20대는 취업 준비를 병행하기 위해 신촌역이나 강남역 인근에서 4시간 정도 짧게 일하는 대타 알바를 선호한다"면서 "반면 30~40대는 직장인이나 주부가 많은데, 주말에 빈 시간을 활용해 돈을 버는 생계형 대타 알바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기사 더보기


    수요에 따라 새로운 아르바이트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지만 그만큼 생계로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로 내몰리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자리는 제한적인데 당장의 한두푼이 아쉬운 사람들이 많다보니 계층, 세대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불황과 사회 변화가 아르바이트 인력 뿐만 아니라 아르바이의 형태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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